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자본확충 신한·KB, M&A 대결 예고

신한금융(왼쪽), KB금융 사옥/사진=머니투데이DB

신한금융과 KB금융이 잇달아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하며 자본 여력을 확대하고 있다. 인수합병(M&A)을 위한 사전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손해보험사 인수용으로 해석하거나 한국씨티은행이 매물로 나올 경우에 대비한 것 아니냐는 관측도 있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금융은 6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발행했다. 그 결과 총자본(BIS) 비율이 지난해 말보다 0.24%p 높아진 16.0%, 이중레버리지비율은 2.70%p 개선된 115.1%로 조정됐다.

신한금융은 오는 5월 5억달러(약 5700억원) 규모 외화 영구채도 발행한다. 이렇게 되면 상반기에 발행한 영구채만 1조1000억원대에 이른다. 지난해 9월 홍콩 자본을 대상으로 실시한 1조1582억원 규모 3자 배정 유상증자를 더하면 2조3000억원을 넘어선다. 영구채는 보통주와 마찬가지로 자기자본으로 분류된다. 부채에 의존해 M&A를 시도하는 걸 막는 이중레버리지비율 규제에 효과적으로 활용된다.

KB금융도 최근 6000억원 규모 영구채를 발행했다. 다음 달 중 6000억~7000억원 영구채를 추가로 발행한다. 지난해 푸르덴셜생명 인수 이후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용도를 제외하고 발행한 영구채 물량도 1조2000억원에 이른다. 모두 2조4000억~2조5000억원 규모다.

금융권은 신한과 KB 모두 M&A를 염두에 둔 행보로 분석한다. 그게 아니라면 1.0년 만기 트리플A 등급 은행채 금리가 2.33%에 불과한 상황에서 3%대 영구채를 굳이 발행할 이유가 없어서다.


신한금융의 경우 손해보험이 아쉬운 상황이다. 지난해 매물로 나온 악사손보 인수 후보 0순위로 신한이 거론된 이유다. 인수전에 참여하지 않았지만 신한은 여전히 상위권 손보사를 인수하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KB금융은 KB손보가 있긴 하지만 2위권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다. 매물만 나와준다면 중소형 손보사를 인수한 뒤 양사를 합병하는 방안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신한금융이 오렌지라이프를 인수해 신한생명과 합병시킨 것과 유사하다.

총자산의 경우 지난해 말 현재 신한과 KB 각각 605조원, 611조원으로 차이가 거의 없다. 같은 시점 순이익도 각각 3조4146억원, 3조4552억원으로 비슷했다. 어느 쪽이든 크고 작은 M&A에 리딩금융 지위를 얻거나 내줄 수 있는 상황이다.

IB(투자은행)업계는 매각 가능성이 점쳐지는 씨티은행 인수를 염두에 둔 것일 수도 있다고 본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양사 모두 당국의 이중레버리지 규제 비율(130%)을 충족한 마당에 조 단위 영구채를 찍어내는 건 M&A를 통해 덩치를 키우겠다는 의도”라며 “손해보험사든, 한국씨티은행이든 덩치를 키우는 것이 리딩금융 경쟁의 승패를 가를 변수로 인식하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