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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재난에 대비하는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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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4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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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성백 예보 사장/사진제공=예보
위성백 예보 사장/사진제공=예보
2019년 개봉되어 900만이 넘는 관객을 모았던 영화 '엑시트(Exit)'의 한 장면이다. 고층건물 안에 유독가스가 퍼져 사람들이 옥상으로 피하려고 했으나 옥상 문은 굳게 닫혀 있다. 한 사람이 외벽 클라이밍 통해 옥상으로 가서 문을 열고, 사람들은 극적으로 구조헬기를 타고 대피한다. 사람들이 겨우 목숨을 건지긴 했지만, 외벽 클라이밍도 너무 위태로웠고 더구나 그럴 사람까지 없었다면 끔직한 결과로 이어졌을 것이다. 갑자기 발생한 재난에 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이다. 이 영화의 흥행으로 재난 대비용 옥상 공간의 접근성이 재조명된 바 있다.

발생 시점을 예상할 수 없는 재난에 대비하는 최상의 방법은 위기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가능한 한 다양한 대응 방식을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금융위기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예금보험공사는 작년 미증유의 코로나19(COVID-19) 위기 상황에서 실물경제의 급격한 침체가 금융시장으로 전이될 가능성을 면밀히 분석하는 한편, 적시에 부실을 정리할 수 있도록 위기대응능력을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2011년 저축은행 사태의 경험 등을 바탕으로 금융위기 시 원활한 지원자금 조달과 운용을 위해 예금보험기금 운용 비상계획을 보완하였다.

지난 2011년 다수의 저축은행이 부실화됨에 따라 예금보험공사는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위해 5년간 총 27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하였다. 특히, 지원 자금 수요가 일시적으로 몰렸던 2011년 2월 1조원에 가까운 자금을 예금보험기금이 운용 중인 국공채를 매각하여 조달하였고, 이 과정에서 채권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

그간 예금보험기금은 국공채와 은행 예치금 등 국내 안전자산으로만 운용되어 왔다. 만약 은행권에 금융위기가 발생하여 대규모 자금조달이 필요할 경우, 단기간의 대량 국고채 매각은 채권시장에 다시 악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경제 규모가 커진 만큼 채권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2011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도 있다.

또한, 예금보험기금의 예치금 인출이 예치 은행의 유동성에 문제를 초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예치금 인출도 쉽지 않을 수 있다.

이 때문에 국내 금융시장의 영향을 최소화하고 예금보험기금의 위기 대응력을 높이기 위해 운용자산 다변화 방안들이 논의되고 있다. 이러한 방안 중의 하나로 미국 국채 등 해외 안전자산 투자로 기금운용을 다변화한다면 국내 위기 상황에서 운용자산의 가치 하락 없이 안정적인 구조조정 자금을 조달할 수 있다.

아울러 부가적으로 환율 변동 폭의 축소 등을 통해서도 가뭄 속의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올해의 상황을 가늠해보면 수출의 회복으로 국내경제가 소폭 반등될 여지가 있으나 코로나19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자산 가격 급등, 민간부채 증가 등 여전한 위험요인이 상존한다. 지난해 3월과 비교하면 금융시장 여건은 대체로 양호하나 경계를 늦추어선 안 되는 상황이다.

건물이 고층화될수록 지상을 통한 대피 및 화재 진압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옥상을 이용한 인명 구출과 진화를 병행할 수 있는 방안들이 강구되는데 옥상이 잠겨 있어서는 아무런 소용이 없다. 비상 상황에 대비해 다양한 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마찬가지로 금융위기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예금보험기금의 운용자산을 다변화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마련하여 대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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