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풀리는 토종신약 카나브…새 신약 준비하는 보령

1등 토종신약 '카나브' 10년 만에 찾아온 도전…"다 계획이 있다"

지난 3일 진행된 ‘카나브 발매 10주년 온라인 심포지엄’에서 분당서울대병원 김철호 교수(우)와 대한임상순환기학회 김한수 회장(좌)이 강연을 진행하고 있다/사진제공=보령제약

1등 토종신약 10년의 영광과 함께 도전도 찾아왔다. 보령제약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성분명 피마사르탄) 얘기다. 특허만료를 앞두고 복제약(제네릭)의 시장 침투 움직임이 포착된다. 영원한 독점이 불가능한 신약의 숙명이다. 하지만 보령제약은 계획이 있었다. 보령제약은 또 다른 신약 여정을 시작했다. 이번엔 항암제다.
10년 영광과 함께 찾아온 도전9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알리코제약은 카나브 제품군 중 하나인 듀카브의 '혈압 강하용 약제학적 조성물' 특허에 대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했다.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은 복제약 제조사가 자사의 제품이 오리지널 특허범위에 속하지 않는다는 심결을 특허심판원으로부터 구하는 심판이다. 복제약 시장 침투의 신호탄 격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카나브 관련 특허 도전이 시작된 셈"이라고 말했다.

이 도전이 '혈압 강하용 약제학적 조성물'이라는 조성물 관련 특허를 겨냥했다는 점이 의미심장하다.

카나브의 주요성분은 '피마사르탄'으로 이 물질에 대한 특허는 2023년 2월 만료된다. 보령제약은 복제약 제조사가 해당 만료일을 전후해 시장에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 만료일이 2031년인 '혈압 강하용 약제학적 조성물' 특허를 별도로 보유했다. 피마사르탄 물질 제조가 가능해져도 별도로 특허 출원된 용량과 물질 조합에 따른 제조는 불가능해 결과적으로 복제약 시장 진입을 늦추는 효과를 노렸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특허 기간이 더 긴 조성물 특허부터 노린 도전으로 보인다"며 "해당 특허를 회피하게 되면 피마사르탄의 만료시점인 2023년 이후 복제약 진입이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복제약과의 싸움은 신약의 숙명이다. 게다가 독보적 토종 1등 신약이던 카나브에 복제약의 도전은 더욱 거셀 것으로 예견됐었다. 2011년 3월 발매된 카나브는 2014년 고혈압단일제 매출 1위, 2017년 연간처방액 500억원 돌파, 2020년 연간처방액 1000억원 돌파 기록을 세웠다. 시장 파이가 큰 만큼 복제약 제조사에는 놓칠 수 없는 목표물인 셈이다.

제 2 카나브 발굴에 총력피할 수 없는 싸움인 만큼 보령제약도 계획이 있었다. 새로운 적응증(약품으로 치료 효과가 기대되는 병이나 증상)의 추가다. 사실상 특허가 연장되는 효과가 있다. 블록버스터(판매효과가 막대한 의약품) 신약을 보유한 다국적 제약사들이 특허 방어를 위해 즐겨 사용하는 방법이다. 이와 관련, 보령제약은 지난해 말 이미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고혈압 치료요법으로서 제2형 당뇨병 환자에서 '단백뇨 감소'에 대한 적응증을 추가로 얻었다.

물론, 이 같은 복제약과의 싸움도 영원히 이어지진 못한다. 언젠가는 특허가 열리고 시장을 나눠야 할 시점이 온다. 크게 보면, 약 가격이 내려가 환자들의 접근성이 올라가는 순기능도 있다.

결국 제 2의 카나브가 나와야 한다. 카나브를 앞세워 2010년 3000억원에 턱걸이 하던 회사 매출을 지난해 5600억원 이상으로 끌어올린 보령제약도 이를 잘 알고 있다. 회사는 항암 신약에서 새 기회를 엿본다.

면역항암제 겸 표적항암제 'BR2002'의 가능성이 보인다. 혈액암의 일종인 비호지킨성 림프종을 타깃으로 한 이 물질은 지난해 한국과 미국에서 임상 1상에 돌입했다. 비호지킨성 림프종 관련 치료제 시장 규모만 11조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이미 전임상에서 기존 치료제의 단점인 간독성 부작용이 적은 것으로 확인된 것으로 알려졌다. 혈액암에서 고형암으로의 적응증 확장 가능성도 있다.

보령제약의 관계사인 맞춤형 면역세포치료제 기업 바이젠셀의 신약도 기대된다는 것이 업계 평이다. 다양한 파이프라인(신약후보물질) 중 국내 임상 2상 단계인 'VT-EBV-N'의 속도가 가장 빠르다. 2023년 임상 2상을 마무리하고 조건부 품목허가를 받아 시장화 하는 것이 회사 목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령제약은 이미 제약업계 항암제 매출 1위 기업으로 탄탄한 영업력을 갖춘 상태"라며 "신약 라인업까지 갖춰지면 시너지가 상당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