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 초보에게 ETF를 추천하는 이유

김희수 에프앤가이드 전무(퀀트본부장)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사태로 인한 주식시장의 급락 국면 이후 개인들이 주식시장에 새로 참가하는 숫자가 엄청난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주식거래활동계좌수는 작년초 2936만 개에서 현재(2월말) 3834만여개로 대비 무려 898만 개나 증가했다. 신규 투자자금도 단기간에 급속하게 불어났다.

한국거래소의 통계를 보면 개인투자자는 지난해 63조8000억원, 올해 들어서는 두 달 조금 넘는 기간 동안 36조4000억원을 순매수했다. 동학개미운동’과 ‘서학개미’로 불리기도 하는 이런 현상은 특히 20, 30대 청년층을 중심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지난해 국내 주요 증권사 6곳(미래에셋대우·KB·NH투자·한국투자·키움·유안타증권)에서 개설한 신규 계좌 723만 개 중 54%(392만 개)가 20, 30대 투자자 명의라고 한다.


젊을 때부터 재테크에 관심을 가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우려스러운 점이 적지 않다. 주식시장을 단기간에 고수익을 거둘 수 있는 도박이나 투기로 오해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아마도 천문학적인 수익률을 기록한 비트코인 등 암호화폐를 직간접으로 경험했기 때문일 것이다. 아니면 최근 급하게 오른 부동산 가격으로 인한 상실감도 한몫했을 수 있다. 그러나 일확천금의 마음으로 주식투자를 시작하면 금방 큰 낭패를 보고 주식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크다.

만약 주식시장을 도박에 비유한다면 투자자금 측면에서 비교가 되지 않는 개인 투자자는 외국인이나 기관투자자를 결코 이길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론적으로 검증된 투자방법을 따르는 것이 주식투자를 처음 시작하는 개인, 일명 ‘주린이’들에게는 가장 적합할 것이다. 여러 지역과 업종, 종목에 분산하고, 수수료가 낮은 금융상품에 장기로 투자하면 정기예금이나 채권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둘 확률이 매우 높다는 것이 현대투자이론의 정석이다.

이런 투자 원칙에 가장 부합하는 현존 최고의 금융상품이 바로 ‘상장지수펀드(ETF)’라고 생각한다. ETF에는 최소 10종목 이상이 편입되어 있기 때문에 개별 종목의 고유한 위험을 상당수준 감소시킬 수 있다. 그리고 해당 ETF가 추종하는 인덱스를 운용하는 지수회사에서 주기적으로 투자매력이 떨어지는 종목은 빼내고 더 나은 종목을 새롭게 추가하는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 따라서 ETF에 투자하는 개인투자자는 자신이 투자할 좋은 종목을 일일이 연구하고 고르는 시간 낭비와 수고를 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리고 ETF는 일반 공모펀드보다는 수수료가 획기적으로 저렴하며, 한국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주식처럼 살고 팔 수 있기 때문에 거래가 훨씬 수월하다는 장점도 있다.


시장형, 테마형, 국내투자형, 해외투자형, 원자재형, 채권형 등 다양한 종류의 ETF가 상장되어 있으므로 이 중 몇 개를 골라 투자한다면 포트폴리오 효과를 한층 높일 수도 있겠다. 한국거래소에는 현재 470여 개의 ETF가 상장돼 있으나 종목명만으로도 운용회사는 어디고, 어떤 특징을 지닌 종목들로 구성되어 있는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매일매일의 실제 구성 종목과 편입 비중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비슷한 종류의 ETF 중에서는 설정액(AUM)과 거래량이 많은지 반드시 확인하고, 수수료가 저렴한 것을 고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설정액이 500억 원 이상으로 크고, 거래량이 풍부해야만 자신이 원하는 가격에 매매를 할 수 있어 거래에 따르는 비용을 최소화할 수 있다.

다만 ETF 중에서 장기투자에 적합하지 않은 레버리지형이나 인버스형은 피하는 것이 좋겠다. 레버리지형 ETF는 기초지수의 변동 폭보다 몇 배의 이익이나 손실을 거두도록 설계된 상품이며, 인버스 ETF는 기초지수의 가격이 오르면 수익률이 하락하고, 반대로 내리면 수익률이 상승하도록 설계된 상품이다. 이들 두 가지 ETF는 시황에 따라 빠르게 단기 매매를 하는 투자자들이 활용하기에 적합한 것이다.
재테크를 시작하는 20, 30대 주린이들이 ETF 투자를 통해 조금이라도 편안한 마음으로 주식시장을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