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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테랑]"똑, 똑, 똑, 똑!" 보이스피싱 일당, 그들만의 암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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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홍순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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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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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 번 걸리면 끝까지 간다. 한국에서 한 해 검거되는 범죄 사건은 134만건(2019년 기준). 사라진 범죄자를 잡기 위해 물불 가리지 않는 이 시대의 진정한 경찰 베테랑을 만났다.
서울 강북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최은석 경위(42)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서울 강북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최은석 경위(42)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똑, 똑, 똑, 똑!"

지난해 12월 서울의 한 지하철역 공중 화장실에서 노크 소리가 들렸다. "똑, 똑, 똑, 똑!" 정확히 4번이다. 그러자 옆 칸에서 가방이 쓱 들어왔다. 가방을 받은 남자는 화장실을 나와 또다른 지하철역으로 이동했다.

남자는 보이스피싱 '전달책'이다. "똑, 똑, 똑, 똑!"은 보이스피싱 일당의 암호다. 노크를 4번하면 '인출책'이 화장실 옆 칸 '전달책'에게 돈을 전달한다. 이들은 공중 화장실 안에는 CCTV(폐쇄회로TV)가 없다는 점을 이용해 이곳에서 돈을 옮겼다. 가방 속에는 보이스피싱 사기로 벌어들인 돈이 들어있었다.

보이스피싱 일당 검거를 주도한 서울 강북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최은석 경위(42)는 "피의자들은 CCTV가 없는 사각지대만 노렸다"며 "화장실 입구에 있는 CCTV를 한 달 넘게 밤 늦게까지 돌려보며 실마리를 찾아갔다"고 했다.

그는 보이스피싱 범죄만 9년동안 전담한 베테랑 수사관이다. 이제는 흐릿한 CCTV에 나오는 피의자 인상착의만 봐도 '저 사람이 범인'이라는 직감이 온다.

그는 "평일 오후 시간에 양복을 입은 사람이 회사에 있지 않고 뜬금없는 장소에서 주변을 살피는 행동을 하면 그 부분만 계속해서 돌려본다"며 "이제는 인상착의만 보면 느낌이 딱 온다"고 했다.



한 달간 밤새 CCTV 돌려보며 '수거책' 검거…"이동경로 지하철역은 다 봤다"


지난 9일 만난 서울 강북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최은석 경위(42)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난 9일 만난 서울 강북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최은석 경위(42)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사건은 지난해 12월부터 시작됐다. 피해자 A씨는 국내 대형 금융기관에서 '기존에 받았던 고금리 카드론 일부를 상환해야 한다'는 전화를 받았다. A씨는 1200만원을 입금하고 나서야 보이스피싱이라는걸 깨닫고 경찰에 신고했다.

수사를 시작한 최 경위는 피의자 B씨가 출금 지점 은행에서 돈을 12차례 인출하는 CCTV를 확인했다. 그는 한 달 동안 B씨의 이동경로를 추적했다. 주말까지 반납하고 B씨의 이동경로에 있는 지하철역 CCTV를 모두 뒤졌다.

결국 B씨가 또다른 피해자를 직접 만나 거액의 돈을 받는 모습을 포착해 검거했다. B씨는 피해자를 만나 돈을 받거나 계좌이체된 돈을 출금하는 '수거책'이었다.

그는 "이 일당에게 당한 피해자가 수도권에 수십명이나 있다는걸 확인했다"며 "B씨는 인터넷에서 고액 알바를 구한다는 글을 보고 보이스피싱에 가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저 사람이 범인이다"…밤낮없이 끈질긴 잠복·미행


서울의 한 지하철역 화장실. 보이스피싱 일당 중 한 명이 화장실을 나오고 있다/사진제공=경찰청 영상 캡쳐
서울의 한 지하철역 화장실. 보이스피싱 일당 중 한 명이 화장실을 나오고 있다/사진제공=경찰청 영상 캡쳐

B씨 일당을 계속 추적하던 최 경위는 한 지하철역 화장실 입구 CCTV를 보고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 한 남성이 불안한 표정으로 오후 1시마다 주기적으로 들락거리는 모습이었다. 최 경위는 이 남자가 보이스피싱 일당이라는 걸 직감했다.

최 경위는 용의자 남성의 이동경로를 뒤쫓았다. 그러다 또다른 지하철역 화장실에서 같은 행위를 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그는 "화장실을 나오는 순간부터 미행했고 경기도에 있는 은신처를 발견했다"며 "은신처 근처에서 잠복하면서 이 '전달책'이 다른 지하철역에서 또다른 수거책을 만난 순간을 발견했고 현장에서 한꺼번에 검거했다"고 말했다.



보이스피싱 피해금은 대부분 해외로…"돌려드리지 못해 안타깝다"


지난 9일 만난 서울 강북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최은석 경위(42)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지난 9일 만난 서울 강북경찰서 지능범죄수사팀 최은석 경위(42)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수사 끝에 최 경위는 수거책, 전달책, 국내 송금 총책 등 보이스피싱 일당 10명을 붙잡았다. 이들에게 속은 피해자는 29명, 피해액은 11억원에 달했다.

최 경위는 "보이스피싱 일당들이 CCTV가 없는 사각지대를 노려 피의자를 특정하는데 쉽지 않았다"면서 "주말에도 CCTV 영상을 끼고 살았고 피의자 이동경로를 전부 추적하기 위해 영상을 보고 또 봤다"고 했다.

그는 편취금 환수가 어려운 게 가장 안타깝다고 했다. 최 경위는 "대부분 보이스피싱 총책이 중국 등지에 있어 피해금이 해외로 넘어가면 환수가 어렵다"며 "피해자들에게 이 사실을 얘기하는 게 가장 힘들고 어렵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상품권 핀번호를 전송하거나 구글 기프티카드 구입을 유도하는 등 보이스피싱 수법도 진화한다"며 "금융·수사기관 등은 절대 계좌로 돈을 입금하라고 요구하지 않으니 보이스피싱이 의심되면 주변 지인과 상의하고 신고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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