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직=새출발…꺼지지 않는 제약 샐러리맨 '신화'들

말단 사원으로 입사해 제약사의 최고경영자(CEO)로 수년간 재임하며 샐러리맨의 신화를 쓴 2명이 물러난다. 주인공은 이정치 일동홀딩스 (8,700원 ▲10 +0.12%) 회장과 이정희 유한양행 (72,300원 ▼900 -1.23%) 사장이다. 이들의 행보는 통상 퇴임이 '끝'인 일반 CEO의 '활동주기'와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회사의 도약과 체질개선을 이끈 2명의 별은 직간접적으로 회사에 지속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퇴임이 새 시작과 맞닿게 되는 셈이다.

8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일동제약그룹의 지주사 일동홀딩스는 오는 26일 주주총회에서 임기가 만료되는 이 회장을 재선임하지 않기로 했다.


18년간 대표이사 자리를 맡은 이 회장은 제약업계 현역 최장수 CEO다. 고려대 농화학과를 졸업한 이 회장은 1967년 말단 연구원으로 일동제약에 입사했다.

유산균 제품 비오비타의 품질을 끌어올린 것이 시작이었다고 한다. 생산본부와 경영지원본부를 거쳤고 건설본부에서 서울 양재동 본사와 경기 안성공장 건립도 책임졌다. 2003년 일동제약 대표이사를 맡은 뒤 일동제약그룹을 이끌었다.

이 사장은 대표이사로서 6년간 유한양행을 책임졌다. 6년 이상 대표이사직을 연임할 수 없는 회사 정관상 이번에 물러난다.


1978년 유한양행에 입사한 이 사장은 대표적 '유한맨'이다. 병원영업, 유통, 마케팅홍보, 경영관리 등 핵심 업무를 두루 거쳤고 2015년 유한양행 21대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됐다.

이 회장과 이 사장은 CEO 재임 기간 두드러진 성과로 주목받았다. 이 회장은 그의 재임기간 회사 매출 규모를 3배 이상 키웠다. 최근에는 회사 체질을 신약중심 기업으로 전환시켰다. 특히 여러 난관을 극복하고 2016년 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데 큰 기여를 했다는 평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편까지 두루 책임진 이 회장은 단순한 월급쟁이 사장 이상의 존재였다는 것이 회사 내·외부 중론이다.

이 사장 재임 기간 유한양행은 매출 규모를 60%가량 키웠다. 무엇보다 기술수출을 바탕으로 회사 체질을 신약 중심 회사로 개선했다. 외부 기술 도입에 문호를 열었고 연구소 의견을 전폭적으로 지원하는 등 조직 문화를 바꿨다.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3배 증가, 기술수출 성사 5건이 그의 재임 기간 이 같은 체질개선을 통해 확인한 결과물이다.

두명의 퇴진이 '끝'이 아니라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같은 독보적 성과가 있어서다. 특히 이 사장은 이미 퇴진 후 '자리'가지 예약한 상태다. 유한양행은 오는 19일 주주총회에서 이 사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을 올린다.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경영현황 등을 보고받을 수 있는 자리다.

이 회장은 아직 퇴임 후 자리에 대한 뚜렷한 하마평은 없다. 하지만 그룹에서 그의 존재감을 감안하면 자리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는 평이 나온다. 일동제약(지분율 1.2%)과 일동홀딩스(0.8%) 지분을 들고 있으며 무엇보다 오너의 신뢰가 깊다.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이 사장은 신약 연구개발과 기술추출 등에도 앞으로 일정 부분의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장은 그동안의 경험과 내부 신뢰 등을 바탕으로 회사에 지속적인 기여를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