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바사 빚투에 규제 전 가수요…신용대출 다시 들썩

잦아들었떤 빚투, 다시 꿈틀?/그래픽=이지혜 디자인기자

규제 영향으로 쪼그라들었던 신용대출이 최근 다시 증가세로 돌아섰다. SK바이오사이언스가 공모주 청약 역사를 새로 쓰면서 잠잠했던 ‘빚투’(빚내서 투자) 움직임이 살아났다. 추가적인 대출 규제가 예고되면서 가수요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5대 은행에서는 지난 1~10일 동안 신용대출 잔액이 5조원가량(4조8128억원) 늘었다. 전월대비 증가폭이 역대 최대였던 지난해 11월(4조8495억원)과 비슷하다. 지난달 말 135조1844억원이었는데 지난 10일 기준 139조9972억원으로 140조원에 가까워졌다.

같은 기간 마이너스 통장(한도대출) 잔액도 증가했다. 지난달 말 46조7645억원에서 지난 10일 기준 51조6886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A은행에서는 이달 들어 하루 평균 632건의 마이너스 통장이 새로 개설됐고 하루 평균 204억원의 대출이 추가로 나갔다.

지난해 증가세가 가팔랐던 신용대출은 정부와 은행권이 한도 축소 등으로 규제에 나서자 최근 수개월 동안 안정세를 보였다. 지난달 5대 은행 잔액은 전월보다 556억원 줄었다. 은행들이 신용대출 한도를 5000만원 축소하는 등의 방법으로 대응한 결과다.

이처럼 신용대출 잔액이 최근 들어 다시 많아진 것은 공모주 청약에서 대흥행한 SK바이오사이언스 효과로 풀이된다. ‘빚투’를 마다하지 않은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지난 9~10일 공모주 청약 접수 결과 증거금은 역대 최대인 63조6198억원을 기록했다. 일반 청약 신청 건수도 239만8000건으로 역대 최다였다.


아울러 신용대출을 비롯한 가계대출 추가 규제가 예고된 영향도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정부 규제가 시행되기 전 대출을 미리 받아 두자는 수요가 적지 않았던 것이다. 추가 규제, 시장금리 상승 등과 맞물려 대출 금리 상승 전망에 무게가 실리면서 가수요도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은행권 가계대출 금리는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으로 오름세를 보였다.

금융위원회는 조만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강화하는 내용의 가계부채 관리 방안을 발표한다. DSR은 개인이 받은 모든 대출의 연간 원리금을 연소득으로 나눈 비율을 가리킨다. 현재는 은행별 평균치로 DSR 40%를 맞추면 되지만 앞으로는 개인별 40% 기준을 적용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신용대출은 매월 원리금을 갚는 형태로 바뀔 전망이다. 현재는 만기까지 매월 이자만 내다가 일시에 원금을 상환하는 방식이 일반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도 규제를 예고한 시점에 앞서 대출이 크게 늘었다”면서 “대출 잔액이 증감을 반복하지만 금융당국과 은행권이 월별 관리도 강화한 만큼 아직 걱정할 만한 흐름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