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잠재적 투기꾼이냐"…9급도 재산등록 추진에 부글부글

9급도 재산공개?…공무원들 "우리가 무슨 죄냐"


공직사회 재산등록 의무를 모든 공무원에게로 확대하기로 하면서 공직사회에 "과도한 감시"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다만 일부에서는 "괜한 오해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라며 소극적인 찬성의견도 나왔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28일 오후 고위당정협의에서 "4월 국회에서 공직자 투기근절 제도화 수준을 더 높이겠다"며 "모든 공직자가 재산을 공개하도록 추가 입법하겠다"고 밝혔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공직자 부패 방지 차원에서 재산 등록 대상을 전체 공직자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이전까지 공직자윤리법은 4급 이상 공무원(일부 공직자는 7급 이상)에 대해서만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있었다. 이에 국회는 지난24일 한국토지주택공사(LH)직원, 부동산 관련업무 공직유관단체 모든 직원이 의무적으로 재산을 등록하도록 공직자윤리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당정은 여기서 더 나가 앞으로 9급 공무원, 공공기관 직원까지 재산등록을 의무화한다는 계획이다.

해당 발언대로면 약 153만명 공무원·공공기관 직원이 모두 부동산 재산등록 대상이 된다. 인사혁신처의 ‘2020 인사혁신통계연보’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전체 공무원 현원(국가·지방 포함)은 111만3873명이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공공기관(공기업·준정부기관·기타공공기관) 직원은 총 41만594명이다.


공무원들 "선거 염두에 뒀나…실효성 의문"대다수 공무원과 공공기관 직원들은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투기근절 실효성이 떨어지는데다 공무원들의 사기만 저하시킨다는 설명이다. 한 중앙부처 국가공무원노동조합 관계자는 "문제의 소지가 될 부분은 미리 관리 못해놓고 전 공무원들에게 화풀이하면서 보여주기식 처방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중앙부처 한 과장급 직원은 "지방선거를 염두에 둔 발언으로 들린다"며 "실효성에 의문이 드는 대책"이라고 꼬집었다.

해당법이 과도하게 공무원들을 옥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업무와 관계없이 부동산에 투자해 수익을 남긴 사례마저 흠집을 잡아서 투기로 몰아갈 수도 있는 것"이라며 "개발정보랑 아무런 관계가 없는 공무원들이어도 결과만 놓고 투자인지 투기인지 임의로 판단할 수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또다른 중앙부처 직원도 "사실상 현재 보유한 부동산 외엔 더 갖지 말라는 의미로 들린다"고 말했다.

사기 문제를 언급하는 공무원도 있었다. 한 공공기관 직원은 "안 그래도 LH 때문에 공무원·공공기관 직원들이 잠재적 투기꾼이라는 의심의 눈초리를 받아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이라며 "목소리를 밖으로 내지 않을 뿐 내부에선 반발이 작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괜한 오해 사느니…"다만 불필요한 오해를 없애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반응도 나왔다. 아울러 일부 중앙부처는 이미 7급 이상 공무원도 재산등록 대상이라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반응했다.

중앙부처 한 공무원은 "기관마다 상황이 다르긴 하지만 중앙부처의 경우 이미 많은 공무원이 재산등록 대상"이라며 "괜한 오해를 사느니 이런 조치를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아 보인다"고 했다.

또다른 국장급 직원은 "세종이나 서울에서 근무하는 중앙부처 공무원들은 지역 부동산 정보를 잘 모르기도 하고, 관심이 없는 경우도 많다"며 "큰 문제가 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전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화…투기 이익은 소급해 환수 추진"(종합)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부동산 투기 근절 대책 마련을 위해 지난 19일에 이어 또다시 머리를 맞댔다. 당정은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부동산 민심을 되돌리는 데 강력한 대책들을 쏟아냈다. 모든 공직자들의 재산등록을 의무화해 부동산 투기를 원천차단하는 것은 물론 부동산 관련 업무 공직자의 업무관리 지역 내 부동산 신규 취득을 원칙적으로 제한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이와 함께 부동산 부당이익 환수 소급적용을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하기로 했다.

투기이익 환수 끝까지...안되면 소급입법도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2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제4차 고위당정협의에서 "일부 언론에 부당이익 환수 소급적용이 안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 있다"며 "현행 부패방지권익위법에는 공직자의 투기 이익뿐 아니라 투기로 얻은 부동산 자체를 몰수하도록 돼있다"고 말했다.

김 대행은 "현재 합동수사본부가 이미 추징·보전을 추진 중"이라며 "포천시 공무원에 대해선 구속영장 신청과 함께 토지·건물에 대한 몰수보전 처분을 법원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럼에도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소급적용에 나서겠다"며 "범죄수익은닉규제법을 개정하고 개별법들에 산재해 있는 범죄수익 환수체계를 정비해 환수 기준을 금융범죄 수준으로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오늘 회의에서 소급입법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없었다"면서도 "당 최고위원회의의 소급적용에 대한 의지는 확고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최고위의 강력한 의지는 당연히 정부에 전달이 돼 있다"며 "당은 이를 관철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 수석대변인은 "친일재산귀속법 등에는 소급해 환수가 가능하도록 돼있다"며 "내부정보를 이용하고 공직자의 지위를 악용해 부당한 부동산 투기 이익을 얻은 자 또는 시도한 자는 친일반민족 행위자와 같은 의미로 인정해야 한다는 논의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몰수를 염두에 둔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다만 소급 범위가 어디까지 될 지는 미정"이라고 덧붙였다.

전체 공직자 재산등록 의무화...과한 조치 아니야당정은 이날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 대책의 일환으로 재산등록 대상을 전 공직자로 확대하기로 했다.

김 대행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4월 국회에서 공직자 투기금지 제도화 수준을 더욱 높이겠다"며 "모든 공직자가 재산등록 하도록 추가입법을 하겠다"고 말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공직자 부패가 계속됐고 국민께선 뿌리뽑히지 않는 부패에 분노하고 계시다"며 "LH 등 부동산 관련 공직자 재산등록을 의무화하고 부동산 신규취득도 원칙적으로 제한하겠다"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전 공직자 재산등록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는데 순차적으로 진행되냐'는 질문에 "인사처에 재산등록이 되는 공무원들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 공직자 등록을 추진하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구체적인 내용들은 29일 발표 전 심도깊은 논의가 있을 것"이라며 "전 공직자에 대한 재산등록을 추진한다는 게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관련 업무 공직자의 업무관리 지역 내 부동산 신규 취득을 원칙적으로 제한될 예정이다. 최 대변인은 "4대 시장교란행위의 경우 5배까지 부당이익을 환수하도록 하고, 농지 취득 심사 및 특별사법경찰제 도입 등 관리 강화 방안을 마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與, 부동산 투기근절 및 재발방지 추가입법 속도 올린다이날 여당은 LH 사태로 불거진 부동산 투기 적폐청산 추가입법을 서두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여당은 지난 24일 통과된 공공주택특별법, 한국토지주택공사법, 공직자윤리법 등에 대한 하위법령 제개정 작업을 추진하는 한편 이해충돌방지법과 부동산거래신고법 입법에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김 대행은 "당정은 LH 사건 이후 원점에서 법과 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투기 적폐를 청산하고 부동산 정책에 대한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포괄적 투기근절 제도 및 시스템을 정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3월 중에라도 원포인트 국회를 열어 이충법을 처리할 것을 국민의힘에 제안하고 촉구한다"며 "부동산거래신고법도 개정해 시장교란행위를 강력히 조사·관리·감독할 부동산 거래분석원을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도 "이충법이 아직도 상임위를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며 "국민 염원을 외면해서는 안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동산거래신고법과 농지법에 대해서도 조속한 논의와 처리를 당부드린다"며 "정부는 국회가 만든 법에 따라 엄정하게 관리할 것"이라고 했다.

최 수석대변인은 "이날 당은 3월 국회에서 통과된 3법의 하위법령 개정 및 제도개선 후속조치를 차질없이 추진할 것을 정부에 당부했다"며 "이충법과 부동산거래법 등 추가적인 입법 필요사안들이 차질없이 진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긴밀히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부패방지법'으로 토지몰수 가능? "해석 엇갈려…명확한 규정 필요"

LH(한국토지주택공사) 직원들의 부당이익을 몰수를 위한 방안으로 부정부패법 적용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지만 종국에는 투기방지법의 소급입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행 부정부패법의 경우, 실현되지 않은 차익을 환수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해석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여기에 과거 판례를 봐도 부당이득 전체를 몰수한 전례가 없을 뿐더러 '업무상 비밀'을 이용했는지를 입증해야 하는 어려움도 있다.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대표 직무대행은 28일 오후 고위당정협의에서 "일부 언론에 부당이익 환수 소급적용이 안되는 것으로 잘못 알려져있다"며 "현행 부패방지권익위법에는 공직자의 투기 이익 뿐 아니라 투기 부동산 자체를 몰수하게 돼 있다"고 강조했다.

부패방지법 86조는 '업무상 비밀을 이용한 직원이나 제3자는 7년 이하 징역 또는 7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고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을 몰수 또는 추징한다'고 돼 있다. 김 직무대행의 얘기처럼 부당이익을 몰수할 수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법을 적용할 경우 '취득한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에 대한 법리해석이 엇갈릴 수 있다는 게 문제다. 토지보상을 받아 차익을 실현해야만 사후적으로 이익을 환수할 수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런 해석이라면 신도시 땅투기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20명 직원의 토지 몰수는 불가능해진다. 아직 토지보상이 이뤄지지 않아 '재물 또는 재산상의 이익'이 발생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 법을 적용해 부당이익이 몰수된 전례도 없다. 2006년 업무상 알게된 개발정보를 이용해 땅을 샀다가 처벌된 과천시 공무원은 12억원의 전매차익을 거뒀으나 추징금은 7억3857만원에 불과했다. 전매차익에서 벌금을 뺀 나머지 4억원은 그대로 챙긴 셈이다.

13명의 LH 직원은 과거 5년간 직접 택지개발 업무를 담당하지 않아 '업무상 비밀정보'를 이용했는지를 입증하는 것도 간단치 않다. 직접 업무를 담당하지 않았는데도 부패방지법으로 징역형을 받은 사례는 손혜원 전 의원이 유일하다.

LH직원들을 처벌하기 위해서는 법리해석이 엇갈리는 부패방지법이 아닌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최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공공주택특별법·LH법 개정안 등 일명 '투기방지법'의 소급입법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이다.

개정안은 업무상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투자했거나 이를 제3자에게 알려 제3자가 투자한 경우 최대 무기징역에, 이익금의 5배(최대 10억원)의 벌금을 부과하고 투기이익을 몰수하거나 추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미 소급입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는 있다. 김 대표대행은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부당이득 소급적용에 나서겠다"고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도 "비리가 확인되면 가혹하리만큼 엄벌에 처하고 부당이득은 그 이상을 환수해 투기는 감히 엄두도 내지 못하도록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공직자 재산공개 전수등록 추진에 정부 "검증 인력 확대 필요"

부제 : 감사원, 국세청, 검찰청, 법무부 등은 이미 7급도 재산등록…검증.심사 구조 바뀌고 인력도 확대돼야

더불어민주당과 정부가 부동산 투기 적폐 근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모든 공직자의 재산등록을 하는 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재산공개 주관 부서인 인사혁신처는 현 인력으로는 모든 공무원에 대한 검증은 어렵다며 입법 진행 상황에 맞춰 인력 증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8일 오후 고위당정협의에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직무대행은 "LH 사건 이후 원점에서 법과 제도의 근본적 개혁을 통해 투기 적폐를 발본색원하고 있다"며 "4월 국회에서도 공직자 투기금지 제도 수준을 더욱 높이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든 공직자가 재산등록을 하도록 추가 입법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재산등록 의무자 규정은 공직자윤리법 제3조와 같은 법 시행령 제3조에 근거한다. 이에 따르면 4급 이상 일반직 국가공무원·지방공무원과 이에 상당하는 보수를 받는 별정직 공무원은 의무적으로 재산을 등록해야 한다. 감사원, 국세청, 관세청, 법무부, 검찰청,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등 특정 분야는 7급까지도 등록한다. 인·허가와 토목건축, 위생 등 대민업무를 하는 곳도 7급까지 재산을 등록하도록 돼 있다.

정부는 현 인력으로는 모든 공직자 재산 검증에 대한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인사혁신처 관계자는 "지금의 체제나 구조는 현행 규정에 맞춰져있다"며 "재산등록 대상자가 확대되면 그에 맞춰 검증·심사 구조도 바꾸고 조직이나 인력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당정은 부동산 투기 부당이득을 소급해서 몰수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김 직무대행은 "현행 부패방지권익위법에는 공직자의 투기 이익뿐만 아니라 투기 부동산 자체를 몰수하게 돼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현재 합동수사본부가 이 법을 적용해 추징·보전을 이미 추진 중"이라며 "미진한 부분이 있다고 판단되면 부당이득 소급적용에 나서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