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소수자 아픔 공감" 강길우·홍경→기주봉·기도영 부녀 열연 '정말 먼곳'(종합)

배우 강길우, 홍경(오른쪽)이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정말 먼 곳'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말 먼 곳'은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일상을 섬세하게 담은 작품이다. 2021.3.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배우 기주봉, 기도영 부녀가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정말 먼 곳'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정말 먼 곳'은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일상을 섬세하게 담은 작품이다. 2021.3.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서울=뉴스1) 장아름 기자 = "인물이 처한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서 혐오 당하는 인물들의 고통, 아픔, 불편함을 경험하는 시간이 됐습니다."(강길우)

강원도의 아름다운 풍경과 성소수자의 사랑과 아픔을 담은 '정말 먼 곳'이 극장가를 찾아온다. 극에서 열연한 강길우 홍경부터 기주봉 기도영 부녀까지, 이들이 전한 영화의 비화와 메시지, 의미에 대해 들어봤다.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는 영화 '정말 먼 곳'(감독 박근영) 언론시사회가 진행됐다. 이날 자리에는 박근영 감독을 비롯해 강길우, 홍경, 이상희, 기주봉, 기도영 등 배우들이 참석해 이야기를 나눴다.

'정말 먼 곳'은 자신만의 안식처를 찾은 진우에게 뜻하지 않은 방문자가 도착하면서 흔들리기 시작하는 일상을 섬세하게 담은 영화로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와 제46회 서울독립영화제, 제24회 탈린블랙나이츠영화제 등 국내외 수많은 영화제의 초청을 받은 작품이다.

강길우는 서울을 떠나 화천 목장에 정착한 남자 진우 역을 맡았다. 진우는 자신을 '엄마'라고 부르는 딸 설과 함께 화천의 한 목장에 정착한 인물로, 오랜 연인 현민이 찾아온 이후 행복한 일상을 보내다 쌍둥이 여동생 은영이 갑작스럽게 방문하면서 변화를 맞게 된다.


이날 강길우는 출연 소감에 대해 "다양한 종류의 사랑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참여하는 데 있어 거부감은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성소수자로서 사랑하는) 인물이 처한 고통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해서 혐오 당하는 인물들의 고통, 아픔, 불편함을 경험하는 시간이 됐다"며 "마음으로 모든 종류의 사랑을 응원하고 지지한다 했지만 과연 모든 사람들의 아픔을 들여다 봤었나 생각하는 계기가 됐다"고 고백했다.

또 강길우는 역할을 위해 노력한 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는 "극 중 진우라는 인물은 영화에서 많은 인물들과 관계를 맺는다"고 운을 뗀 후 "촬영을 준비하는 기간동안 고민이 많았다"며 "목장에서 양을 키우는 인물이라는 것에 신뢰를 주기 위해 외형을 만드는 데 공을 들여 준비를 했다"면서 "체중도 10kg 증량하고 머리도 잘랐다가 길러보기도 하고 수염도 길렀다. 햇빛에 노출돼 노동하는 인물이기 때문에 태닝도 하면서 준비를 했다. 그런 부분에서 노력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배우 강길우가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정말 먼 곳'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3.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홍경은 시를 쓰는 연인 현민 역으로 등장한다. 현민은 진우가 살고 있는 화천 목장의 근처 복지관에서 시를 가르치며 행복한 산골 생활을 하게 되고 진우의 쌍둥이 여동생 은영이 목장에 나타나면서부터 관계에 서서히 금이 가기 시작한다.

시인 역할에 대해 홍경은 "직업상 시인이기 때문에 시가 어떤 것인지 알아야 했다"며 "감독님으로부터 시인분들의 레퍼런스, 수업 영상 등을 받았다. 그분들이 어떤 생활을 하시는지 이해하려 했다. 진우와의 관계에 대해 깊이 알아가려고 노력했다"고 전했다.

극 중 수업하는 장면에서는 "시인이라는 직업이 잘 드러나는 장면이 수업하는 장면이었다"며 "감독님께서 대본을 어떻게 읽었으면 좋겠다는 걸 전달해주셔서 그렇게 했고 1:1 리허설도 해봤다. 어떤 톤으로 연기했으면 좋겠다는 걸 구체적으로 생각했다. 그렇게 준비해서 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홍경은 자신이 생각한 영화의 의미에 대해서도 밝혔다. 그는 "21세기에 살고 있고 이런 것들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져야한다고 생각을 한다"며 "영화 준비를 하며 두 사람처럼 실제로 겪는 어려움이나 생활을 이해하려고 개인적으로 노력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배우 기주봉이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정말 먼 곳'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3.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기주봉은 극 중 목장 주인 중만 역으로 열연했다. 그는 출연 이유에 대해 "저는 사람들에 대한 호기심이 엄청 많다"고 말했다. 이어 "이태원 같은 데 가면 성소수자들의 모습을 많이 본다"면서도 "그런데 작품상에서는 관객들한테도 낯설게 느껴지는 그런 부분을 다뤘다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역할이 좋아서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기도영은 중만의 딸 문경으로 등장한다. 문경은 목장 주인 중만의 딸로, 효심이 깊은 아버지와 함께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극진히 모시는 인물로, 함께 생활하는 진우와 설(김시하 분)도 챙기는 한편 진우를 짝사랑한다.

특히 기도영은 기주봉의 친딸로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는 "아버지와 작업하는 게 처음이었다"며 "걱정도 많이 됐는데 아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고 무엇보다 대선배를 편안하게 대할 수 있었다"면서도 "특별한 시간이었던 것 같다. 가족과 오랜 시간 보내기 쉽지 않은데 같이 하면서 시간을 보내니까 더 뜻깊은 시간이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기주봉은 "저는 도영이가 배우를 시작하려고 할 때 선배, 선생 역할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어 박근영 감독은 "기도영 배우는 기주봉 선생님과 여러 영화 얘기를 나눴었는데 그때 기도영 배우에 대해 이야기해주셨다"며 "그때 딸과 같이 작업 해본 적이 없는데 작품 같이 해보면 좋을 것 같다고 얘기해주셨다"면서 "그렇게 만나 뵀을 때 묘한 느낌을 받았다. 닮은 듯 다른 모습이 특별하게 다가왔다. 영화의 큰 매력을 만난 것 같아서 기쁜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기도영은 배역을 위해 노력한 점을 떠올렸다. 그는 "사실 문경은 모두와 관계를 맺는 인물이라고 생각을 했다. 실제로는 낯도 많이 가리고 말도 먼저 못 걸고 그런 성격인데 여기에서는 문경이가 거의 설이한테 있어서 엄마 같은 존재이기도 하고 가족을 케어하는 존재라 생각했기 때문에 먼저 다가가야 한다 생각했다"며 "모든 인물들과 관계를 실제로 이어가야 한다 생각했다. 실제로 대화를 많이 했고, 말장난을 걸어보고 그런 노력을 했던 것 같다. 노력보다 저를 더 많이 챙겨주셔서 도움을 많이 받은 것 같다"고 털어놨다.

기주봉, 기도영 부녀가 8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에서 열린 영화 '정말 먼 곳'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21.3.8/뉴스1 © News1 권현진 기자

박근영 감독은 영화의 메시지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는 "키워드가 거리감이었다. 그랬기 때문에 영화의 의미에 대해서는 개인과 개인의 거리감, 개인과 사회간의 거리감, 삶과 죽음의 거리감 등 여러 거리감에 대해 담고 싶었다"며 "정말 먼 곳이라는, 의미에 대해 생각했을 때 진우가 내가 꿈꿀 수 있는 안식처는 먼 곳에 있었고, 여기서만큼 지키고 싶었던 자신만의 평화가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박근영 감독은 "하지만 그곳에서조차 사회에서의 시선을 마주하면서 결국 좌절 겪게 되는 것"이라며 "더 슬프게 다가왔던 것은 연인간의 갈등에서도 이들이 욕심이라 지칭하는 것들이 사실 아무 것도 아닌 거다. 딸을 키우고 주변 사람들과 평화롭게 지내는 게 '욕심'이라고 받아들이게 된 것 자체가 슬픈 일이라 생각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특히 영화는 화천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아 눈길을 끌었다. 박 감독은 "이 영화가 화천이라는 공간으로부터 영감을 받아서 처음 시작을 하게 됐다. 화천이라는 공간이 갖고 있는 여러가지 매력, 각양각색 다양한 모습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 자연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활용하고 싶었다"며 "자연광 활용하는 부분이라든지, 안개 같은 것들, 단풍이 들었을 때의 모습과 단풍 떨어지고 난 후의 모습, 넓은 호수와 안에 있는 섬 등 영화 정서 측면에 맞아떨어지게끔 활용하고 싶어서 가장 고민 많이 하며 촬영을 했다. 이미지를 만들어가는 데 공을 많이 들였다"고 전했다.

또 박 감독은 경이로운 순간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눈 내리는 장면과 같이 예상치 못한 경이로운 순간을 많이 만났다"며 "촬영 기간 중은 아니었고 촬영 준비하던 시기에 강길우 배우와 목장에 갔다가 눈보라를 만나게 돼서 즉흥적으로 촬영을 했었다. 그런 경이로운 순간을 영화에 최대한 많이 담고 싶었기 때문에 담기게 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양 출산 장면 비화도 공개했다. 박 감독은 "다큐멘터리적인 느낌과 양이 진짜 출산하는 걸 보는 느낌을 전달하고 싶었다"며 "양 출산 시기에 맞춰서 목장에 가서 촬영하려고 진행했는데 저희가 간 날부터 출산이 멈추기 시작해서 한달 기다려서 딱 한 번 찍을 수 있었던 순간이다. 가장 경이로운 순간을 목도했던 것 같다. 그런 것이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았다"고 돌이켰다.

끝으로 박 감독은 "저는 이 영화를 극장 시네마에 대한 열망으로 찍었다. 스크린으로 볼 때 가장 아름답게 볼 수 있는 장면을 상상하며 만들었다"며 "그런데 이런 코로나19로 인한 극장 위기에 공개하게 됐다. 그만큼 극장에서 영화가 상영하는 한 순간 한 순간이 소중하다. 영화가 한정된 기간동안 상영될텐데 가능한 최대한 많은 관객들과 영화로 만나고 고민을 나누고 하는 게 가장 큰 희망일 것 같다. 그 만남들이 가장 바라는 행복이 되지 않을까"라는 바람을 드러냈다. 기주봉 또한 "정말 먼곳에 있는 일이라는 편견 갖지 마시고 가까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 봐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한편 '정말 먼 곳'은 오는 18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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