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매로 번진 생리대 회사…'성차별 면접' 사과문, 댓글에 올려 논란 지속

지난해 11월 동아제약 신입사원 채용 면접에서 성차별 피해를 겪었다고 주장하는 누리꾼이 동아제약 측의 유튜브 댓글 사과문에 문제를 제기하고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사진=브런치 캡처

최근 여성용품 할인판매로 이목을 끈 동아제약이 채용과정에서 여성지원자를 차별했다는 논란에 대해 사과한 가운데, 피해를 주장하는 누리꾼이 회사 측 사과문의 문제점을 지적하며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해 11월16일 진행된 동아제약 신입사원 면접에서 성차별을 겪었다고 주장하는 A씨는 8일 온라인 게시글을 통해 "세계 여성의 날 출근길 지하철에서 이런 글을 쓰게 될 줄 몰랐다"며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진 이런 중대한 사건에 동아제약에서 사장 명의로 유튜브 댓글에 올린 사과문 같지 않은 사과문을 보니 글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최호진 동아제약 사장이 여성용품 가격을 협상에 참여한 모습./사진='네고왕2' 유튜브 영상 캡처

앞서 동아제약은 최근 유튜브 예능 '네고왕2'를 통해 자사 여성용품을 최대 72% 할인해 판매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영상에는 동아제약 채용 면접과정에서 차별을 당했다는 내용의 댓글이 달렸다.

댓글을 단 누리꾼은 "지난해 말 면접 볼 때 인사팀 팀장이라는 사람이 유일한 여자 면접자였던 나에게 '여자들은 군대 안 가니까 남자보다 월급 적게 받는 것에 동의하냐?', '군대 갈 생각 있냐?'고 묻더니 여성용품 네고? 웃겨 죽겠다"고 주장했다.

특히 지난해 11월 기업 정보 공유사이트에도 비슷한 내용의 동아제약 면접 후기가 올라온 사실이 알려졌다.


이후 누리꾼들 사이에서는 동아제약 제품 불매운동을 시작하는 등 논란이 확산됐고, 동아제약 측은 해당 영상에 최호진 사장 명의로 댓글을 남겨 "2020년 11월16일 신입사원 채용 1차 실무 면접 과정에서 면접관 중 한 명이 지원자에게 당사 면접 매뉴얼을 벗어나 지원자를 불쾌하게 만든 질문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고 사과했다.

지난해 11월 이 회사에 지원한 구직자로 추정되는 인물이 작성한 동아제약의 면접 질문.(왼쪽), 최호진 동아제약 사장의 사과 댓글. /사진=온라인 커뮤니티, '네고왕2' 유튜브 영상 댓글 캡처

이와 관련 A씨는 "사과문을 유튜브 댓글로 게시하셨더라. 해당 채널만 막으면 문제가 해결될 거라고 생각하셨나보다"며 "해당 사과문은 틀렸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A씨는 "제게 문제의 질문을 한 사람은 단순히 '면접자 중 한명'이 아닌, '인사팀장'이다"며 "동아제약이 말하는 그 '당사 면접 매뉴얼'을 만드는 사람이 인사팀장"이라고 지적했다.

또, A씨는 채용 과정에서의 성차별이 '불쾌'라는 단어로 갈음될 만한 일이 아니라며 동아제약 측이 사과문에서 '불쾌하게 만든 질문'이라고 표현한 점도 문제삼았다. 이어 사과문에 핵심 문제인 '성차별'이라는 단어가 언급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여성 대상으로 마케팅을 하면서 여성들이 현실에서 겪는 성차별을 '불쾌한 경험' 정도로 인식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는 게 시대에 걸맞은 행동이라고 생각하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동아제약이 사과문에 빠뜨린 내용으로 △구체적인 잘못 내용 △해당 면접 질문이 잘못된 이유 △기업 내 성별 임금 차별 자료와 임직원 성비 관련 기업 내 성차별 인정 여부 △조직 내 성차별 문화와 관행 개선 계획 △인사팀장의 구체적인 징계 수위 △관련 사내 교육의 구체적 내용과 기간 △다음 채용과 인사 제도 재검토 내용 등을 언급했다.

A씨는 "성차별을 자행했다는 사실은 전혀 인정하지 않고 중요한 내용은 전부 생략한 채 '면접자에게 불쾌한 질문을 해서 죄송하다'는 말로 사건을 마무리하려고 하면, 진정성 있는 사과를 받았다며 빠르게 사과문 올려주셔서 감사하다고 글이라도 쓸 줄 아셨느냐"며 "동아제약은 대체 어떤 시대에 살고 있길래 고작 저따위 글을 사과문이라며 '기업 공식 입장'으로 내놓느냐"고 지적했다.

/삽화=이지혜 디자이너

아울러 동아제약 측이 A씨가 지적한 성차별 문제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다는 입장과 관련해서도 "대한민국 인사팀 중에 기업정보 공유사이트 보지 않는 곳 있느냐"며 "(기업정보 공유사이트에 올린 면접)후기는 대수롭지 않게 여겨놓고 제 면접 경험이 공론화되고 불매운동으로 인해 매출 타격을 입을 것 같으니 이제야 사과 같지도 않은 구색 맞추기 식의 사과를 하면, 저와 대중이 어떻게 진정성 있는 사과라고 느낄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A씨는 "동아제약에 '제대로 된', 그리고 '진정성 있는' 사과문을 요구한다"며 "만약 빠른 시일 내 제대로 된 사과문을 내지 않는다면 저도 다음 절차를 밟겠다"고 밝혔다.

이어 "만약 저를 고소하신다면 저는 한때 입사를 희망했던 부서와 싸워서 이겨보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될 거고 동아제약은 여성 소비자의 불매운동을 가속화하고, 사회에서 더 큰 망신만 당하게 될 것"이라며 "저를 법적으로 어떻게 해보려는 시도를 한다면 저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