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안걸려" 공직윤리 바닥…시위대 조롱하며 "투자" 두둔

4일 LH직원들이 사들인 뒤 묘목을 심어 놓은 경기도 시흥시 과림동 소재 농지의 모습. /사진=뉴스1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임직원 사전 투기 의혹에 공직 사회 신뢰가 빠르게 무너지고 있다. 국민 주거복지를 실현해야 할 LH 직원과 공직자들이 투기 의혹에 연루되면서 '고양이에 생선 맡긴 꼴'이 됐다. 전문가들은 공무원 범죄가 해마다 늘고 있다며 이를 바로잡기 위해 감시·상벌체계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한다.
'LH 투기 의혹' 지자체로 확산…공무원 범죄는 늘고 있다9일 시민단체 사법시험준비생모임(사준모)은 광명시청 공무원 A씨를 공공주택 특별법과 부패방지권익위법 위반으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했다. 사준모는 지난 6일에는 포천시 공무원과 시흥시의원에 대해 같은 혐의로 경찰에 고발장을 제출했다.


당초 공기업인 LH 임직원 상대로 제기됐던 투기 의혹이 지방자치단체 공무원으로도 확대되는 모양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과 참여연대는 LH 직원 10여명이 3기 신도시 일대 약 7000평에 해당하는 토지를 100억원에 사전 매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실제 공직 기강 해이는 숫자로도 나타난다. 직무유기, 직권남용, 뇌물(수뢰·증뢰) 등의 공무원 범죄가 매년 증가하고 있다. LH 만이 아니라 공직 사회 전반의 문제인 셈이다.

대검찰청에 따르면 2019년 총 7250건의 공무원 범죄가 발생했다. 2015년에는 4951건이었지만 2017년 6161건, 2018년 8519건을 기록하는 등 상승세다.

연령별로 보면 은퇴를 앞둔 50대의 비중이 17.3%로 제일 높았으며, 실무진인 40대(13.4%)가 그 뒤를 이었다. 이번 LH 사태 의혹에 연루된 임직원 13명도 대부분이 정년퇴직을 앞둔 것으로 알려졌다.
곳곳서 항의시위…LH 내 일부는 '시위대 조롱'잇단 비위 논란에 LH 등 공직자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이다. 지난 8일에는 경남 진주의 LH 본사 앞에서는 LH 직원들의 땅 투기 의혹을 규탄하는 농민과 시민단체들의 시위가 이어졌다. 이들은 항의 표시로 LH 입간판 구조물과 사옥 등에 고춧가루, 밀가루, 세제, 날달걀 등을 던졌다.

LH 용산특별본부 앞에서도 시위가 발생했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주민대책위원회는 동자동 쪽방촌 사업을 하게둘 수 없다며 반발에 나섰다. 동자동에는 "신도시투기세력 LH는 공공개발 자격이 없다"는 현수막이 걸렸다.


그러나 LH 내부에서는 일부 직원으로 추정되는 이들이 시위대를 조롱하고, 불법 토지 거래 정황을 고발한 직원을 비판하는 정황이 드러났다.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 블라인드를 통해 투기 의혹을 '부동산 투자'라며 두둔하는 발언도 나왔다.

8일 서울 용산구 동자동의 한 건물 외벽에 LH직원 투기 의혹 관련 규탄 현수막이 걸려있다. /사진=뉴스1

전문가들은 '걸리지 않는다' 내지 '걸려도 괜찮다'는 인식이 부패 확산에 기여했다고 말한다. 박정수 이화여대 행정학과 교수는 "LH가 쥐고 있는 기밀 정보, 개발 권한 등은 사익에 쓰이지 않는다는 전제 하에 부여됐다"면서 "철저하게 감시를 통해 그 전제가 지켜져야 하는데 안됐다"고 밝혔다.

이어 "사법부 개혁 논란으로 감시기관의 손발이 묶인 상황에서 (투기 범죄가) 걸릴 확률은 줄었다는 인식이 퍼졌다"면서 "반면 부동산 가격이 오르는 등 보상은 커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법을 어겼을 때 '걸려도 괜찮네'라는 생각을 못하도록 엄벌이 필요하다"면서 "(처벌) 제도는 있어도 시행을 못하는 상황을 방지하기 위해 빈틈없는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