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배터리 '2중 수혜'…LS전선 앞에 새로운 시장 열린다

"전기차를 어떻게 볼 것이냐의 문제다. 배터리에 초점을 맞추면 배터리를 싣고 달리는 차지만 관점을 조금 바꾸면 전선을 싣고 달리는 차다."

전기차 시대에 속도가 붙으면서 자동차용 배터리 시장 다음으로 전선업계가 조명을 받는다. 전기차와 배터리 공급체인에서 전선이 빠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전기차와 맞물려 자율주행 시대가 오면 자동차가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닌 사무·휴식·엔터테인먼트의 공간으로 진화하면서 차량에 더 많은 전자장비와 전선이 들어가게 된다.

전선업계 한 인사는 "이때의 차량용 전선 시장은 지금과는 차원이 다를 것"이라며 "전기차에 맞는 전선 기술력을 갖춘 업체에 새로운 시장이 열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2025년 전기차용 전선시장이 현재의 6배 이상으로 커질 것으로 본다.

전기차 전선 시장은 기존 전선업계에서도 만만히 볼 수 있는 영역은 아니다. 기본적으로 온도, 먼지 등 외부 환경에서 내구성과 안전성을 두루 갖춰야 하는 데다 최근에는 전기차 충전 속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고전압 고전류를 견디는 기술력이 중요해졌다.


내연기관 자동차용 전선은 12V 정도의 전압을 견디면 되지만 전기차용 전선은 최소 600V를 견뎌야 한다. 국내에서는 LS전선이 처음으로 800V 전압에서 사용할 수 있는 자동차용 전선을 개발했다.

경량화도 중요한 요소다. 전기차 시장이 성숙할수록 경량화 경쟁에 따른 고기능 경량 소재 전선의 중요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같은 용량의 배터리로 차량을 얼마나 운행할 수 있느냐는 차체의 무게에 달린 문제"라며 "전기차 시대에 배터리 용량 확대와 전선 등 부품 경량화는 떼려야 뗄 수 없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LS전선은 지난해 전기차 소재를 미래 먹거리로 선정했다. 최근 현대차의 전기차 '아이오닉5'와 기아 전기차 'EV6'의 구동모터용 피복절연전선 단독공급 계약을 따내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LS전선 관계자는 "2016년부터 미국 GM(제너럴모터스)의 전기차 '쉐보레 볼트 EV'에 구동모터용 권선(400V급)을 공급한 데 이어 시장 선점 효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전기차 부품을 늘리면서 LS전선의 전기차 부품 관련 매출은 2019년 600억원에서 지난해 1000억원으로 늘었다.

LS전선의 자회사 LS알스코의 경우 기존 구리 전선보다 40% 이상 가벼운 알루미늄 도체 전선 분야에서 국내 유일한 생산라인을 운영 중이다. 알루미늄 전선을 활용하면 차량 1대당 25㎏에 이르는 전선 무게를 15㎏가량으로 줄일 수 있다.

일본 등 주요 자동차 전장업체에서도 알루미늄 전용 라인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업계에서는 알루미늄 전선 사용 비율이 현재 5% 이하에서 2025년 30% 이상으로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자동차업계 한 인사는 "전기차 시대가 되면 차량 부품이 많게는 절반 가까이 줄어든다"며 "누군가는 부품업계의 위기를 말하지만 결국 핵심은 변화에 누가 더 빨리 적응하느냐"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