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식당 사장님이 주차해 주다 '쾅', 보상은 누가?

#. 30대 직장인 고지석씨(가명)는 얼마전 단골 식당에 밥을 먹으러 갔다가 이중 주차를 했다. 주차 공간이 협소한 식당이라 흔히 있는 일이었는데, 한창 밥을 먹던 중 고씨의 차량 때문에 다른 손님의 차가 나가지 못하게 됐다. 음식점 사장인 김우혁씨(가명)는 단골손님인 고씨의 편의를 위해 고씨에게 차키를 받아 대신 차를 빼주러 나갔다가 그만 인도를 걷던 행인을 치는 사고를 내고 말았다. 고씨는 몇년전 발렛파킹 주차요원이 차를 빼주다 사고를 냈을 때 자신의 자동차보험회사가 아닌 발렛파킹 업체 측에서 처리했던 기억이 떠올라 이번에도 일단 보험사에 사고 접수를 했다. 하지만 보험사에서는 피해자에 대해 고씨의 대인배상 담보에서 보상을 해줘야 한다고 했다. 두 사고 모두 남이 주차를 대신 해주다 난 것인데, 이번에는 고씨에게 책임이 있다고 한 이유는 뭘까.

결론부터 말씀하면 차량을 운전한 김씨가 발렛파킹 업체의 주차요원과 같은 '자동차 취급업자'였다면 고씨에게는 손해배상책임이 없고, 고씨의 보험사도 약관상 면책에 해당하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김씨는 고씨가 차량 사용을 허락한 '승낙피보험자'에 해당하기 때문에 고씨는 '차량에 대한 운행지배와 운행이익을 완전히 상실했다'고 보기 어렵다. 즉, 고씨는 식당 주인 김씨에게 차량을 위탁한 것이 아니라 차량 사용을 단순히 허락한 행위를 한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에 손해배상은 고씨의 자동차보험으로 처리하게 된다.

지인에게 차를 빌려주거나 또는 주차, 대리운전 등을 위해 다른 사람에게 본인의 차키를 넘겨 줄 때는 그 행위가 자동차 취급업자에게 '위탁'한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본인이 책임이 있는지 여부도 달라진다. 예를 들어 고씨가 발렛파킹 업체의 주차요원에게 주차를 맡긴 경우는 위탁에 해당한다. 자동차보험 약관 상 자동차취급업자는 ‘자동차정비업, 대리운전업, 주차장업, 급유업, 세차업, 자동차판매업, 자동차탁송업' 등 자동차를 취급하는 것을 업으로 하는 자를 말한다. 이들이 차주와 유상 쌍무계약, 즉 돈을 받고 차량을 받았다면 운행 혹은 관리 중 발생한 사고의 배상책임은 자동차 취급업자가 진다.


반면 음식점 주인 김씨의 경우처럼 단순히 고씨의 편의를 위해 차키를 받아 주차를 대신 해줬을 경우, 이때의 김씨는 자동차 취급업자가 아니라 고씨에게 차량 사용을 허락 받은 단순한 승낙피보험자다. 판례 등에 따르면 음식점 등에서 주차요원을 일상적으로 배치했다면 음식점 등에서 보상을 해야 하지만 일상적으로 주차대행을 하지 않는 식당 등에서 우발적으로 주차 대행이나 관리가 이뤄진 경우는 차주에게 사고의 책임이 인정된다.

또 상황에 따라 판단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일상적으로 배치된 주차요원에게 차키를 맡겼더라도 식당 방문 목적이 식당 주인과의 사업이나 친교 목적 등 식사라는 본연의 목적이 아니라면 위탁이 아니라 사용을 허락한 행위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다. 자동차를 매개로 한 비용지불(유상 쌍무계약)이 이뤄졌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참고로 자동차 취급업자가 낸 사고는 차주에게 배상책임은 없지만, 자동차보험 약관상 '대인배상Ⅰ' 담보를 통해서는 피해자 보호를 위해 손해배상 보험금이 지급된다. 다만 이는 차주의 100% 무과실 사고이기 때문에 사고건수 집계에 포함되지 않고, 보험료로 할증되지 않는다. 이와 달리 승낙피보험자가 낸 사고는 사고건수 집계와 보험료 할증에 영향을 미친다. 상황에 따라 '대인배상Ⅰ' 담보를 초과하는 손해배상금에 대해서는 '대인배상Ⅱ' 담보에서도 보상이 나가거나 본인이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현대해상 관계자는 "식당 등에서 주차를 위해 다른 사람에게 차키를 맡길 때에는 그 행위가 '위탁'에 해당되는 것인지 잘 따져봐야 한다"며 "정식 발렛파킹 업체에 소속된 주차요원이나 또는 고정적으로 배치된 주차요원일 경우에는 위탁으로 판단될 가능성이 높지만, 단순히 편의를 위해 식당 주인이 대신 주차를 해준다고 할 때에 본인도 사고시 배상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