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역대최대' 7조원 순이익…무슨 일이고?

설 명절을 앞둔 4일 오전 서울 강남구 한국은행 강남본부에서 관계자들이 시중 은행에 공급할 설 명절자금을 방출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한국은행이 지난해 7조3000억원을 웃도는 당기순이익을 거뒀다. 역대 최대규모다. 국채 등 매매차익이 늘고 통화안정채권(통안채) 이자비용이 감소한 영향이다.


3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0년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한은은 당기순이익(세후)은 7조3659억원으로 전년대비 2조528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상 최대치였던 2019년(5조3131억원) 기록을 1년만에 다시 갈아치웠다.

한은은 일반회사와 달리 자본금이 없고 이익을 쌓아두지도 못하는 무자본 특수법인이다. 한은의 순익은 외환보유액과 외화예치금 운용에서 발생한 수익에서 통화정책 수단으로 발행하는 통안채 비용 등을 뺀 결과를 말한다.

역대급 수익의 배경에는 코로나19(COVID-19)가 있었다. 한은은 외환보유액을 정부채 44.5%, 정부기관채 14.4% 등 안전자산에 집중적으로 투자하는데, 코로나가 미국 국채 등 안전자산 가격을 끌어올렸기 때문이다. 이에 한은이 거둔 총수익은 19조8654억원으로 전년대비 3조4366억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환보유액 규모가 증가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수출이 늘고 기타통화가 달러화 대비 강세를 보이면서 우리나라는 지난해 12월말 기준 4431억달러의 외환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은이 수익을 낼 수 있는 이른바 '시드머니'(종잣돈)가 증가한 셈이다.


반면 한은이 지불한 총비용은 9조6764억원으로 전년대비 6048억원 증가하는 데 그쳤다. 기준금리 인하로 한은이 지불해야 할 통안채 이자비용 등이 감소하면서다.

역대 최대 순익이 금액이 직원들에게 성과급으로 돌아가거나 사업확장에 쓰이는 것은 아니다. 한은은 이익금을 법정적립금, 정부세입 등으로 납부한다.

한은은 법인세 2조8231억원을 납부하고 남은 이익금이 7조3659억원중 30%인 2조2098억원을 법정적립금으로 적립한다고 밝혔다. 이후 5조1220억원은 정부에 세입으로 납부한다. 341억원은 농어가목돈마련저축장려기금 출연 목적으로 적립한다. 한은은 "2020회계연도 당기순이익 처분 후 법정적립금 잔액은 17조152억원이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