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일 안에 강남·목동 재건축 푼다"..오세훈 발언 진짜 될까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예비후보 /사진=이기범 기자

오세훈 국민의힘 서울시장 후보가 취임 후 일주일 안에 강남, 목동 등 재건축·재개발 단지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규제 완화 공약은 서울시장 권한으로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시장의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오 후보는 8일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취임하면 일주일 안에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양천구 목동, 영등포구 여의도, 노원구 상계동, 강남구 압구정동, 광진구 자양동 등 구체적인 지역까지 언급했다. 이들 단지의 규제를 풀면 최대 8만 가구까지 주택을 공급할 수 있다고도 했다.


최종 권한은 서울시장에…현실성 없지 않아오 후보 측은 여의도, 압구정동 등은 서울시장이 마음만 먹으로 바로 재건축 추진이 가능한 곳이라고 설명한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여의도와 압구정동은 재건축 사업의 첫 단계인 지구단위계획은 수립이 됐는데 아직까지 결정 고시가 나지 않은 상태"라며 "서울시장이 의지만 있으면 재건축을 바로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구단위계획은 역세권, 재개발·재건축 구역 등 주요 부지의 건축물 용도·용적률·건폐율·높이 등을 정한 도시관리계획이다. 지구단위계획 확정 고시가 나야 재건축 사업 등을 추진할 수 있는 구조다.


지구단위계획은 자치구에서 구역 지정안에 대해 결정 신청을 요청하면, 시에서 도시계획위원회를 열고 심의한 뒤 시장이 최종 지정 결정, 고시하는 단계를 밟는다. 결국 최종 권한은 서울시장에 있는 셈이어서 오 후보의 공약이 전혀 현실성이 없는 건 아니다.

특히 여의도와 압구정동은 1970년대에 아파트지구로 지정된 이후 지구단위계획이 수립된 상태인데 고시를 미루면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다. 서울 주요 지역인데다 대단지여서 이곳에서 재건축이 추진되면 집값 상승 등 부동산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목동 지구단위계획 역시 서울시 최종 심의만을 남겨 놓은 단계로, 곧바로 재건축 사업을 시작할 수 있다는 게 오 후보 측의 설명이다.

재건축 사업의 또 다른 장벽인 안전진단과 '35층 층고제한' 역시 풀어내겠다고 약속했다.

오 후보 캠프 관계자는 "목동과 상계동은 안전진단 요건 강화로 기준과 배정된 점수가 오락가락하며 재건축 사업 추진에 애를 먹은 곳"이라며 "자양동은 한강변 '35층 층고제한'으로 사업이 중단됐는데, 서울시장이 중앙정부와 협의해 풀어낸다는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전진단 기준은 국토교통부에서 정하지만, 서울시장이 중앙정부에 의견을 개진하겠다는 것이다.

또 서울도시기본계획(서울플랜)에서 정한 '35층 층고제한'은 서울시장이 직접 고치면 해결할 수 있다. 서울플랜은 서울 도시계획의 최상위 개념으로 사실상 법과 같은 효과를 낸다.

서울플랜은 5년 마다 재정비하는데, 현재 수립 중인 '2040 서울플랜'이 마무리 단계여서 오 후보가 당선되면 바로 작업에 돌입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재건축 규제 완화 카드, 공급 늘릴 가장 현실적 방안"전문가들은 재건축 규제 완화 공약은 여야 후보 모두 내놓고 있어, 어느정도 재건축 시장에 훈풍이 불 것으로 기대한다. 서울 내 주택공급을 늘릴 가장 현실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고준석 동국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기존 재건축·재개발 사업을 풀어주는 방안이 가장 현실성 있는 정책"이라며 "새 서울시장이 사업 승인이나 건축심의 등 각종 인허가권을 적극 활용하면 재건축 사업이 활발히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제경 투미부동산컨설팅 소장은 "그동안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고밀·과밀 개발을 억제하는 기조를 유지해 정비사업이 지연된 측면이 있다"며 "과거 오 후보는 서울시장 시절 한강르네상스 등 정비사업을 적극 추진했기 때문에 실현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만 관건은 중앙정부와 발을 맞춰 같이 갈 수 있느냐다. 박 전 시장 역시 여의도와 용산을 통으로 개발하려 했지만 정부가 난색을 표하면서 결국 엎어졌다.

두성규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서울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으려면 중앙정부와 뜻을 함께 해야 한다"며 "예를 들어 야당에서 서울시장을 배출하고, 대통령 선거에서도 야당 후보가 당선되면 서울시장은 재선 가능성이 매우 높아져 규제 완화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