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갑질 막자더니"…국민의힘 '황당성명'에 IT업계 '부글부글'

박성중 소위원장이 지난해 9월 10일 국회에서 열린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산회를 선포하고 있다. /사진=뉴스1.

야당인 국민의힘에 대한 정보기술(IT) 업계의 불만이 팽배하다. 구글갑질방지법(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통과는 뒤로한 채, 뜬금없이 성사가능성이 희박한 구글의 앱 수수료율 인하를 촉구해서다. 업계에서는 구글의 '인앱결제' 강제 금지를 위해 개정안 처리가 우선인 상황에, 국민의힘이 법안 통과를 미루는 구글에 동조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까지 나온다.
"본질은 구글 강제결제 금지"…"수수료율 인하는 인앱결제 적용시 고민할 일"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과방위)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8일 "구글이 가까운 시일 내에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일률적으로 수수료를 15% 이하로 인하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는 내용의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


IT 업계는 이같은 성명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개정안 심사를 차일피일 미룬 것도 모자라 사태의 본질인 '강제 결제'를 등한시한다는 지적이다. 김재환 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본질은 구글이 결제 수단을 강제하는 것을 막는 것인데, 수수료율을 언급하는 건 제대로 된 헛발질"이라며 "(개정안이 통과돼) 결제 수단이 자유로워지면 개발사들은 수수료율을 선택할 수 있다. 즉, 수수료율 인하는 구글 인앱결제가 적용됐을 때 걱정하면 되는 일"라고 지적했다.

성명을 보고 구글이 수수료율을 전면 인하할 것이라면 애시당초 이번 논란이 생길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실제 미국을 비롯한 유럽 등지에서도 연방, 지방의회 차원에서 수수료율이 아닌 인앱결제 강제여부에 초점을 맞추고 구글과 애플의 앱마켓 규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자신들이 주도적으로 법안을 무산시켰으면서 관련 성명까지 낸 것은 구글 인앱결제 이슈를 장기화해 생색내기를 하겠다는 의도가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간 국민의힘은 개정안 법제화에 미온적 태도를 보였다. 과방위는 지난달 23일 제2차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2소위)를 열고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 관련 7개 법안을 심사했다. 개정안에는 앱 마켓 운영사가 특정한 결제수단을 강제하지 못하게 하고, 콘텐츠의 독점 출시 요구 또한 못하도록 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결국 소위에서 개정안 처리가 또 무산됐다. 소위에 앞서 구글이 한미 간 통상 마찰 등을 이유로 개정안 심사에 대해 재검토를 요청한 것을 국민의힘이 받아들여서다. 당시 구글은 수수료 인하 가능성을 제시하며 글로벌 정책이 변경될 때까지 법안 처리를 미뤄달라고 읍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구체적 시기와 기준은 밝히지 않아 법제화를 막기 위한 '시간끌기'라는 의심을 샀다. 다음 소위 일정은 아직 미정이다.

/사진=Pixabay.

구글갑질 방지 못하나…발동동 구르는 업계 "조속히 처리해야"업계에서는 국민의힘의 비협조로 구글갑질방지법이 사실상 물 건너간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이에 업계는 수수료율과 상관없이 조속한 법안 처리를 재차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통상 법안을 처리한 후 시행령을 만드는데 6개월 정도 소요된다"며 "이번 임시 국회내에 구글 관련법이 처리돼야 인앱 결제 적용을 피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구글은 오는 10월부터 기존 게임외에 음원과 웹툰, 웹소설 등 디지털콘텐츠에도 자사 결제수단과 30%의 결제수수료를 강요해 업계의 반발을 샀다. 그간 네이버, 카카오, 멜론 등 콘텐츠 업체는 각자 결제수단을 사용하면서 구글에게 매출의 10~20% 가량을 수수료만 지불해왔다. 그러나 구글의 결제수단을 적용하면 이들이 구글에 지불할 수수료는 30%로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