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도, 경제회복도 'K자 양극화'…미국·중국만 웃는다

　
세계 경제가 코로나19(COVID-19) 충격파로부터 벗어나고 있지만 나라별 회복세는 양극화된 'K'자 모양을 그리고 있다. 특히 'G2'로 불리는 세계 경제 양대국인 미국과 중국이 가장 위쪽에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그 배경에는 백신과 재정지원이 있다.

지난해 12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델라웨어주 뉴어크의 한 병원에서 공개적으로 화이자-바이오엔테크의 코로나19 백신 2차 접종을 받고 있다. /AFP=뉴스1

블룸버그통신은 4일(현지시간) 기사에서 세계경제가 반세기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반등하고 있지만 국가별 불균형으로 인해 회복세가 한쪽으로 치우친다고 보도했다. '쌍두마차' 미국과 중국이 급속한 회복세를 보여주는 반면, 유럽연합(EU)과 개발도상국은 반복되는 코로나 확산과 백신 보급 지연으로 인해 성장률 전망치가 하향 조정되고 있다.


블룸버그 산하 경제연구소인 블룸버그 이코노믹스(BE)에 따르면 올해 1분기(1~3월)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전년동기 대비 약 1.3% 성장했다. 올해 전체 글로벌 성장률은 1960년대 이후 가장 높은 6.9%로 전망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성장률로 5.5%를 제시했다.

겉으로 보기엔 코로나19가 할퀸 상처가 빨리 회복되는 듯 보이지만 국가별로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미국이 강세를 띄는 반면 유럽, 일본 등은 주춤하다. 신흥국에선 중국이 브라질, 러시아를 크게 앞질렀다.

지난해 경제가 전년도에 비해 3.5% 역성장했던 미국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가 크게 뛰었다. 미국 싱크탱크 피터슨 국제경제연구소(PIIE)는 이날 글로벌 경제전망 보고서를 내고 올해 미국이 6.3% 성장한다고 전망했다. 중국 역시 지난해 2.3%에서 올해 8.5%로 성장률이 급등할 것으로 예측됐다. 두 나라 전망치는 모두 지난해 10월(각각 4.1%, 6.0%)보다 상향 조정됐다.


반면 PIIE는 유로존(6.0%→4.4%), 영국(4.0%→3.8%), 일본(5.0%→2.5%)과 러시아(3.5%→2.7%), 브라질(0.5%→마이너스 1.0%) 등의 성장률 전망치는 하향 조정했다.

유럽·신흥국 백신 부족에 허덕여이러한 차이를 만든 이유로는 크게 두 가지가 꼽힌다. 백신 보급과 대규모 재정 지원으로 인한 각국의 코로나19 회복력은 곧 경제 회복력으로 이어지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달 말 기준 전세계 백신 접종량은 총 6억회분 이상이지만 국가 간 접종 격차가 뚜렷하다고 보도했다. 블룸버그 백신 추적 프로그램에 따르면 미국은 전체 인구 3분의 1가량이 백신 접종을 1회 이상 받은 반면, EU는 전체의 10%를 조금 넘겼다. 멕시코와 러시아, 브라질 등은 접종률이 6%에도 미치지 못했다.

미국은 1조9000억달러(약 2145조원) 규모의 경기부양책을 통과시키고 하루 평균 약 300만명 백신 접종을 하는 등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은 백신 접종률은 낮지만 지난해 초부터 공격적인 부양책을 쏟아내고 코로나19를 통제한 후에야 재정 프로그램을 축소했다. 이어 지난해 말에는 사실상 코로나 종식을 선언했다.

반면 유럽은 코로나19 재확산, 백신 물량 부족, 아스트라제네카 부작용 논란 등에 시달리면서 접종이 지지부진하다. 독일과 프랑스 등은 코로나 3차 확산에 따라 재봉쇄에 들어갔다. 프랑스 정부는 당초 올해 자국 경제성장률을 6%로 예측했지만 3차 봉쇄 이후 5%로 하향 조정했다. 여기에 7500억유로(1000조원) 규모의 EU 경제회복기금은 하반기에나 집행될 전망이다.

JP모건체이스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브루스 카스만은 "2020~2025년 사이 미국 등 선진국들과 신흥국들 사이 경제 성장률을 비교했을 때 이렇게 큰 격차를 앞서 본 적이 없다"며 "부분적으론 백신 유통의 차이에서 비롯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미국과 중국이 주도하는 경제성장 가속화로 회복이 불균형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달 1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의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좌석에 사회적 거리 두기 스티커가 붙어 있는 생 피에르 성당에서 한 여성이 기도하고 있다. /AP=뉴시스

백신과 경제회복의 상관관계전문가들은 향후 경제 회복 정도 역시 백신 접종 등에 따른 회복력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본다. 블룸버그는 "새로운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가 계속해서 발생하면서 바이러스가 세계의 위협으로 남을 가능성이 더 커졌다"며 "얼마나 빨리 백신을 국민들에게 접종하느냐에 따라 위험 해결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전했다.

백신 접종률이 뒤처지는 한국 역시 접종 속도가 경제 회복 성공 여부를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의 인구대비 백신 1차 접종률은 현재 1%대에 불과하다. 지난달 말 IMF는 한국의 올해 경제 성장률을 1월 전망 대비 0.5%포인트 올린 3.6%로 전망했는데, "한국이 효과적인 방역으로 충격을 극복하고 경제적 상처를 최소화했다"면서도 동시에 백신접종 지출 확대를 권고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백신 접종 속도에 따라 우리 경제 회복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한국이 백신 접종에 뒤처지면서 경제적 대가를 치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이번주 열리는 IMF와 세계은행(WB) 춘계회의에선 평등한 백신 접종이 의제로 떠오를 예정이다.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출신의 네이선 시츠 PGIM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백신 접종에 있어 보다 평등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주장을 회의 내내 듣게 될 것"이라며 "미국 등 일부 국가들의 경제 호황은 세계의 나머지 국가들을 이끄는 원동력으로 작용할 수도 있지만, 불균형한 회복 즉 건강하지 못한 경제에서 더 큰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