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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韓·中 기술격차가 사라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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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상연 미래산업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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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5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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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 날이 오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지금으로부터 3년여 전이다. 국내 한 바이오기업 CEO(최고경영자)는 “중국의 바이오 신약 및 의료기기 기술력이 무서운 속도로 우리를 뒤좇고 있다”며 초조한 듯 이렇게 전했다. 한 수 아래로 여긴 중국이 어느덧 위협적인 경쟁자로 성장했다는 것이다. 당시 그는 중국 제약사와 신약개발 업무협약차 현지를 방문하고 온 터였다. “무엇보다 놀란 것은 랩(연구소)을 가득 메운 IT(정보기술) 전문인력이었습니다. 바이오·의료분야 전문가들과 공조해나가는 모습을 보고 조만간 우리가 추월당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들었습니다.”

오래전 이야기가 떠오른 것은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최근 발표한 ‘2020년도 기술수준평가’ 결과와 오버랩됐기 때문이다. 그의 우려는 이번 평가에서 현실이 됐다. 과기정통부가 1999년 도입한 기술수준평가는 최고 기술 보유국인 미국을 100%로 놓고 한국과 일본, 유럽연합(EU), 중국의 상대적 기술수준 및 격차를 계량화한 제도다. 생명·보건의료, 기계·제조, 에너지·자원, ICT(정보통신기술)·SW(소프트웨어) 등 11대 분야 120개 중점과학기술이 평가대상이다.

이번 평가에 따르면 한국과 중국의 기술격차는 거의 사라졌다. 중국의 전체 기술수준은 미국 대비 80%로 한국(80.1%)과 불과 0.1%포인트 차이에 그쳤다. 2016년 한국(77.6%)과 중국(70.3%)의 기술수준은 7.3%포인트 차이가 났는데 4년 만에 대등한 수준으로 올라선 것이다. 특히 생명·보건의료부문은 2년 새 중국에 추월당했다. 2018년 한국은 이 부문에서 75.2%로 중국(73.2%)을 앞섰지만 이번엔 한국 77.9%, 중국 78.0%로 뒤집혔다.

중국이 한국을 비롯한 선진국과의 기술격차를 빠른 속도로 좁힐 수 있는 것은 ‘기술굴기’를 위한 인재양성에 오랫동안 공을 들인 덕분이다. 중국 정부는 2015년부터 세계 일류대와 일류학과 건설을 동시에 추진하는 ‘솽이류(雙一流)정책’을 가동했다. 특히 대학 내 컴퓨터공학, AI(인공지능), 빅테이터, 네트워크 등 첨단학과 개설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재정지원도 아끼지 않았다.

현재 중국 내 AI, 빅데이터 관련 학과를 운영 중인 대학만 수백 곳에 달한다고 한다. 한편에선 돈으로 해외 우수 인재를 빼간다는 비판을 받지만 자국 인재양성에도 막대한 투자를 하는 게 중국이다. 인해전술은 기술개발에도 먹힌다. 관련 인재가 많을수록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결과물이 나올 확률이 높아진다. 실제 중국은 2019년 한 해에만 AI 관련 특허를 3만여개 출원했다. 전년 대비 무려 50% 이상 늘었다.

중국의 기술굴기가 하나둘 현실화하는 반면 국내는 IT 개발자조차 구하기 힘든 게 현실이다. 최근 기업들은 파격적인 연봉과 스톡옵션(주식매입선택권), 이직보너스까지 제시하며 그야말로 개발자 쟁탈전을 벌인다. 청년 취업난이 갈수록 심각해지는데도 기업들이 개발자 인력난에 허덕이는 것은 인력양성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탓이다.

기업들은 첨단 기술을 전공한 인재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호소한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11월 정세균 총리를 찾아가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중국 알리바바 한 곳의 데이터 전문가 규모가 우리나라 전체와 비교해도 차이가 날 정도로 심각하다. 어떻게 인력을 빠르게 육성할지가 중요하다”며 인재양성에 적극 나서줄 것을 정부에 요청했다.

혁신성장을 위해선 근간인 인재양성 시스템부터 뜯어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수도권정비계획법부터 바꿔야 한다. 그동안 수도권 대학들은 40년 전 만들어진 이 법에 막혀 첨단학과 정원을 늘리지 못했다. 올해부터 대학이 자율적으로 첨단학과를 신설·증원할 수 있도록 제도가 완화됐지만 다른 과의 결손인원을 메우는 제한적인 방식이어서 실효성이 떨어진다. 서울대가 올해 이런 방식으로 늘린 컴퓨터공학과 정원은 고작 70명이다. 16년 만에 15명 늘리는 데 그쳤다. 미국은 스탠퍼드대 한 곳에서만 한 해 700명 넘는 컴퓨터공학 전공자가 쏟아진다.

코로나19(C0VID-19)로 4차 산업혁명의 속도가 점점 빨라진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관점에만 매몰돼서는 급변하는 세계적 조류에서 낙오될 수밖에 없다. 지금이라도 인재양성을 가로막는 낡은 제도를 걷어내고, 경제 패러다임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교육지원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광화문]韓·中 기술격차가 사라진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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