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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소는 그저 그런 에너지가 아니다[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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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종=민동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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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29 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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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가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수소는 자연계에 존재하는 가장 작은 원소다. 원자량 1.00784(g/mol)인 수소는 우주 질량의 75%, 원자 개수로는 90%를 차지할 정도로 흔하다. 상온 대기압에서 무색·무취·무미의 기체 상태이지만 산소와 결합시키면 물과 열, 전기가 발생한다. BTS가 글로벌 홍보대사로 활동하는 수소전기차 '넥쏘'가 이런 원리로 도로를 달린다. 태양광이나 풍력 등 저렴한 에너지원으로 물을 전기분해해 수소로 만들어 두면 나중에 필요할때 연료전지기술로 언제든 전기로 바꿔 쓸 수 있다. 에너지효율이 높고 이산화탄소 발생도 없다. 탄소중립시대 핵심 에너지원으로 주목하는 이유다.

탄소기반 화석연료 시대엔 석유가 산업이자, 경제였다. 석유로 옷을 만들고 그릇도 만들었다. 자동차와 비행기, 배 등 모든 탈 것은 석유로 움직인다. 심지어 약도 석유로 만든다. 석유 정제과정에서 나오는 페놀이나 벤젠에 이산화탄소를 결합시키고 이를 화학처리해 만드는 소염진통제 '아스피린'이 대표적이다. 이처럼 인간 의식주에 깊이 관여하고 있는 석유는 '산업의 쌀'이라고도 불렸다. 탄소중립선언은 어쩌면 '익숙한 일상'과의 작별을 의미하는 것일 수 있다.

익숙함과 멀어진 시대엔 수소가 '산업의 쌀'이다. 수소로 밥을 짓고 차를 굴리며, 집에 온기를 더할 것이다. 의식주의 상당영역에서 석유의 잔재를 몰아낼 것이다. 이제부터는 수소가 곧 산업이고 경제다. 수소의 잠재력은 산업과 경제를 뿌리에서부터 바꾸는 힘을 갖고 있다는 데 있다. 넥쏘는 시작에 불과하다. 수소의 생산과 저장, 유통, 충전, 활용으로 이어지는 밸류체인과 그 안에 공생하는 수만개의 산업생태계, 여기서 생겨나는 수백만개의 일자리가 바로 수소에서 기인한다. 현대차는 물론 SK, 포스코, 현대중공업 등 손꼽는 대기업들이 최근 앞다퉈 수소에 뛰어드는 이유다. 2030년까지 수소 산업생태계 구축에 투자되는 민간 재원만 43조원에 달한다.

인류가 산업화 시대에 접어든 이후 처음으로 한국은 수소를 앞세워 '글로벌 퍼스트 무버'가 될 절호의 기회를 잡았다. 속도도 중요하지만 못지 않게 내실도 중요하다. 우리가 수소경제 비전을 선포하고 세계 최초로 수소경제법을 제정, 시행한 국가가 됐지만 아직까지도 국내 수소산업 생태계의 주도권은 글로벌 기업들이 쥐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수소생산기지나 충전소 등 수소경제 확산을 위한 사업을 추진하면 당장 가장 먼저 달려오는 건 이러한 글로벌 기업들이다. 시장을 선점하겠다고 나선 국내기업들이 글로벌기업들과 합종연횡을 하는걸 우선시하는 이유다.

결국 해법은 기술 자립이다. 뿌리기술부터 차근차근 국산화하는 작업에 전력투구해야 한다. 정부가 수천억원을 들여 R&D(연구개발)한 기술이 사장되지 않고 실용화, 사업화될 수 있도록 하려면 끊임없는 관심과 지원이 필수적이다. 지난해 입찰한 평택 수소생산기지 사업에 들어간 '가압형 모듈화 고순도 수소생산유닛 국산화 엔지니어링 설계기술에 관한 특허 및 노하우'가 대표적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이 2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투입해 개발한 이 기술은 국내 중소기업이 이전을 받아 평택 수소생산기지 사업에 적용했다. 지난해 조달청이 '4차 혁신시제품'으로 지정하면서 공공부문이 국산 수소기술 기업의 초기 구매자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수소를 단순히 대체 에너지원으로만 생각해서는 글로벌 퍼스트 무버가 될 수 없다. 경제의 근간을 바꿀 '산업의 쌀'처럼 생각하고 지원을 몰아줘야 한다. 다행히 한국은 '경제통·산업통'인 정세균 국무총리가 수소경제 콘트롤 타워 역할을 맡고 있다. 그러나 언제든 총리가 바뀔수도 있고 다른 정권이 들어설 수도 있다. 그렇더라도 수소에 대한 투자와 지원이 끊기지 않으려면 이제 막 싹트고 있는 수소경제의 맹아를 잘 지켜야 한다. 정 총리의 정치적 시선이 어디로 향하는지 지금은 알 수 없다. 하지만 정 총리가 '수소경제 어젠다'를 자신의 정치적 자산으로 가져가고 싶다면, (언제일지 모를)임기 마지막 순간까지 충심으로 수소경제에 대한 열정과 의지를 내비쳐 주길 기대한다.
수소는 그저 그런 에너지가 아니다[우보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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