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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의 아포리아]미얀마 민주화의 국제적 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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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남국 고려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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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4 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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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국의 아포리아]미얀마 민주화의 국제적 요인
아포리아는 그리스어의 부정 접두사 아(α)와 길을 뜻하는 포리아(πορο?)가 합쳐져 길이 없는 막다른 골목, 또는 증거와 반증이 동시에 존재하여 진실을 규명하기 어려운 난제를 뜻하는 용어. '김남국의 아포리아'는 우리 사회가 직면한 여러 문제에 대해 지구적 맥락과 역사적 흐름을 고려한 성찰을 통해 새로운 해석과 대안을 모색한다. [편집자주]

2021년 미얀마의 상황을 담은 사진들과 1980년 5·18민주화운동을 찍은 사진들을 비교하면 그 유사함에 놀란다. 두 상황은 기본적으로 군사쿠데타에 저항하는 시민들의 민주화 시위고 군의 총격과 물리적 폭력에 의해 반인도적 범죄가 자행되는 현장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미얀마 시민들의 희생이 벌써 200명을 넘어서면서 국제사회의 지지에 희망을 거는 점도 5·18민주화운동과 닮았다.
 
국내 상황을 세계에 알려 국제문제화하고 국제여론의 지지를 지렛대로 활용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20세기 이후 민주화의 역사를 보면 주요 변수로서 국제사회의 역할은 항상 한계가 있었다. 5·18민주화운동에서도 시민들은 미국의 역할을 기대했지만 계엄군의 출동에 미국의 암묵적인 동의가 있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이후 사회운동에 반미 흐름이 생겨났고 민족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주장하는 주사파가 등장했다.
 
미얀마 시민들 역시 국제사회의 개입을 기대하지만 유엔 안보리는 군부에 대한 규탄성명만 발표했을 뿐 아직 행동하지 않고 있다. 국가가 집단학살, 전쟁범죄, 반인도범죄, 인종청소로부터 자국민의 보호에 실패했을 때 국제사회가 적절한 집단행동으로 개입해야 한다는 ‘보호책임’ 규범이 2000년대부터 자리 잡았다. 그러나 국제법상 절차적 정당성을 확보하고 개입한 경우라도 실제 민간인 보호라는 원래 목표를 달성한 적은 드물다. 리비아의 경우 2011년 유엔 안보리 결의안을 바탕으로 국제사회가 개입했지만 3개 세력의 내전으로 무정부상태가 지속되면서 오히려 인도주의적 개입이라는 애초 목표와 멀어졌다.
 
미국 주도로 유엔 안보리의 결의안 없이 개입한 1999년 코소보나 2003년 이라크의 경우 의회의 승인이 힘든 지상군 역할보다는 무차별적 공중폭격을 중심으로 개입을 확대하면서 결국 현지의 민간인 보호라는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고 군사작전 종료 이후에는 내전상황과 재건사업에 막대한 재원을 투입하다가 상흔을 안고 후퇴해야만 했다. 이런 경험들은 국제사회가 국제여론을 통한 지지와 비군사적 제재, 군사적 관여로 이어지는 단계적 개입의 경로를 망설이는 요인이 된다.
 
다시 말해 민주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지지는 중요하지만 직접적 규정력으로서 한계가 있고 결국 국내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투쟁과 이를 묶어낼 대안세력의 존재 여부가 중요한 변수가 된다. 또한 경제발전에 따른 민주화의 자동적 진전보다는 각 주체의 전략적 선택에 따른 우연의 결과로 민주화가 좌우된 경우도 많다. 예컨대 아웅산 수치가 국제사회의 지지 아래 군부 입장에서 외면할 수 없는 민주화의 구심점일 때가 있었지만 로힝야족 인권탄압에 대한 침묵으로 국제사회의 지지를 잃으면서 군부의 쿠데타 결심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특히 민주화 과정에서 기존 세력과 타협을 통한 온건한 이행은 과도기를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궁극적으로 기득권 세력의 온존과 부패로 이어져 근본적 개혁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미얀마 시민들은 이미 1988년과 2007년 치열한 민주화 시위를 벌였고 2015년 민주정권을 수립하는 데 성공했다. 그러나 다시 이를 무너뜨린 군사쿠데타를 저지해야 하는 상황이 됐다. 자신들의 몫을 감당해내고 있는 미얀마 시민들께 경의를 표하며 아시아 시민과 국가들이 먼저 대화와 봉쇄를 포함한 다양한 방법으로 국제적 연대와 지지를 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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