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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광야에 선 서정진[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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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3.3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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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作 /자료=함부르크 미술관.
안개 바다 위의 방랑자. 카스파르 다비드 프리드리히 作 /자료=함부르크 미술관.
셀트리온 (309,500원 상승1500 0.5%)과 이 회사의 창업주 서정진 명예회장에 대한 이야기는 기자수첩의 단골 소재였다. 회사나 창업주나 그만큼 강렬한 인상을 남겼기 때문일 것이다.

그 당시 서 회장에 대한 평가는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가'와 '희대의 사기꾼'으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확실한 것이라곤 아무것도 없는 바이오시밀러(바이오복제약) 사업을 어느 누구도 객관적인 평가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어찌보면 새로운 길을 가는 이가 감내해야할 멍에 같은 것이도 했다.

셀트리온이 걸어온 걸도 아슬아슬하기만 했다. 당국의 시판허가도 나지 않은 제품이 수천억원어치나 미리 팔린 상태였다. 만일 유럽에서 첫 번째 바이오시밀러의 허가가 나지 않았다면 폐기처분이 돼야할 제품들이었다. 이런 상황은 '셀트리온이 가짜 매출로 투자자를 현혹하고 있다'는 공격의 빌미가 됐다.

10여년 전 셀트리온이 세계 첫 항체 바이오시밀러의 임상시험이 한창일 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과학적으로 보면 항체 시밀러 개발에 성공할 확률이 100%는 아니지만 사업가 입장에서 성공할 확신은 100%다."

'확실하지 않은 미래를 담보로 투자자들을 끌어들인다'는 무차별적인 공격이 억울하다는 바이오기업 경영자의 호소로 들렸다. 불신과 우려를 극복하고 셀트리온은 2013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항체 시밀러를 개발해 냈고, 시장을 주도하는 회사로 성장했다. 그 이후로도 수많은 변곡점에서 셀트리온은 불확실한 확률에서 성공을 이끌어 냈다.

실제 경험해본 그의 열정과 확신은 불가사의하기까지 하다. 2017년 겨울 어느날 서 회장을 만났을 때 그가 목발을 짚고 나타난 적이 있다. 불의로 교통사고를 당했다고 했다.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유럽과 미국 출장을 계획하고 있었다.

"직접 경영을 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후배들이 잘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려고 해요. 내가 직접 다니면 직원들이 불편할 수 있지만 해외 유통망을 단단히하려면 직접 다닐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해야할 일이니까 해야지요."

그는 목발을 짚어야하는 불편한 상황에서도 거의 1년 동안 해외를 누볐다. 만일 내게도 서 회장 처럼 천문학적인 재산이 있었다면 그렇게 했을까하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랬던 그가 이제 후배들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셀트리온 경영일선에서 물러났다. 서 회장은 "(우리나라에서) 국민과 기업가, 그리고 기업 간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며 "그러면 나를 버리는 게 답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대우차그룹이 망하자 46세의 나이에 5000만원을 들고 회사를 창업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일일 숙박비 70달러짜리 호텔에서 무슨 일 할 것인지 하루 종일 머리를 쥐어짜다 바이오시밀러 사업을 시작했다.

이들이 성공을 이루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길을 걸었는지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수많은 실패와 위기의 순간을 넘겼을 것이다. 두려움과 공포를 이겨내고 피땀흘려 이룩한 회사를 후배의 손에 넘기는 것은, 지금의 성공을 이룬 것 만큼이나 어려운 일로도 평가된다.

한 제약사 창업주는 "창업자에게 졸업은 절대로 있을 수 없고, 창업자는 자신이 세운 기업에 무한책임을 져야한다"는 말을 남겼다. 자신이 일군 기업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깊은 지 보여주는 말로도 해석된다.

그럼에도 서 회장은 셀트리온을 떠나 바이오 스타트업이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쉴새 없이 달려왔을 인생에서 잠시의 휴식을 갖고 싶을 법 하지만 그의 선택은 또 다른 시작이다.

그는 다시 찬바람 휘날리는 광야에 섰다. 손에 쥔 거대한 떡을 놓고 빈손으로 다시 시작한다. 서 회장이 또 다시 외로운 길을 떠나겠다는 결심을 했는지 그 깊이를 헤아릴 도리가 없다.

서 회장은 지난해 10월 한 행사에선 원격의료 스타트업을 창업하겠단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누구나 언제 어디서든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단 생각을 현실화 하겠다는 것으로 생각된다. 제약 바이오 산업 성장, 궁극적으로 국가 경쟁력 강화에 힘을 보탤 수 있는 방안을 찾겠단 말을 실행하는 것이다.

아마 이 칼럼은 셀트리온 창업주로서 서 회장에 대해 쓰는 마지막 글이 될 지 모르겠다. 이젠 바이오벤처 사업가 서정진에 대한 이야기를 쓸테니까 말이다. 앞으로 그는 우리에게 어떤 이야기를 전해줄까.
다시 광야에 선 서정진[광화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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