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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유동자산 안 받아요"…사모펀드 위축에 "카뱅도 투자 못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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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인지 기자
  • 정혜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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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3 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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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본시장법 개정, 사모펀드의 변신 ④]설 자리 잃은 헤지펀드, 나가야할 방향은

"비유동자산 안 받아요"…사모펀드 위축에 "카뱅도 투자 못해"
"비유동성 자산은 카카오뱅크 주식이라도 수탁기관에서 안 받아줘요. 요즘 사모펀드 판매도 힘들지만 수탁기관의 거부로 신규펀드에서 비상장·비유동성자산은 아예 투자할 수가 없는 상황입니다."

라임·옵티머스 사태가 연달아 터지면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이하 헤지펀드)의 설 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판매사는 설정 1년 미만의 신규 펀드를 판매하지 않는다. 수탁은행은 비상장주식 등 시가 평가가 어려운 자산을 아예 편입하지 말라고 압박한다.

헤지펀드 자산운용사들은 "투명화를 위한 장치는 우리도 환영"이라면서도 "업계의 발전을 저해하는 금융권의 보신주의는 지양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신규펀드 판다" 판매사·수탁기관 몸사리기


1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월말 기준 헤지펀드 수탁설정액은 443조원으로 전달 대비 2조원이 감소했다. 헤지펀드 수탁설정액은 2015년 말 200조원에서 2019년 말 412조원으로 두배 이상 증가했지만 이후 성장세가 주춤한 상황이다.

판매사와 수탁기관이 신규 펀드 설정·판매에 제한을 두면서 시장 성장 속도가 둔화됐다. 최근 판매사들은 설정액 100억원 미만·운용 1년 미만의 신규 펀드 판매를 꺼린다. 수탁기관도 AUM(운용자산) 1000억원 미만의 자산운용사의 경우 신규 수탁을 거부한다.

지난달 24일 '사모펀드 제도개선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로 판매사와 수탁기관의 감시 의무가 커지자 헤지펀드의 옥석 가리기보다 신규 펀드 진입의 벽을 높여 '사고만 피하자'는 보신주의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개정안은 판매사와 수탁기관이 펀드운용이 올바로 진행되고 있는지 감시 의무를 부여하는 내용을 담았다.

일반투자자에게 사모펀드를 판매한 경우 판매사는 펀드운용 행위가 설명서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사후 점검해야 한다. 은행, PBS(전담중개업무) 증권사 등 수탁기관은 펀드운용지시의 법령·규약·설명서 준수여부를 감시하고 불합리한 운용지시가 있는 경우 시정을 요구해야 한다. 또 사모펀드에 신용공여 등 레버리지를 제공하는 PBS 증권사는 레버리지의 위험수준을 평가·관리해야 한다.

라임·옵티머스 사태처럼 투자설명서와 다르게 부실 자산을 담는 사기 행위를 금지하기 위한 것이다. 개정안 이전에는 헤지펀드가 편입한 자산을 검증할 의무를 지닌 기관은 아무도 없었다.

헤지펀드 자산운용사도 당국의 규제 필요성에 대해 인정하는 분위기다.

A 자산운용사 대표는 "운용보고서는 이전에도 개인투자자들에게 정기적으로 전달하곤 했다"며 "판매사와 수탁기관에 운용보고를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는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우후죽순으로 성장한 사모펀드 시장에서 투명한 자산공개는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했다.


프리 IPO·M&A 다양한 전략 구사 어려워져


다만 판매사와 수탁기관이 비상장기업의 주식 등 시가 평가가 불가능한 자산을 단순 거부하면 자본시장 위축으로 이어진다는 지적이다.

B 자산운용사 대표는 "개인 고객들에게는 메자닌, 프리 IPO(기업공개), M&A(기업 인수·합병) 등을 담은 멀티 전략이 좋다"며 "다양한 자산에 투자하는 만큼 안정적으로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수탁기관에서 시가 평가가 불가능한 자산을 거부하면서 신규 펀드에서는 멀티 전략이 불가능해지고 있다.

또 신용 등급이 BBB 이하인 중소형사들은 은행 등 대출기관을 통해 자본을 조달하려면 연간 7~8%의 고금리를 내야 한다. 반면 메자닌을 발행하면 금리를 낮추고, 투자자들은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다.

VC(벤처캐피탈)도 자금을 회수(엑시트)해야 다시 다른 기업에 투자하면서 자본이 순환된다. 헤지펀드 등 VC 외에 다른 모험자본들이 시장에 유입되지 않으면 전반적인 시장 침체가 우려된다.

B 대표는 "수탁기관이 비상장·비유동성 자산은 무조건 안된다고 거부하면 우리는 투자할 길이 없다"며 "차라리 투명하게 자산을 관리할 내부 시스템을 갖추고 매달 보고하라고 하면 할 수 있다"고 토로했다. 실제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집해놓고도 수탁기관의 거부로 펀드 설정이 무산된 사례까지 등장하고 있다.

그는 "라임 사태 경우 투자 내역을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며 "운용 내역을 공개하도록 한 이번 조치로 사기 행위는 대부분 막아질 것"이라고 했다.


올라가는 판매수수료에 고객 수익 깎인다


판매사도 부실 상품을 판매했을 때 임원급의 처벌이 가해지면서 신규 펀드 판매에 몸을 사린다. 은행들은 임원급 협의체인 ‘상품위원회’를 꾸려 비예금 상품 관련 정책을 총괄하고 있다.

금융감독원도 ‘금융사 임원 책임제’ 도입을 예고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2021년도 업무계획에서 소비자 피해가 잦은 업무는 담당 임원(성명·직책)의 책임 범위를 사전에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규제의 여파가 '상품 판매 중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문제다.

C 자산운용사 임원은 "판매사에서 1년간 운용 기록, 운용규모 100억원 이상을 요구한다"며 "신규 펀드는 사실상 받지 않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D 증권사 관계자도 "상품에 문제가 생기면 대표가 기소되는 상황에서 누가 신규 펀드를 팔자고 제안하겠는가"라며 "'그냥 하지 말자'는 분위기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판매사를 확보하기 위해 은행·증권사에 지불하는 판매수수료·보수도 높아지는 추세다. 판매수수료는 펀드에 가입할 때 판매사에 고객들이 처음 내는 수수료이며 보수는 연간 내는 것이다.

헤지펀드 수수료는 상품에 따라 천차만별이긴 하지만, 1%대 초반이었던 판매수수료가 최근에는 2%까지 상향되고 있다. 수수료가 높아지면 고객들에게 돌아가는 수익이 낮아질 수 밖에 없다.

헤지펀드 자산운용사들은 "판매사와 수탁기관이 알짜 사모펀드를 판별하기 위한 기준을 마련하는 것은 우리도 환영"이라며 "단순히 펀드 규모를 가지고 일률적으로 제단하는 것은 사모펀드 시장 성장을 저해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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