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 내서라도…' 한화시스템 유증 참여하는 1·2대 주주

오버에어 버터플라이 기체 이미지/사진=머니투데이DB,한화시스템

한화시스템이 1조원이 넘는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내놓자 국내 신용평가업계는 1·2대 주주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에이치솔루션의 외부차입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했다. 계열사의 미래 성장을 위해 전폭적으로 밀어준다는 의도지만 단기적 재무 압박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지난 3월 말 한화시스템은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총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 조달한 자금으로 위성통신, 에어모빌리티 등 미래 먹거리에 투자한단 계획이었다.


이 소식과 함께 한화시스템의 대주주로 지분 48.99%를 들고 있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약 5700억원을 출자, 2대주주로 지분 13.41%를 들고 있는 에이치솔루션이 약 1570억원을 출자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유증 참여를 위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에이치솔루션은 외부 차입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다. 에이치솔루션에 대해서는 등급 하방 압력도 존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달 31일 보고서를 내고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최근 수년간 RSP(Risk and Revenue Sharing Program) 투자에 따른 초기 손실 부담 등으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자체적 현금 창출력이 크지 않다"며 "2021년 초부터 진행중인 위성 전문업체 '세트렉아이' 지분투자 등 자금 소요를 고려할 때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번 자회사 증자 참여를 위해 차입 등 외부조달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RSP란 항공 엔진 개발 단계부터 생산·판매, 정비에 이르기까지 수익과 리스크를 공유하는 일종의 파트너십 계약이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GE, 롤스로이스 등과 RSP 계약을 맺고 있다.

지난 1월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국내 위성기업 쎄트렉아이 지분 30.1%를 인수한다고 밝히면서 우주 사업에 본격 드라이브를 걸었다. 지분 인수와 이번 유증 참여까지 감안하면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단 설명이다.

실제로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현재 3년물과 5년물로 나눠 총 3000억원 규모 회사채 발행을 검토중이다.

단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데다 자회사 한화시스템의 재무구조가 개선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신용등급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란 판단이다. 지난해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매출액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5조3214억원, 영업이익은 47.6% 늘어난 2439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에이치솔루션은 재무부담이 좀 더 가중될 수 있단 판단이 나왔다.

한기평은 이날 에이치솔루션에 대해 "지주사로서 자체 수익 창출이 없는 가운데 주력 자회사인 한화에너지로부터의 배당만으로 이번 자금 소요를 충당키는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이번 유상증자 참여가 에이치솔루션에게 즉각적인 재무부담으로 작용하는 반면 회수는 상대적으로 장기간 소요될 수 밖에 없다"고 해석했다.

이어 "이번 유상증자 참여는 에이치솔루션의 신용등급 하향 압력을 가중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 본다"고 덧붙였다. 한기평이 에이치솔루션에 대해 평가한 신용등급은 현재 A+다.

에이치솔루션은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 등 한화 오너가 3세가 지분 100%를 보유한 회사다. 현재 투자법인 성격만 갖고 있다.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주)한화에 대한 지분율은 5.19%다.

한편 대주주로부터 지원을 받는 한화시스템은 70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외부 시장에서 조달해 자본을 확충하는 만큼 신용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한국신용평가는 "이번 유상증자로 한화시스템은 자기자본으로 에어모빌리티, 위성통신, 디지털 플랫폼 사업 투자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면서 추가 차입 없이 자체사업을 확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계획대로 증자대금이 유입되면 부채비율은 73.9%로 개선돼 자금소요 부담이 완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한화시스템의 연결 기준 자본총계는 1조327억원, 부채총계는 1조6624억원으로 부채비율 161%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