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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의 '박원순 재평가' 미스터리…'욕'먹을 각오한 승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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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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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5 05: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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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18일 오후 광주 남구청 대회의실에서 '새롭고, 지속적인 남북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8.18/사진제공=뉴스1
임종석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 이사장이 18일 오후 광주 남구청 대회의실에서 '새롭고, 지속적인 남북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0.8.18/사진제공=뉴스1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이 연일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평가 글을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유하고 있다. 박영선 더불어민주당 서울시장 후보가 공식적으로 "도움이 안 된다"고 했지만 소용이 없다.

임 전 실장이 이 같은 행보는 기존에 그가 586세대(현재 50대, 80년대 학번, 60년대 출생) 정치인 중 비교적 온건하고 합리적 성향으로 여겨졌던 것을 고려하면 확실히 이질적이다. 그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어느 하나 속시원하지는 않지만 몇 가지 의도가 거론된다.


박원순에 대한 부채의식?


임 전 실장은 한 때 '박원순계' 대표주자였다. 전대협(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 3기 의장으로 수려한 외모, 화려한 말솜씨를 앞세워 정치권에서 승승장구하던 그는 2012년 무렵 저축은행 비리 사건에 휘말리며 시련을 겪었다. 2014년 대법원 무죄판결을 받은 이후 그의 재기를 도운 게 박 전 시장이었다. 박 전 시장은 서울시 정무부시장을 임 전 실장에게 맡겼다.

2016년 임 전 실장은 문재인 대통령의 캠프로 향했다. 캠프 구심점이 필요했던 문 대통령이 "임종석을 영입하라"고 특명을 내렸고,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이 움직였다. 결국 임 전 실장은 박원순계에서 친문계로 환승했다. 임 전 실장은 문재인 캠프로 적을 옮기면서도 박 전 시장에 대한 미안함을 느꼈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서는 '성추행'으로 인해 '박원순의 가치'가 모두 부정당하는 상황이 연출되자, 임 전 실장이 마지막 의리를 발휘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임 전 실장은 "박원순은 내가 아는 가장 청렴한 공직자"라며 "용산 공원의 숲 속 어느 의자에 박원순의 이름 석자를 새겨 넣자"고 밝혔다.


'대권' 노린 자기 정치?


임종석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 씨에 대한 병역 논란 관련 긴급브리핑에서 서울시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5.9.2/사진제공=뉴스1
임종석 서울특별시 정무부시장이 2일 오후 서울 중구 서울특별시청 브리핑실에서 열린 박원순 시장 아들 박주신 씨에 대한 병역 논란 관련 긴급브리핑에서 서울시의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5.9.2/사진제공=뉴스1
'박원순에 대한 의리' 하나만으로는 박영선 후보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연달아 추모글을 올린 이유가 충분하지 않아 보인다. '단순 추모'라면 단 한 번의 글로도 충분했기 때문이다.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는 "임종석의 자기 정치 아니냐", "해도 너무 한다"는 볼멘 소리가 나온다. 서울시장 보궐선거 이후 대선 국면을 대비한 수라는 짐작이다.

실제 비문(非文)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대항하기 위한 친문(親文) 대선후보가 필요하다는 말은 여권에서 꾸준이 제기돼 있다. '문재인의 비서실장'으로 상당한 인지도를 보유하고 있는 임 전 실장 역시 잠재적 대선후보군으로 꼽혀 왔다. 여기에 임 전 실장은 주인 잃은 박원순계를 규합할 수 있는 이력도 갖고 있다. 박원순계와 강성 친문 지지층을 결집시켜 '포스트 문재인' 자리를 노릴 것이란 관측이 뒤따른다.

임 전 실장은 "매순간 사람의 가치를 높이고자 치열했던 박원순"이라며 "딱딱한 행정에 사람의 온기와 숨결을 채우려 무던히 애쓰던 그의 열정까지 매장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언급했다. 또 "박 시장의 당선은 '더디게 가도 사람 생각하자'고 서울 시민들의 생각이 변했다는 방증"이라고 덧붙였다. 임 전 실장이 친문계와 박원순계를 아우를 수 있는 '사람이 먼저' 메시지를 앞세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종석이 욕 먹을지 몰랐겠나"


'대선에 대한 야망'으로도 의문은 남는다. 대권 도전을 위해선 '중도층' 포섭이 필수적인데, 그런 측면에서 '박원순 옹호'는 치명적인 이슈기 때문이다. 당장 성추행 가해자를 두둔한다는 정치권·시민사회의 비난이 그에게 쏟아지고 있다.

한 여당 관계자는 "임종석이 설마 '박원순 재평가' 글을 올리고 욕 먹을지 몰랐겠나"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각'을 잡아보려는 시도"라고 평가했다. 박영선 후보가 열세를 면치 못하고 있는 선거에서 '욕'먹을 각오를 하고 '민주당의 차별점'을 부각시키려 했다는 의미다.

실제 임 전 실장은 △유난히 많아진 어린이 보호구역 △주행보다 보행을 강조한 도로들 △참여와 자치의 공간으로 변모한 주민센터와 마을 공동체 △마을도서관·북카페·공공어린이집 대폭 확대를 박 전 시장의 업적으로 언급하며 "대규모 뉴타운 개발과 도심 초고층화 등으로 대표되는 이른바 토목 행정은 이명박, 오세훈 시장 시절의 상징"이라고 밝혔다.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0일 오후 대전 대덕구 비래동행정복지센터 일대에서 시민들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2020.4.10/사진제공=뉴스1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이 10일 오후 대전 대덕구 비래동행정복지센터 일대에서 시민들과 주먹인사를 하고 있다. 2020.4.10/사진제공=뉴스1


'정치인 임종석' 이미지는 치명타


정치권 일각에선 '야권 단일화'에만 맞춰져 있던 선거의 포커스가 임 전 실장의 글 이후 여권으로 일부 넘어왔다고 평가한다. 이 과정에서 박영선 후보가 '박원순 재평가'와 확실한 거리를 두면서도, 자연스럽게 '민주당식 서울시 행정'을 부각시키는 기회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정치에서 '비난'보다 무서운 게 '무관심'이다. '무난한 패배'가 다가오는 상황 속에서는 '뭐라도 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럼에도 임 전 실장의 결정에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다. 어떠한 경우라도 '정치인 임종석'의 이미지에 치명타가 가해졌기 때문이다. 법원과 국가인권위원회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행위를 확인한 가운데 그를 재평가한 글은 피해자에 대한 '2차 가해'가 분명하다. '586 꼰대' 이미지를 피하기 어렵다. 여권 관계자는 "임 전 실장이 당장의 정치적 야망을 내려놓은, 자유로운 상태라는 증거 아니겠나"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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