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조원 몰린 채권형 펀드…증시 조정 피하려다 손실 입는다

임종철 디자이너 /사진=임종철 디자이너

증권시장이 조정기에 들어가면서 중위험중수익 상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채권형 펀드가 '투자 대피처'가 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그러나 장기물 채권형 펀드는 금리 상승기에는 오히려 손실을 입을 수 있어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

19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국내 채권형 펀드에는 1조9500억원이 몰렸다. 국내 주식형펀드에서 2조6500억원이 유출된 것과 대비된다.

채권형 펀드는 듀레이션(잔존만기)까지 채권을 보유하고 있으면 이자 수익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듀레이션 전에 환매를 하게 되면 채권을 중간에 시장에서 팔게 돼, 채권 가격 하락만큼 손실을 보게 된다. 채권 가격은 금리 상승과 반비례한다. 요즘 같은 채권 금리 상승기에는 평가 손실을 입을 수 있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장기국공채증권자의 올초 이후 수익률은 -3.78%(한국펀드평가 기준)다. 이 펀드의 타겟 듀레이션은 12년이다. 평균 듀레이션이 7~8년인 삼성ABF Korea인덱스도 -2.33%을 기록하고 있다.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가 올 초 0.91%에서 현재 1.7%대까지 급격히 상승하고 있다. 이 여파로 국내 10년물 국채금리도 연초 1.723%에서전날 2.15%까지 뛰었다. 미국 10년물 국채금리가 올해 2%를 돌파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국내 금리도 추가 상승이 예상된다.

다만 1년 미만의 단기물의 경우 이자 수익을 보전할 수 있어 금리 상승 여파에 비교적 자유롭다.


실제로 자금이 몰린 채권형 펀드는 KTB1등단기채권CF(1040억원), 우리단기채권A(815억원), 한국투자e단기채ESGCW(687억원) 모두 듀레이션 1년 미만이다. 이들 펀드의 올초 이후 수익률은 0.3%대다.

해외 채권형 펀드는 국공채를 주로 담는 국내 채권형 펀드와 달리 공격적인 투자 전략이 인기를 끌고 있다.

연초 이후 자금이 가장 많이 유입된 해외 채권형 펀드는 블랙록글로벌채권오퍼튜니티C(300억원), 베어링월지급글로벌하이일드[H]A(243억원), AB월지급글로벌고수익A(209억원) 순이다. 연초 이후 수익률은 각각 -0.1%, 1.61%, 0.05%다. 세 상품 모두 하이일드 채권을 전액 또는 일부 편입하는 펀드다. 월지급식은 매월 분배금을 받아 투자 수익을 조금씩 실현하며 위험을 줄일 수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시중 금리가 상승하면 하이일드 채권 가격도 하락할 수 있지만, 신용도가 상대적으로 낮은만큼 이자 수익이 높다"며 "경기가 회복된다면 기업들의 이익 회복으로 안정적인 이자 수익을 얻을 수 있어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해외 채권은 환율 노출형일 경우 환율 변동에 따라 손익이 발생할 수 있고, 운용보수도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에 주의해야 한다. 특히 하이일드 채권의 경우 이자 수익이 높으면서도 상대적으로 건전한 기업을 선별하는 것이 운용사의 능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