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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색출이 대책? '사람' 쫓지 말고 '거래' 잡아라[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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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화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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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12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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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인드 색출이 대책? '사람' 쫓지 말고 '거래' 잡아라[우보세]
"적절치 않은 글을 쓴 사람이 있다고 확인돼 제가 보기에도 참 온당치 않은 행태다. 가능한 방법을 통해 조사해 책임을 묻겠다. 이런 행태는 용서받아서는 안 된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3기 신도시 땅투기 전수조사 결과를 발표한 자리에서 '블라인드'에 부적절한 글을 쓴 한국토지주택공사(LH) 직원을 색출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을 통해 재직 여부를 확인한 뒤 가입하는 앱이다. LH 소속 가능성이 높은 직원들이 블라인드 게시판에 "아니꼬우면 이직해라", "차명거래로 꿀 빨란다", "공부 못해서 못 와 놓고 조리돌림" 등 조롱에 가까운 글을 올리자 정 총리가 색출을 해 책임을 묻겠다고 한 것이다.

정부합동조사단의 1차 조사결과, 신도시에 땅투자를 한 LH 직원이 추가로 7명 나왔다. 확인된 사람만 총 20명이다. 차명거래, 가족거래까지 조사하면 규모는 훨씬 더 늘수 있다. 공공기관 직원이 '묘목심기'까지 하면서 땅 투기를 하고 이를 정당화 하는 글을 공공연하게 올린 것은 분명 비난받아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은 '블라인드 작성자 색출' 수준의 분풀이용에 그친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땅 투기를 하면 '일벌백계'하고 '패가망신' 시키겠다고 하면 과연 근본적인 예방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가 LH 직원의 내부 제보로 세상에 알려졌다는 점이 가장 우려스러운 점이다. "차장·부장 선배들의 해도 너무한 땅투기에 참다 못한 저연차 직원이 제보했을 것"이란 추정이 나온다. LH 직원들의 땅투기는 이같은 내부 제보가 아니면 영영 밝혀질 수 없는 문제였을까.

한국부동산원의 통계정보시스템을 들춰보면 신도시 지정 전후의 토지거래 내역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국민 누구나 이용할 수 있게 공개된다. 지난달 3기 신도시로 지정된 광명시흥 지구를 예로 들면 LH 직원들이 땅을 매입하기 시작한 2017년부터 이 일대 토지거래 건수가 급증했다. 광명시는 2016년까지 1000필지를 밑돌다가 2017년 1036필지, 2018년 1665필지, 2019년 1715필지를 기록했고 지난해 2520필지로 크게 늘었다. 시흥시는 2017년 9243필지로 역대 최대로 거래가 폭증했다.

다른 3기 신도시들도 비슷한 패턴이다. 하남교산의 경우 2018년 12월 472필지를 기록해 전월 228필지보다 2배 이상 늘었고 남양주는 신도시 발표 직전 연도인 2017년 12월 1321필지가 거래돼 월간 역대 최대 거래량을 보였다.

물론 수상한 토지거래를 모두 LH 직원이 했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대규모 개발계획 발표 전후 해당 지역에서 거래가 폭증했다면 국토부나 LH 등 관계 기관이 한번쯤 들여다봤어야 하는 일이다. 투기를 잡아낼 수 있는 '재료'는 이미 충분한데, 이를 걸러낼 시스템이 없었다는 게 문제다.

투기적인 거래가 급증하면 곧바로 잡아내는 시스템은 주식시장엔 진작에 도입됐다. '주의-경보-위험' 등 3단계의 조기경보 시스템을 통해 특정 종목이 단기간 과열되거나 거래가 이상 급증하면 단계적으로 거래 제한 조치가 내려진다. 필요할 경우 이상거래 원인도 밝혀낸다.

그런데 국민 자산의 70%를 차지하는 부동산 시장에는 이같은 시스템이 없다. 정부는 부동산거래분석원을 만들어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뒤늦게 발 벗고 나섰으나 더불어민주당 조차도 "과도한 재산권 침해"라며 힘을 실어주지 않았다. 관련법은 국회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땅 투자를 한 '사람'을 쫓는 대책은 단기적으로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지나면 다양한 꼼수가 통해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다. 결국 투기적인 거래를 사전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이상거래가 포착되면 곧바로 꼬리가 밟히는 예상 시스템이 있어야 '땅투기'가 뿌리 뽑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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