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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아시안 증오범죄' 어떻게 풀어야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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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뉴욕=임동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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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08 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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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1년 중국 광동성의 한 고아원에서 여섯살짜리 중국인 사내아이가 미국의 한 가정에 입양됐다. 이 아이를 입양한 부모는 중국계 미국인이었다. 남자는 세계 2차대전에 참전한 공로로 중국인 신부를 미국으로 데려올 수 있는 권리를 얻었고, 가정을 꾸렸다. 하지만 아이가 없어 입양을 결정했다.

아이는 미시간주 디트로이트 근교 도시에서 평범한 미국인으로 자랐다. 1973년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기술학교를 다녔고, 이후 취업한 자동차 부품업체에서 주중에는 도면을 그렸고 주말에는 레스토랑에서 웨이터로 일했다.

인생의 반려자가 될 사람을 만나 약혼했고, 드디어 1982년 6월28일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결혼 전 파티를 위해 친구들과 동네 클럽에 갔다. 그는 그곳에서 두 백인과 시비가 붙어 주차장에서 야구방망이로 무차별 폭행을 당해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4일 뒤인 6월23일 사망했다.

미국 내 대표적인 인종 증오범죄 사례인 ‘빈센트 친’ 사건이다.

가해자 두 사람은 미국 자동차 회사의 공장 직원이었는데, 이들 중 한 명은 실직 상태였다. 1980년대 초 일본 자동차가 미국 시장을 빠르게 잠식했는데, 이로 인해 미국 빅3(GM, 포드, 크라이슬러)의 시장 기반이 흔들렸고 감원으로 이어졌다. 당시 디트로이트는 일본계 미국인에 대한 인종적 적대감의 화약고였다.

법정 진술 등 논란은 있지만 가해자들은 '친'을 일본계라고 생각하고 그를 공격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가해자 두명은 2급 살인혐의로 기소됐으나, 이듬해 유죄를 인정하는 조건으로 죄목이 '과실치사'로 낮아졌다. 1983년 법원은 이들에게 벌금 3000달러와 보호관찰 3년을 선고했고, 법정비용 780달러를 내도록 했지만 감옥에는 보내지 않았다. 이 같은 판결에 항의하는 인권단체에 판사는 “이들은 감옥에 보낼 만한 사람이 아니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 사건이 발생한 지 약 40년이 지났지만, 아시안 증오범죄는 사라지지 않고 최근 오히려 기승을 부린다.

증오는 전염성이 있다. 증오를 당한 이는 자신보다 더 약한 대상을 찾아 증오를 넘긴다. 백인으로부터 끔찍한 폭력을 겪었던 흑인이 아시아계에 주먹을 휘두른다. 다음 차례는 누구일까. 아시아계 안에서 대상을 찾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 연방하원의원 자리에 도전장을 낸 한 한인 정치인은 최근 공개석상에서 “중국 이민자들이 미국에 오는 것을 조금도 원하지 않는다. 나는 ‘한국인’이어서 이렇게 말할 수 있다”고 말해 논란이 되고 있다. 나중에 ‘중국 공산당’을 향한 발언이었다고 해명했지만, 그 자리에서 왜 ‘한국인’이라는 말이 나와야 했는지 모르겠다.

일각에선 미국에서 중국 때문에 다른 아시아계 사람들이 피해를 본다며 아예 ‘코리아’라는 표식을 달고 다녀야 겠다는 말도 들린다. 하지만 이 같은 ‘구별’ 역시 증오로 가는 전단계가 될 수 있다. 과거 히틀러는 자신의 증오대상 인종에 ‘노란색 별’을 붙였다.

일반적인 서양인들은 동양인을 잘 구분하지 못한다고 한다. 그들 눈에는 한국인, 중국인, 일본인 모두 똑같은 ‘아시안’이다. 설령 이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도 변하지 않는 ‘팩트’다.

한국에서 평소엔 생각도 못해 봤던 인종 문제를 접하니 당혹스럽다. 공원에 앉아있다가도 '이곳에 아시안은 나 혼자'라는 생각에 주변을 둘러보기도 한다. 갑자기 해코지를 당할 수 있다는 불안감도 든다.

사람이 태어나면서 피부색이나 부모를 선택할 수 없듯, 인종은 어떠한 이유에서도 차별과 증오의 이유가 될 수 없다. 문제가 있으면 방관하지 말고 고쳐야 한다. 우리는 타인의 눈과 마음은 고칠 수 없지만 최소한 목소리는 낼 수 있다.

소리가 작거나 위협이 두렵다면 같은 처지의 이웃과 함께 뭉쳐야 한다. 바이러스보다 무서운 증오가 다른 곳으로 더 번지지 못하게 해야 한다.

이제 한국에도 다른 지역에서 온 다양한 국적·인종의 사람들이 많다. 이번 기회에 우리 자신도 과연 그들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는지, 그리고 편견 없이 평등하고 공정하게 대하고 있는지 점검해 봐야 한다. 내 속에 나도 모르는 '차별'이 살고 있지 않는지 살피고, 증오의 불씨를 끄자.

임동욱 뉴욕특파원 /사진=임동욱
임동욱 뉴욕특파원 /사진=임동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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