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명높은 애플 AS 바뀌나?...사설 수리점에도 정품 공급

애플 아이폰 수리 모습 /사진=애플

애플이 사설 아이폰 수리점에도 정품 부품과 장비를 제공하는 '독립 수리 공급자 프로그램'을 200개 이상 국가로 확대한다. 국내에도 금주 후반부터 도입된다. 이는 라이벌 삼성전자와 대조되는, 경직된 애플의 AS(사후서비스) 체계를 개선하려는 포석으로 보인다.


29일(현지시각) 애플은 자사 뉴스룸을 통해 세계 각국의 사설 아이폰 수리점에 애플 제품 부품과 수리 도구 등을 공급해 더욱 안전하고 믿을 수 있는 수리 서비스 제공에 나선다고 밝혔다.

지난 2019년 처음 도입된 이 프로그램은 애플 기기에 대한 보증 외 수리와 관련된 정품 부품, 공구, 수리 매뉴얼 등에 대한 접근 권한을 사설 수리점에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미국을 시작으로 지난해 캐나다와 유럽으로 확대됐다. 현재 해당 지역에 1500개 이상의 시설 수리 업체가 프로그램을 이용 중이다. 독립 수리 공급자 프로그램 가입은 무료다. 다만 애플 인증을 받은 기술자가 업체에 근무해야 한다. 인증은 온라인 공인 테스트 센터를 통해 시험을 통과하면 되며, 매년 제품별로 갱신된다.

사설 수리점 양성화해 AS망 강화 포석
애플은 해당 프로그램이 믿을 수 있는 AS(사후서비스)를 위한 것이라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애플이 미비한 AS네트워크를 보완하는 동시에 사설 수리점을 양성화해 자사 AS 지점으로 활용하려는 포석으로 본다. 이를 통해 AS 관련 고객불만을 어느 정도 완화한다는 포석이라는 것이다.

애플은 국내 진출 초기부터 경직된 AS 정책으로 악명높았다. 초창기 국내에서는 아이폰 부분 수리를 제공하지 않았다. 화면 액정이 깨져도 제품 전체를 리퍼폰으로 교체 받아야 했다. 전체 교체에 대한 비용 부담은 온전히 소비자 몫이다. 소비자 불만이 극에 달하자 현재는 액정과 배터리에 대해서는 부분수리가 가능하도록 개선했지만 여전히 삼성전자 등 다른 제조사와 비교하면 비용 부담이 크다는 지적이다. 과거 수리를 맡긴 제품을 자사 정책을 앞세워 돌려주지 않아 소송이 벌어지기도 했다. 소비자들이 사설 수리점을 찾게된 이유도 이때문이다.

애플 신제품 아이폰 12 프로 맥스와 12 미니가 공식 출시된 20일 서울 중구 명동 프리스비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일단 이 정책이 시행되면 국내에서도 AS 인프라가 강화되는 효과가 기대된다. 현재 애플의 국내 공식 수리점 수는 93개다. 삼성전자(178개)와 LG전자(171개)에 비교하면 절반 수준이다.


다만 애플이 얼마나 많은 부품을, 어느 정도 가격에 제공할지는 미지수여서 제도시행 뒤 사설수리점들의 반응을 지켜봐야한다는 반응이 많다.

실제 효과는 미지수...부분수리도 리퍼폰과 가격같아 논란
애플이 최근 발표한 부분수리 서비스 역시 리퍼폰 정책과 달라진 게 없다는 비판도 나온다.

앞서 애플은 이달 초 아이폰12 시리즈에 대해 부분 수리 서비스를 미국에서 도입했다. 2007년 아이폰 출시 이후 14년간 유지해온 리퍼폰(재생폰) 정책 기조에 큰 변화를 준 것이다.

부분 수리는 기존 리퍼로 처리하던 파손(후면 유리 파손, 전원 불량, 페이스ID 불량 등)에 대해서도 수리해주는 정책이다. 예컨대 아이폰12 후면 유리가 파손되면 제품 교환 대신 기존 디스플레이와 후면 카메라는 재사용하고, 나머지만 교체한다. 단 디스플레이와 후면 카메라는 손상을 비롯해 기능 장애가 없어야 한다.

하지만 일부 부품을 재사용하면서도 비용이 기존 리퍼폰과 같아 논란이 되고 있다. 비용이 같다면 차라리 수리보단 재생폰을 받는 게 낫기 때문이다. 국내에 리퍼 비용은 △아이폰12 미니 59만7000원 △아이폰12 64만8000원 △아이폰12 프로 79만8000원 △아이폰12 프로 맥스 87만8000원이다. 애플은 부분 수리 서비스를 미국을 시작으로 다른 국가로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