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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TV홈쇼핑과 중소기업, 질적지원으로 패러다임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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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연승 학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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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30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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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TV홈쇼핑과 중소기업, 질적지원으로 패러다임 전환 필요
고용 없는 성장(jobless growth) 시대, 일자리 창출과 지속적인 경제 성장을 견인해 온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정책은 정부의 핵심 산업정책으로서 그 중요성과 정당성을 인정받고 있다. TV홈쇼핑 역시 중소기업 활성화를 위한 판로 확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도입됐으며 정부는 중소기업 발전방안의 일환으로 중소기업 제품에 대한 의무편성 비율을 정하거나 중소기업 제품 및 농수산물 판매를 전문으로 하는 홈쇼핑을 승인해왔다. TV홈쇼핑 사업자들은 이러한 도입 취지에 따라 중소기업 상품 편성 확대, 판매수수료 인하 등 정부가 요구하는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적극적으로 이행하고 있다.

TV홈쇼핑 시장이 성숙기에 들어서고 그동안의 중소기업 지원정책에 대한 평가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 질적지원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TV홈쇼핑은 방송 특성상 단기간에 대량의 상품을 판매하는 등 마케팅 효과가 상당히 큰 만큼 TV홈쇼핑에 입점하기 위해 지출해야 하는 비용 역시 타 유통채널보다 월등히 높게 형성돼 있다. 최소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창출해야 하는 중소기업 입장에서 TV홈쇼핑은 어쩌면 부담스러운 유통채널일 수밖에 없다. 또 TV홈쇼핑을 통해 유통될 수 있는 소비재 제품 중 방송심의를 통과할 수 있는 품질을 보유한다거나 최소 3000개 이상 물량을 마련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춘 중소기업의 수도 많지 않다. 중소기업의 의무편성 비율을 충족시키기 위해 품질이 떨어지는 중소기업 제품을 무리하게 편성하거나 기존 중소기업의 제품을 중복해 편성하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관련 제도나 규제를 통해 쿼터 규제 방식으로 양적 편성 비율을 강제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현시점에서 가장 필요한 것은 TV홈쇼핑을 통해 상품을 판매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혁신적이고 유망한 중소기업을 발굴하고 지원해 주는 것이다. 물론 TV홈쇼핑이 중소기업 판로 확대를 위한 유통채널로서 일정 비율 이상의 시간을 중소기업에 할당하는 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기업 생존주기 차원에서 사멸률(mortality)이 높은 중소기업 생태계를 고려하면 지금 TV홈쇼핑 시장에는 혁신적인 아이디어로 새로운 시장 개척의 가능성이 충분한 중소기업의 생존을 지원하는 스케일업(scale-up) 정책의 도입이 더 시급하다. TV홈쇼핑 사업자에게 각 사가 보유하고 있는 상품판매 및 유통역량이나 기업노하우 등을 공유하고 각종 금융지원 또는 자금을 지원함으로써 신생 중소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토대를 형성해주는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의 역할을 기대하는 것도 이러한 이유라고 할 수 있다. 향후 TV홈쇼핑 사업자의 창업기업 지원과 액셀러레이터 역할에 대한 과감한 정책적 인센티브도 필요하다.

‘성장 사다리’로 평가받고 있는 중견기업 지원에 대한 아쉬움도 제기되고 있다. TV홈쇼핑이 가지는 파급력 등을 고려하면 TV홈쇼핑은 분명 액셀러레이터로서 창업기업에서 중소기업, 중소기업에서 중견기업, 중견기업에서 대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는 길을 터줄 수 있다. 문제는 중소기업 지원을 위한 산업정책과 관련해 중견기업이 산업정책의 수혜 대상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시장에서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중소기업은 여전히 대기업과의 직접적 경쟁에는 열위에 있지만 중소기업 당시 받던 세제, 예산 등 지원은 더 이상 받지 못하고 반대로 규제는 더 많이 적용받고 있다. TV홈쇼핑 시장에서도 TV홈쇼핑을 최적화된 유통채널로 활용할 수 있는 중견기업은 의무편성 비율 등 지원정책에서 제외되고 있다. 자체 판로가 없이 중견기업으로 전환된 경우 대부분의 지원이 끊김에 따라 오히려 경영 실적 악화의 결과로 이어진다. 홈쇼핑을 통해 성장해 중견기업이 됐다가 다시 중소기업이 된 녹즙기 회사 휴롬, 최근 홈쇼핑뿐 아니라 TV광고까지 하는 허리보호의자 커블체어도 다음 상품 히트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상황으로 인해 중견기업이 중소기업으로 다시 돌아가려 하거나 지원만을 바라는 중소기업 상태에 머무르려 하는 피터팬 신드롬이 지속할 수 있고, 이 경우 우리나라 기업의 허리가 끊어져 경제 전반에 걸쳐 경쟁력이 약화하지 않을지 우려된다.

대기업 의존도가 높은 국내에서 중견기업 수는 2019년 결산 기준으로 총 5007개, 국내 전체기업 수의 0.7% 수준에 그친다. 그런데도 중견기업의 매출은 전체 기업의 총 매출액의 15.7%, 고용 인원수는 총 인원수의 14.3%를 차지하고 있다. 수출의 경우에도 12.4%를 차지하는 등 전체 중소기업 수를 합한 만큼의 경쟁력이 있다. 이처럼 중견기업은 중소기업만큼 일자리 창출에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국내 매출이나 해외 수출 증대와 관련하여서도 핵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이러한 점을 고려한다면 TV홈쇼핑 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은 중소기업과 대기업이라는 이분법적인 정책 패러다임에서 벗어나야 할 것이다. 초기 중견기업에 대해서는 기존 중소기업 지원정책을 일정 기간 유예하면서 중견기업만을 위한 지원정책을 충분히 마련함으로써 강소중소기업이 중견기업,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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