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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인도도 허용했는데…홀대 받는 K스타트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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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민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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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3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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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리포트] 복수의결권-정치에 발목 잡힌 '유니콘'의 꿈 (下)

[편집자주] 벤처·스타트업 창업자의 경영권 우려를 덜어 경영과 기술개발에만 몰두할 수 있게 돕는 복수의결권 제도의 도입이 차일피일 미뤄지고 있다. 벤처업계에서는 글로벌 벤처 강국이 대부분 도입한 복수의결권 제도의 국내 도입이 늦어질 경우 지난해 코로나19(COVID-19) 경제위기 속에서도 사상최대 투자 규모를 기록하며 경기회복을 이끈 '제2의 벤처붐'이 꺼질까 노심초사 하고있다.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과 도입에 따른 명암을 알아본다.


"이대로면 K유니콘 엑소더스"…벤처업계 "복수의결권 도입 시급"


중국·인도도 허용했는데…홀대 받는 K스타트업
'구더기 무서워서 장 못 담궈서야 되겠어요?'

벤처기업에 대한 '복수의결권' 허용이 차일피일 미뤄지자 벤처·투자업계의 불만과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하루라도 빨리 고성장 벤처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성장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벤처투자가 사상 최고 수준인 4조원을 훌쩍 넘긴 상황에서 창업주가 안정적으로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업계에선 복수의결권의 허용 여부에 따라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들의 '코리아 엑소서스'가 가속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최근 미국 뉴욕거래소에 상장한 '쿠팡'의 김범석 의장도 미국행을 선택한 주요 요인 중 하나로 복수의결권을 꼽았다. 쿠팡에 이어 마켓컬리를 운영하는 컬리 등 벤처·스타트업들도 이런 이유들로 미국행을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벤처·투자업계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 처리' 한 목소리

혁신벤처단체협의회는 22일 공동성명서를 내고 '복수의결권 허용 법안'의 국회 통과를 서둘러 달라며 한 목소리로 촉구했다. 미국과 중국뿐 아니라 세계 주요 증권거래소에서는 모두 복수의결권 제도가 허용된 반면 국내만 제한한 탓에 경쟁력이 약화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협의회는 "비상장 벤처기업 창업자에게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기업법 개정안이 지난해 말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현재 국회 입법과정에 있다"며 "이 법이 시행되면 창업자가 안정적인 경영권을 기반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어 벤처기업이 대규모 투자를 받아 유니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협의회는 벤처기업협회와 이노비즈협회, 한국벤처캐피탈협회, 한국액셀러레이터협회, 한국엔젤투자협회, 한국여성벤처협회, 한국인공지능협회, 한국핀테크산업협회, IT여성기업인협회 등 16개 단체로 구성됐다.

복수의결권 제도 도입은 국내 투자·회수시장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협의회는 "글로벌 벤처 강국인 미국과 중국, 런던·뉴욕·나스닥·독일·도쿄 등 세계 5대 증권거래소 모두 복수의결권 제도를 도입해 혁신기업의 상장을 유도하며 디지털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있다"며 "국내에서는 상법·한국거래소 상장규정 모두 복수의결권을 허용하지 않아 글로벌 경쟁에 뒤쳐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재벌 대기업의 세습수단 악용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계류중인 법안에 제도적 장치가 이미 마련돼 있다고 지적했다. 협의회는 "일부 시민단체와 정치권이 반대하고 있지만 국회에 상정된 도입방안에는 이러한 우려를 방지하기 위해 엄격한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며 "벤처·스타트업 업계는 향후 복수의결권이 재벌 대기업의 세습수단으로 악용되지 않도록 감시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까다로운 복수의결권 요건…10년 기간 제한·상장 시 보통주 전환

업계에서는 복수의결권 허용안의 세부적인 내용들에 대해서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적용 대상·요건·기간 등 세부적인 제한 조치들이 너무 엄격하다는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현재 입법 추진 중인 법안은 비상장 벤처기업으로 범위가 한정된다. 보유 대상도 창업주이면서 최대주주(지분 30% 이상)로 현재 회사를 경영하는 경우에만 허용한다. 상속·양도, 사임 시 해당 주식은 보통주로 전환(일신전속)된다. 존속기간은 최대 10년으로 제한되고, 상장 후에는 남은 기간에 상관없이 보통주로 전환된다. 다만 상장 시에는 3년간 전환 유예기간을 부여한다. 또 대기업 등 공시대상기업집단에 편입될 경우에도 보통주로 바뀐다.

미국, 중국 등 복수의결권 제도를 도입한 해외 국가에서는 상장 여부에 따른 제한 조항은 두지 않았다. 구글의 지주사인 알파벳이나 페이스북 등은 물론 최근 5년 새 상장한 기술기업 10곳 중 3~4곳(35.8%)이 복수의결권 구조를 갖고 있다. 워렌 버핏의 버크셔해서웨이는 A주의 의결권이 보통주(B주) 대비 1만배로 설정돼 있을 정도다.

국내외 스타트업 100여곳을 발굴·육성해 온 한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대표는 "복수의결권은 자율주행차, 로봇, 플랫폼 등 대규모 설비·기술투자가 필요한 업종의 기업에는 반드시 필요한 장치"라며 "실제로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한 시점에서 지분 희석을 걱정해 투자를 안 받거나 유예하는 일들이 생긴다"고 지적했다.

국내 한 중견벤처캐피탈(VC) 대표도 "표면적으로만 보면 복수의결권이 오히려 투자 저해 요인이 될 수 있지만 국내 벤처생태계에서는 반만 맞고 반은 틀린 얘기"라며 "국내 벤처는 창업자나 소수 창업팀의 역량이 회사의 핵심경쟁력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정 단계 이상까지는 안정적인 경영권을 지켜주는 게 필요하다"고 했다.

이민하 기자




복수의결권, 유니콘 배출 1~4위 나라는 이미 다 있다




중국·인도도 허용했는데…홀대 받는 K스타트업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비상장 기업을 뜻하는 '유니콘 기업'. 보유한 유니콘 기업의 수를 기준으로 1~4위인 미국, 중국, 영국, 인도는 모두 복수의결권 제도를 허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창업이 늘어나고 초기상태의 대규모 벤처투자도 활발해지면서 창업가의 경영권 보장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구글 창업자, 지분 11% 뿐이지만 의결권은 52%

복수의결권이 가장 활발하게 사용되는 곳은 미국이다. 미국은 기업의 주식당 의결권 수를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상장 시에도 복수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유지할 수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2015년부터 2019년까지 미국에 상장한 기술 스타트업 중 복수의결권 구조를 활용하고 있는 기업 비중은 35.8%에 달한다.

대표적 사례가 구글이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은 공동창업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보유한 'B클래스' 주식에 1주당 10배의 의결권을 부여했다. 두 창업자는 이를 통해 지분을 11.4%만 보유하면서도 51.5%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페이스북, 핏빗, 고프로, 돌비 등 다른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창업자에게 최대 10배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부여하고 있다.

유럽에서도 프랑스, 네덜란드, 핀란드, 영국 등이 1주당 2배 이상 의결권을 가진 주식 발행·상장을 허용하고 있다. 프랑스와 이탈리아는 2년 이상 주식을 보유한 경우 자동으로 의결권을 2배로 증가시키는 '테뉴어 보팅'(종신 의결권)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투기적 주식투자를 막기 위해 도입된 제도지만 스타트업들은 이를 통해 복수의결권 효과를 내고 있다.

中, 알리바바 美상장에 '충격'…2018년부터 "전격허용"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 범 중화권은 2018년부터 복수의결권 주식의 상장을 허용했다. 이전까지는 발행은 가능했으나 상장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2005년 바이두를 시작으로 2014년 알리바바까지 중국의 대형 IT(정보기술) 기업이 잇따라 미국 증시에 상장하면서 중국 정부가 제도 개정을 서둘렀다. 특히 2013년 홍콩증권거래소에서 복수의결권을 이유로 상장이 거부된 알리바바가 2014년 뉴욕증시에 상장하면서 시장에 충격을 안겨줬고 2018년 관련법이 전격 개정됐다.

인도도 2019년 복수의결권 주식의 상장을 허용했다. 인도는 홍콩·중국 등과 마찬가지로 복수의결권 발행은 허용됐으나 상장이 불가능하던 국가였다. 그러나 창업 열풍이 거세지자 2019년부터 IT·지식재산권·바이오 등 기술스타트업에 한해 복수의결권 구조의 상장을 허용했다.

독일과 이스라엘 등은 복수의결권에 소극적이지만 우리나라처럼 전면 금지된 방식은 아니다. 독일은 복수의결권 주식의 발행·상장을 모두 금지하고 있지만 1주당 1 미만 소수점 의결권을 부여하는 '부분의결권' 주식발행은 허용해 복수의결권과 유사한 효과를 주고 있다. 이스라엘의 경우에도 복수의결권 구조에서의 상장은 금지하지만 비상장 상태에서의 복수의결권 주식 발행은 허용하고 있다.

최수정 중소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유니콘기업 배출 수 상위권 국가들이 모두 복수의결권 주식발행·상장을 허용하고 있다는 사실은 혁신성장을 위해 우리나라도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는 점을 시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고석용 기자



"테슬라 PER1000배가 가능한 이유? 창업자의 '꿈' 키워줄 ◇◇◇덕분"



차등의결권 도입'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 인터뷰

중국·인도도 허용했는데…홀대 받는 K스타트업
"테슬라의 PER(주가수익비율)이 1000에 육박한 이유는 일론 머스크라는 경영자의 철학에 '투자'해서다. 창업자도, 투자자도 꿈에 '베팅' 하는 즐거운 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지난 5일 국회 의원회관 사무실에서 만난 강훈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회에 상정된 ‘벤처기업 육성에 관한 특별조치법 개정안(이하 벤처특별법 개정안)’을 설명하기 앞서 국내 증시와 미국 증시의 차이점이 있다며 이같이 설명했다.

전통적 실적 기반의 PER대신 테슬라 같은 미래 가치에 투자하는 PDR(Price to Dream Ratio) 개념까지 우리 증시에 도입해 볼만하다는 설명이다.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정해 1주당 10의결권의 주식 발행을 허용하는 ‘벤처특별법 개정안’은 국회에 계류 중이다.

지난해 12월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국회로 온 정부안이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소위원회에서 본격 논의된다.

개정안이 국회 도착하는 사이 뉴욕 증시 상장을 결정한 쿠팡 소식에 이 개정안도 함께 ‘핫이슈’가 됐다. 쿠팡 모회사이자 실질 상장법인인 쿠팡LLC는 주식을 클래스A와 클래스B, 두 개로 발행한다. 김범석 의장은 전량 ‘클래스B’ 주식을 갖게 되는데 1주당 29배의 의결권이 부여됐다.
중국·인도도 허용했는데…홀대 받는 K스타트업
강 의원은 “한국 상장주식의 평균 PER가 15배 수준인 반면 뉴욕 증시 평균은 25배로 보고 있다. 일명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며 “비상장 벤처기업에 한해 복수의결권을 부여하는 벤처특별법 개정안은 국내 스타트업이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는 일종의 ‘기능 추가’”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서 언급한 테슬라 PER이 1000이라는 건 주가가 실적에 비해 높다고 해석할 수도 있고 주가가 기업의 꿈을 따라가는 거로 볼 수도 있다”며 “IPO(기업공개)를 준비하는 벤처기업의 창업자와 VC(벤처캐피탈), 그리고 개인투자자들에 새로운 ‘선택지’를 추가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고 말했다.

예컨대 초기 스타트업은 투자 유치로 성장을 이어나갈 수밖에 없다. 외부 자본 유입은 필연적으로 창업자 지분 희석을 동반한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주주총회 특별결의는 전체 의결권의 3분의 2, 즉 66.66% 가 필요하다보니 창업자들은 최소 34% 지분을 지켜야 한다는 부담과 책임감 그리고 두려움을 갖는다.
중국·인도도 허용했는데…홀대 받는 K스타트업
아이러니하게도 이 ’부담’과 ‘두려움’이 유니콘 기업의 탄생을 가로막게 된다. 복수의결권제도는 스타트업들이 상장 전까지 지분 희석을 최소화하면서 자본을 끌어올 수 있는 제도다.

강 의원은 “동료 의원 10명과 함께 국회 내 스타트업 지업센터 ‘스타트업팜’을 만들고 소카(SOCAR), 마켓컬리와 같은 유명한 벤처뿐만 아니라 창업 1~2년차인 초기 기업들을 꾸준히 만났다”며 “복수의결권 도입에 목 말라하고 있는 걸 알게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낯선 제도이고 아직은 VC의 눈치를 보며 공개적으로 입장 표명이 어렵다고들 했다”면서 “이런 지점에서 공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복수의결권이 도입되면 재벌의 편법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의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에 “전혀 아니다”라고 잘라말했다.

강 의원은 법안의 ‘단어 하나만 바꾸면’ 재벌도 수혜를 입을 수 있지 않냐는 우려가 많다는 질문에 “재벌 특혜가 될 수 있는 ‘단어 하나 안 바꾼다’고 확실히 답하겠다”며 “지금 국회는 국민이 보는 앞에서 그런 엄청난 장난을 칠 수 없다. ESG(환경·사회적책임·지배구조)가 화두인 자본시장에서 정당하지 않은 부의 세습을 그냥 지켜볼리 만무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상속·양도할 때 복수의결권주식을 보통주로 전환하는 의무 조항을 ‘안전장치’로 넣어놨다”며 “영구적 지배권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복수의결권의 존속기간도 최장 10년 한도로 제한된다. IPO 후에는 3년간의 유예기간만 주고 그 다음에는 모두 보통주로 전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하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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