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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침대에 맞춰 주식시장 자르는 국민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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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10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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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OM칼럼]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그래픽=임종철 디자인기자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으로 초대해서 자신의 쇠침대에 눕히고는 몸이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몸을 늘여서 죽이고, 길면 목이나 다리를 잘라서 죽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연기금이 코스피 시장에서 작년 12월 24일부터 올해 3월 9일까지 48거래일 연속 최장·최다 순매도를 이어가고 있다. 이 기간 순매도 금액은 -13조8452억원에 달한다. 연기금의 순매도는 삼성전자 (83,400원 상승500 -0.6%)(-4조5043억원), LG화학 (885,000원 상승12000 -1.3%)(-8890억원), SK하이닉스 (137,500원 보합0 0.0%)(-8277억원), 현대차 (230,000원 상승1500 -0.7%)(-7061억원) 등 주로 시총 상위 대형주에 집중됐다.

이는 연기금이 미리 세워둔 자산배분 비중에 맞추기 위한 ‘리밸런싱’(rebalancing)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증시 호황으로 국내 주식 평가이익이 정해진 비중을 넘어서면서 이에 맞추기 위해 매도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말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비중은 21.2%로 당초 목표치인 17.3%를 4%포인트 가량 초과했다. 게다가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목표 비중은 연말 기준으로 지난해 17.3%에서 올해 16.8%, 2025년에는 15% 내외로 더 줄어들 예정이다.

증권가에서는 연기금이 미리 만들어 놓은 자산배분 비중에 맞춰 거래하는 만큼 매도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일각에서는 국민연금의 작년 국내주식 목표 비중 17.3%에 맞는 균형점은 2500선이라며 코스피지수 3000선 위에서는 매도물량이 계속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분석한다. 나아가 현재 속도를 감안할 때 연기금이 올해 6월까지 꾸준히 순매도를 이어가고 어림잡아 약 20조원의 잠재 매도물량이 남아 있을 것으로 본다.

장기 자산운용의 수익성과 안정성을 최우선으로 하는 연기금의 특성상 사전에 정한 자산배분 목표 비중을 충실히 이행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는 결과적으로 주식시장을 망가뜨리는 피해를 주고 있다. 마치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프로크루스테스(Procrustes)의 침대’와 같은 상황이다.

프로크루스테스는 지나가는 나그네를 집으로 초대해서 자신의 쇠침대에 눕히고는 몸이 침대 길이보다 짧으면 몸을 늘여서 죽이고, 길면 목이나 다리를 잘라서 죽였다. 프루크루스테스의 침대는 한 기준을 정해 놓고선 융통성 없이 모든 것을 그 기준에 맞추려 하는 상황을 가르키는 말이다. 또한 자기의 생각에 맞추어 남의 생각을 뜯어고치려는 행위나 남에게 피해를 끼치면서까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는 횡포를 말하기고 한다.

마치 프로크루스테스처럼 지금 국민연금은 장기 자산운용 성과를 극대화할 목적으로 미리 세워둔 자산배분 비중에 맞춰 국내 주식시장을 자르고 있다. 증시 호황으로 코스피지수가 국민연금이 미리 세워둔 목표치를 초과한 이상 국내주식을 계속 매도하겠다는 것이다.

연기금의 매도세가 증시 상승세의 발목을 잡자 개인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연기금의 리밸런싱에 대해 비판이 제기됐다. 국민연금이 장기 자산운용에서 성과를 높인다고 해서 자신의 주식투자는 손해를 봐도 괜찮다고 여기는 사람은 없다.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이 자신의 투자에 피해를 끼치는데 불만을 안 가질 순 없다.

연기금의 리밸런싱에 대한 문제는 리밸런싱 자체가 아니라 그로 인해 시장에 주는 충격에 있다. 시장에 주는 충격을 무시하고 연기금이 수십조원에 달하는 매도폭탄을 던지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일이다. 미리 세워둔 자산배분 비중에 맞추기 위해 대규모로 주식을 매도해야 한다면 시장에 충격을 주지 않는 선에서 매도하는 방식을 선택해야 하는데 연기금은 그렇게 하지 않고 지금 ‘프로크루스테스’처럼 행동하고 있다. (☞관련기사: 코스피 8조 코스닥 3412억 팔아치운 ‘무책임한 연기금’)

연기금의 매도세를 두고 비판 여론이 일자 정부는 리밸런싱 방안을 재검토하겠다고 나섰다. 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 위원장)은 지난달 24일 국민연금 기금위 회의 이후 “주가(코스피)가 2000~3000선일 때 리밸런싱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할 것인지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가 검토하고 다음 기금위에 보고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제 증권가는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이 시장에 충격을 덜 주는 방향으로 바뀔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국민연금의 리밸런싱을 언급한 후에도 개인투자자들의 불만은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이하 한투연)는 4일 오전 전주시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 앞에서 집회를 열고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과매도를 규탄하고 나섰다. 한투연은 “국민연금의 사상 유례 없는 연속 매도 행태는 우리 주식시장을 살린 개인투자자에 대한 배신행위”라고 비난했다.

사실 국민연금이 지난해 거둔 9.7%의 기금 운용수익률 가운데 상당부분이 높은 국내주식 수익률에 기인했다. 지난해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수익률은 34.7%로 다른 어떤 부문보다 높았다. 해외주식 수익률은 10.76%에 그쳤다. 국민연금의 국내주식 수익은 동학개미로 불리는 개인투자자들의 역대급 순매수 덕분이라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연기금의 리밸런싱에 개인투자자들을 이용해선 안되고 희생양으로 만들어서도 안된다. 지금 개인투자자들은 연기금의 주식 투매에 총알받이로 이용되고 있다고 분노하고 있다.

국내 주식시장과 국민연금의 운용성과는 공생공존하는 것이지 국민연금 홀로 존재하는 게 아니다. 국민연금의 장기 운용성과가 올라간들 현재 주식시장이 망가지고 자신의 주식투자에서 손실을 입으면 아무런 순이득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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