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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치·한복이 中문화?…일상 속 활용 늘리면 논란 사라질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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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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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9 0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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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투초대석]김현모 문화재청장

김현모 문화재청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김현모 문화재청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봄 기운이 완연한 이달 26일 서울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 집무실에서 김현모 문화재청장(60)을 만났다. 박물관이 위치한 경복궁에는 색색의 꽃이 피어나고 있었지만 이맘 때 쯤 흔히 볼 수 있었던 상춘객 무리는 눈에 많이 띄지 않았다. 가이드의 안내로 줄 지어 궁궐을 누비는 외국인들 대신 마스크를 쓴 채 한복을 차려 입은 관광객 두세 명과 검은 마스크를 쓴 문지기들이 눈에 띄었을 뿐이었다. 코로나19(COVID-19)가 미친 영향을 한 눈에 보여주는 광경이다.

코로나19 시대의 문화유산 활용법은 문화재청의 큰 과제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 청장은 코로나19 위기를 극복할 방안으로 '디지털화'를 꼽았다. 비대면 관람을 늘리고 이를 위해 관련 콘텐츠를 온라인에 홍보하겠다는 방침이다. 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재를 디지털 방식의 데이터로 구축하는 것까지가 문화재청의 목표다. 김 청장은 "포스트 (Post) 코로나 문화유산 7대전략을 발표하며 디지털 전략에 대한 내용을 포함시켰다"며 "문화재와 디지털 기술의 결합은 향후 문화재 정책이 집중적으로 나아갈 방향"이라고 말했다.

김 청장은 향후 목표로 근현대 문화유산·자연유산·수중문화재 보존을 위한 법 제정을 꼽기도 했다. 이들 세 문화재는 유실 위험이 크면서도 보존가치가 큰 문화재들이다. 김 청장은 "이르면 올해 내에 3개 문화재를 위한 법안이 통과될 것으로 보고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인해 문화계도 큰 영향을 받았다. 문화재청의 포스트 코로나 과제는 무엇인가.
▶디지털화 전략이 집중적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여기서 말하는 디지털화는 문화유산의 활용부터 보존, 관리까지 디지털 방식을 적용하겠다는 대전환을 의미한다. 문화유산을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해 보여주려면 데이터베이스 구축이 먼저다. 우리는 2025년까지 국보급 문화재에 대한 데이터베이스화를 완료하려고 한다. 중요한 건, 이러한 데이터들이 민간에 공개돼 활용돼야 한다. 쉽게는 역사 드라마를 집필하는 작가들이 이를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멀리 보면 이러한 콘텐츠를 활용해서 새로운 창업이 일어날 수도 있다. 그러려면 우리가 풍부하게 자료를 만들어주는 게 시급하다. 유럽을 가면 석조 문화재가 많기 때문에 상당히 눈에 띄고 보존도 잘 돼있다. 하지만 우리 문화재는 유실 위험이 크다. 디지털로 기록하고 보존해 스토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특히 스토리를 발굴해주고 싶은 문화재가 있나.
▶세 가지를 들고 싶다. 하나는 근현대문화유산이다. 우리는 문화재 하면 고려, 조선시대 궁궐이나 사찰만 떠올리는데, 사실 1900년대 초반부터 해방 이전까지의 근현대문화재들이 가장 위기 상황이다. 관련한 유산이 남아있는 공간들을 보존하고 재편해주는게 필요하다. 목포 등 근현대역사문화공간 사업이 이뤄진 지역을 떠올려보면, 사람들이 특정 문화재를 보러가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문화와 분위기를 즐기러 간다. 다양한 유산들에 대해 제도적 장치를 안 해주면 다 유실된다. 그러면 우리에겐 콘크리트 아파트만 남을 건데, 이걸 가지고 한국 관광 오라고 하기는 어렵지 않겠나.

또 하나는 자연유산이다. 우리가 문화재 지정할때 가장 지역 저항이 심한 게 명승이다. 지정만 하고 체계적 정비를 안 해줬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걸 서둘러줘야한다. 한 가지 더 꼽자면 수중문화재다. 과거 신안 등지에서 해저 유물이 많이 발굴됐다. 우리는 3면이 바다이며, 통일신라나 고려, 조선 때는 바다가 주요 무역로였다. 이런 유물들을 다 끄집어 내줘야 한다. 지역에 있는 박물관이나 전시관 만드는 등 연근해에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어줘야 한다.

그래서 근현대 문화유산, 자연유산, 수중문화재는 법을 새로 만들 예정이다. 앞서 두 가지는 현재 국회에 올라가있고 수중문화재법은 다음달 5일에 발의할 것이다. 보호체계를 구축하는 차원의 발의인데, 법이 잘 정착되면 예산은 따라올 것이라 생각한다.

김현모 문화재청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김현모 문화재청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 최근 내장사 대웅전이 승려의 방화로 불 타기도 했다.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은.
▶세계 곳곳에서 문화재를 의도적으로 훼손하는 반달리즘(Vandalism)의 피해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이에 대한 대책도 첨단기술과의 결합이라고 본다. 문화재청은 문화재 훼손이나 피해를 막기 위해 위험요소를 미리 감지하여 대처할 수 있도록 IoT, ICT 등 첨단과학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불법 침입이나 훼손을 막기 위해 인체 감지센터와 영상분석 기술을 적용하는 데 올해만 19억원을 투입한다. 화재를 방지화기 위해 경주 양동마을 등 7곳에 화재요인을 감지하는 센서를 설치한다. 여기에도 50억원을 지원한다.

-유형 유산뿐만 아니라 무형 유산 보존도 중요한데.
▶그렇다. 우리가 쉽게 떠올리는 무형문화재는 태평무, 승무 등 예술의 영역이다. 실제로 예전에는 무형문화재를 지정하는 데 중점을 뒀다. 하지만 더 재밌는 분야는 지식, 기술 쪽이다. 예를 들면 요새 농촌에 가면 구들을 놓을 사람이 없다. 관심있는 시민들이 동호회를 만들어서 보호하는 등의 움직임도 있다. 아직 구들은 문화재 지정 단계는 아니지만 관련 자료가 남아있을 때 보호작업을 해야 한다. 다음달에는 막걸리 담그기 방법이 무형문화재로 지정 예고될 것으로 본다. 이런 의미 있는 활동들을 집중적으로 발굴해서 국민들이 다 같이 향유하게 하고싶다. 이런 문화유산은 체험 프로그램으로도 발전이 가능하다. 외국인들의 지적호기심도 유발할 수 있다.

주제는 막걸리에서 자연스럽게 김장 문화 등을 둘러싼 원조 논쟁으로 넘어갔다. 최근 중국 유명 유튜버들이 "한복은 중국 전통 의복 한푸의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하고, 김치가 파오차이의 한 종류인 것처럼 오인하게 하는 영상을 올려 논란이 됐다.

-김치, 한복 등을 둘러싼 문화주권 다툼에서 문화재청의 역할은 무엇인가.
▶일부 중국 네티즌을 중심으로 김치, 한복 등 우리의 전통 생활관습과 관련해 잘못된 주장이 퍼지고 있는 것은 우려할만한 상황이다. 우리가 김치나 한복을 일상에서 잘 활용하고 즐기면 논란이 사그라 들 것이라고 본다. 김장은 우리 국민 대부분 담그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데, 한복은 생활 속에서 잘 입지 않는다. 우리조차 생활화 되지 않은 문화에 대해 원조를 논하는 것은 앞뒤가 바뀌었다고 생각한다. 문화재청은 김치담그기를 무형문화재로 지정했다. 한복은 지정조사에 들어갈 거다. (문화재청은 올해 전통지식·생활관습 분야 지정조사 계획을 수립하며 한복생활, 백일과 돌잔치, 윷놀이, 추석 등을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들이 한복을 다양하게 활용하는 모습들을 연중 기획을 해서 보여주는 노력을 해야한다. 많이 아껴줘야 한다.

김현모 문화재청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김현모 문화재청장.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김 청장은 최근 문화계에서 화제가 되고있는 문화재·미술품 물납제, 광화문 유물 발굴 조사 등에 대해서도 생각을 밝혔다.

문화재·미술품 물납제는 상속세를 문화재나 미술품으로 내는 제도를 말한다. 지난해 5월 간송미술문화재단이 보물 2점을 경매에 내놓으면서 관심이 쏠렸고, 고 이건희 전 삼성전자 회장의 초고가 미술품이 매각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논의에 불이 붙었다.

새로운 광화문광장 공사 현장에서는 유물 발굴 조사가 진행 중이다. 현재까지 조선시대 삼군부·사헌부·병조·공조 터 등이 나왔고 유물은 자기편·기와편 등이 출토됐다.

-최근 문화재·미술품 물납제 도입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역사적·예술적·학술적 가치가 우수한 문화재·미술품을 공공자산화해 국민의 문화향유권을 확대한다는 차원에서 물납제 도입 취지에 공감한다. 이 제도는 장롱 속에 숨겨진 문화재를 양지로 끄집어 내는 것으로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다만, 법령·제도상 선행돼야 할 요건과 보완점 등에 대해 면밀한 논의와 검토가 필요하다. 기획재정부의 증여세법과 상속세법 개정이 선행돼야 한다. 문체부와 법제화를 논의하는 등 관계부처와 긴밀하게 협의해 나가겠다.

-최근 광화문 광장 공사 과정에서 유물이 발견된 것도 화제다.
▶광화문 광장이 육조거리(조선시대 6개 중앙관청이 있던 광화문 앞의 대로)라 유물이 많을 수 밖에 없다. 서울은 사대문 안만 발굴해도 굉장히 유물이 많이 나올 것이다. 2018년 서울시가 종로구 공평동 센트로폴리스 지하 1층 전체를 '공평도시유적전시관'으로 만들어 문을 열기도 했다. 당시 발견된 유물 터를 (유리바닥을 만들어 걸어갈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모두 노출시켰다. 광화문 유적 역시 적절한 방식으로 시민들에게 보여줘야 할 것이다. 앞으로는 도시에서 문화재를 보존하는 방식의 새로운 방식이 정착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광화문 현판 복원하는 과정을 두고 말들이 많았다.
▶광화문 현판은 검은 바탕의 금색 글자가 원본이라고 본다. 현판 복원을 위해 대중적으로 쓰는 (화학)염료와 천연염료를 동시에 테스트하고 있다. 우리는 천연염료로 가는 게 목표인데 좀 안정적인 상황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여기다 한글 논쟁도 있다. 광화문을 한자가 아닌 훈민정음으로 표기하자는 주장인데, 이 과정에서 국보 1호에 대한 논쟁까지 확대됐다. 국보 1호로 훈민정음이 더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렇게 번호를 붙이면서 불필요한 논란이 생긴다. 그래서 지정번호제를 폐지했다.(문화재청은 지난달 “문화재 지정번호가 문화재를 서열화한다는 인식을 개선하기 위해 1962년 문화재보호법 시행으로 시작된 지정번호를 없애고 내부 관리용으로만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우리의 의지는 국보든 보물이든 전체 문화재를 보호하겠다는 거다. 번호에 따라 경중을 두지 않고 동일한 가치로 보호하겠다.

머투초대석 김현모 문화재청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머투초대석 김현모 문화재청장 인터뷰 /사진=이기범 기자 leekb@

마지막 주제는 여행과 관광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여행길이 막혔지만 백신이 공급되고 대유행 시대가 종료되면 해외 관광 수요는 폭발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로 유입될 관광객에 대비해 문화재청도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외국인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우리 문화재가 있다면.
▶문화재청장이 특정 문화재를 추천했다가는, 제외된 곳의 지자체장들이 집무실로 항의하러 찾아 올 것 같다.(웃음) 좀 광범위하게 얘기한다면 특정 문화재가 따로 떨어진 곳이라기보다는 자연환경, 경관과 생활상이 조화된 곳들이 좋았다.

-우리나라 문화유산이 관광자원으로서 가진 가치는 무엇인가.
▶코로나19로 인해 관광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은 ‘치유’, ‘걷기’, ‘소규모 여행’ 같은 키워드로 요약된다. 전국 각지에 있는 문화재는 국민들이 어느 때나 편하게 방문할 수 있는 접근성을 가지고 있으며, 이렇게 변화된 여행 패턴에 가장 적합한 관광지라고 자부한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지친 국민들에게는 잠시 숨을 돌리며 회복할 수 있는 최적의 치유공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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