10살 조카 귀신 들렸다며 학대한 이모 부부…개똥 먹이고 촬영도

머니투데이

류원혜 기자

돌보던 초등학생 조카 A양(10)을 학대해 숨지게 한 30대 이모 부부가 지난달 17일 경기도 용인동부경찰서에서 검찰 송치를 위해 호송되고 있다./사진=뉴스1

초등학생 조카를 마구 때리고 욕조 물고문을 하는 등 학대행위로 숨지게 한 30대 이모 부부가 피해자에게 개똥까지 먹인 것으로 드러났다. 무속인이었던 이모는 조카가 귀신에 들렸다며 이를 쫓겠다는 이유로 잔혹한 폭행을 이어갔다.

수원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김원호 부장검사)는 숨진 A양(10)의 이모 B씨(34·무속인)와 이모부 C씨(33·국악인)를 살인 및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등 혐의로 구속기소 했다고 지난 7일 밝혔다.

B씨 부부는 지난달 8일 오전 11시20분쯤 경기 용인시 처인구의 자택 화장실에서 A양을 파리채와 빗자루로 약 3시간 동안 마구 때리고, 손발을 끈으로 묶은 뒤 물을 채운 욕조에 머리를 집어넣는 행위를 수차례 반복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로 인해 A양은 다발성 전신 피하출혈에 의한 속발성 쇼크 및 익사로 사망했다. 속발성 쇼크는 선행 원인에 이어 발생하는 조직의 산소 부족 상태로, 호흡곤란을 초래한다.

B씨 부부의 물고문 가혹 행위는 1월24일에도 있었다. 1월20일에는 A양에게 자신들이 키우던 개의 똥을 강제로 핥게 한 것도 밝혀졌다. 체벌 등 신체적 학대는 지난해 12월 말부터 적어도 20여회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부부는 A양이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고, 귀신 들린 것처럼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린다는 이유로 파리채와 나무막대기로 A양을 수차례 때린 혐의도 있다.

이들은 A양에게 가한 학대 과정을 사진과 동영상으로 찍었고, 수사기관은 이를 증거로 확보했다. 동영상에는 B씨가 귀신을 쫓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B씨 부부는 "A양이 대소변을 본 상태여서 이를 씻기려고 욕조에 담근 것일 뿐 살인의 고의가 없었다"고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했다.

하지만 검찰은 A양이 사망 전날과 당일 제대로 걷지도 못하고 쓰러지는 등 이상행동을 보인 점을 미뤄, B씨 부부가 A양이 위중한 상황에 처한 사실을 인식했다고 판단했다.

또 국과수 부검 결과 A양 얼굴과 머리, 목, 몸통, 엉덩이, 다리 등 전신에 광범위한 피하 출혈을 보였다고 밝혔다. 왼쪽 갈비뼈가 골절되고 빠진 치아가 식도에서 발견됐다고도 했다.

검찰은 범죄피해자센터를 통해 A양 유족에 대한 장례비·병원비·심리치료 지원 및 유족 구조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 사건을 송치한 경찰은 현재 아동보호전문기관에서 보호 중인 B씨 친자녀들을 상대로도 학대가 이뤄졌는지 여부 등을 조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