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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보세]식품업계의 '중국 주의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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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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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1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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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보는 세상]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요즘 음식점에 김치가 남아돈다고 한다. 밑반찬으로 내놓는 김치를 손님들이 먹지 않는 까닭이다. 이를 두고 언론에선 '중국발(發) 김치파동'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식당들은 가뜩이나 코로나19(COVID-19) 사회적 거리두기 영향으로 감소한 손님이 더 줄어들까 걱정이다. 국내에 수입되는 김치의 99.9%가 중국산이고, 음식점 대부분이 이 김치를 쓴다. 국내산 김치를 쓰려면 중국산보다 비용을 5~7배 더 지불해야 한다. 영세한 자영업자가 '공짜 반찬'에 비용을 더 쓰기엔 여러모로 부담스럽다. 이러다보니 국산 김치를 쓰는게 자랑인 시대가 됐다.

김치 파동의 발단은 '중국에서 배추를 대량으로 절이는 방법'이라는 영상이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알려지면서였다. 땅을 파고 비닐을 씌워 대형 수조를 만들고 거기서 대량의 배추를 구정물같은 혼탁한 소금물에 절이는 상황이 보여지는데, 그 과정이 매우 비위생적이다. 한 남성이 알몸으로 배추를 옮기고 녹이 슨 굴삭기가 배추를 휘젖는다. "몰랐으면 모르고 먹었겠지만 알고나면 김치가 보일 때마다 떠오르니 도저히 먹을 수 없다"는 지인의 말은 왜 식당서 김치를 먹지 않는지 설명해준다.

중국발 김치파동의 불똥은 이곳저곳으로 튀었다. 첫 표적은 배우와 드라마 제작사였다. 중국 브랜드 '즈하이궈'가 최근 방영 중인 tvN 드라마 '빈센조'에 비빔밥 PPL(간접광고)을 진행했는데, 중국이 김치와 한복을 중국의 역사에 편입시키려는 마당에 우리 드라마에 중국 비빔밥까지 홍보해야 되겠냐는 비난이 커졌다.

불은 기업으로도 옮겨붙었다. 이 비빔밥에 들어가는 김치가 대상 '청정원'의 김치로 확인되면서다. 즈하이궈와 청청원이 합작사를 만들고 함께 비빔밥을 만들었다는 의혹까지 나왔다. 이슈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대응하지 않기로 했던 대상은 논란이 확산되자 급히 전략을 수정했다. 합작한 바 없고 개발이나 PPL에도 관여하지 않는 단순납품에 불과했단 해명이 하루만에 나왔다.

김치는 아니지만 중국과 연관돼 홍역을 치르고 있는 사례는 얼마전에도 있었다. '갓뚜기'라는 애칭으로 국민적 지지를 받는 오뚜기가 100% 국내산으로 표시해 판매하는 건미역 제품에 10년간 중국산 미역이 혼입됐단 의혹이다. 오뚜기에 미역을 납품해온 하청업체가 국내 미역을 중국으로 보낸 뒤 일부를 현지에서 매각하고, 그 만큼을 중국산 미역으로 채워 국내에 들여왔단 의혹으로 해경의 조사를 받고 있다. 상황이 번지자 오뚜기는 이례적으로 사과문을 내고 제품 회수에 들어갔다. 이 사건으로 오뚜기는 '착한기업' 이미지에 스크래치가 났다.

김치 파동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대상 청정원(종가집) 뿐 아니라 풀무원, CJ 비비고 등이 중국어판 홈페이지에 김치를 '파오차이(泡菜)'로 표기한 것이 알려지면서다. 우리 고유음식을 판매하면서 김치를 부정했다는 비난이 따른다.

기업 입장에선 억울할법 하다. 중국 정부는 자국내 판매 김치를 'KIMCHI'로 판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어서다. 때문에 우리 기업은 울며 겨자먹기로 '한국식 파오차이'(韓式泡菜)로 표기하고 있지만 국내 소비자들 눈엔 성에 차지 않는다. 식품기업 입장에선 국내 시장이 이미 포화됐고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으로 사업확장도 어려운 상황에서 글로벌 시장은 생존과 직결돼있다. 이미 수천억원의 투자를 한 기업에 손실을 강요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영상 하나로 번진 김치파동에 기업들은 이래저래 난처해졌다.

다행스러운 점은 중국을 비롯해 세계에서 점차 'K푸드'의 우수성을 인정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일례로 중국의 경우 한국 식품은 안전하고 고급스럽다는 인식이 있고, 한국과 연관시키면 매출이 오른다는게 중국 마케팅 담당자들의 공통된 인식이다. 미국에서도 인기 식품 브랜드로 한국 기업이 부각되고 있다. 동남아에선 일찌감치 현지화에 성공한 브랜드가 있고, 유럽에서도 한국 식품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추세다.

'중국과 얽히면 혼쭐난다'는 흉흉한 분위기라지만 이럴때일수록 식품기업은 사실을 제대로 알리고 소비자의 이해를 구해야 한다. 해외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배경엔 까다로운 국내 소비자 검증이 체력을 기르는 계기가 됐음을 부정하기 어렵다. 다른 곳은 몰라도 식품기업은 솔직해야 한다는게 국민 정서다. 이번 파동이 식품기업에겐 글로벌 시장 확대를 위한 예비고사인지 모른다.

 /사진=지영호
/사진=지영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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