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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만 ESG 높은 점수 받는다는 건 '편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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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인지 기자
  • 황국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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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5 0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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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상장사 ESG 리스크 대해부ⓛ]1-(2)

[편집자주] 깨진 독에 물을 계속 퍼넣어도 금세 새나가기 마련이다. 리스크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잘했던 성과들이 그만큼 퇴색된다. 머니투데이는 빅데이터·AI(인공지능) 기반 ESG 평가기관인 지속가능발전소와 함께 시가총액 상위 주요 종목들과 섹터별 주요 기업의 ESG 성과점수 순위 및 리스크 요인을 반영한 ESG 통합점수 순위를 공개한다.
"재산의 절반을 기부하겠다"

지난 2월 김범수 카카오 의장의 자발적 기부 발표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기업 활동을 통해 쌓은 부를 기부 방식으로 사회에 환원하는 행보가 국내에선 흔치 않은 '모범적인 선한 기업가'의 모습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카카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점수를 뜯어보면 기대가 실망으로 바뀐다. 카카오의 ESG 통합 점수(성과점수+리스크 점수)는 46.12점으로 시가총액 상위 200대 기업중 182위에 해당한다.

카카오앱을 통해 택시를 부르면 가맹택시에 콜을 몰아줬다는 점에서 불공정관행이, 카카오의 인사평가 방식이 '직장내 괴롭힘'으로 변질되고 있는 점이 근무환경 평가에 악영향을 미쳤다.

ESG 평가에선 대기업들이 높은 점수를 얻기 쉽다는 인식이 강하다. 중소기업이 EoSoG 3개 분야를 고루 관리하며 투자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속가능발전소 평가 방법에 따르면 오히려 시총 상위권 기업이 통합 점수에서 뒤로 밀린다.

큰 기업일수록 다양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는데 이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그린뉴딜 기업으로 각광받는 2차전지 기업들도 S(사회)와 G(지배구조)의 리스크에서 점수가 깎이는 사례가 적잖았다.
대기업만 ESG 높은 점수 받는다는 건 '편견'
머니투데이와 지속가능발전소가 시가총액 상위 200위를 조사한 결과(3월 31일 기준) 시총 상위 10위 기업들 중 ESG 통합점수가 100위권으로 밀려나는 기업이 세곳이나 됐다. LG화학(136위), 현대차(118위), 카카오(182위) 등이다. LG화학은 지난해 잇단 공장 사고로 인명 피해가 발생한 점이 문제가 됐다. LG화학은 또 현대차와 함께 전기차 화재 사고로 인한 리콜 이슈가 지적됐다.

통합 점수는 기업들이 공시한 ESG 정보를 기반으로 1년에 한번 평가하는 PA(성과점수)에 매달 뉴스 등에 보도된 기업의 ESG 사건 사고를 반영한 IA(리스크 점수)를 반영한 것이다.

시총 상위 기업들은 대체로 PA 점수가 높았지만, IA가 3점 이상으로 '매우 높음' 또는 '심각'에 해당해 순위가 낮아졌다. 지속가능발전소는 리스크 점수에 대해 5점 만점을 기준으로 4~5점 이상은 심각, 3~3.9점 이상은 매우 높음, 2~2.9점 이상은 높음, 1~1.9점 이상은 보통, 1점 미만은 낮음으로 분류한다.

시총 1위인 삼성전자도 60위, 2위인 SK하이닉스는 30위에 그쳤다. NAVER는 68위, 삼성SDI는 56위, 기아는 52위였다. 그린뉴딜로 지난해 증시의 주역이었던 2차전지, 인터넷, 수소차 관련 기업들이 모두 ESG 측면에서는 높지 않은 점수를 받은 셈이다.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결과 네이버는 쇼핑·동영상 검색 결과를 조작한 것으로 밝혀졌다. 삼성SDI는 배터리 화재와 계열사 삼성웰스토리에 일감을 몰아준 점 등이 문제로 지적됐다. 기아는 전기차 화재와 노사 갈등으로 부품업계 도산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는 점 등이 ESG 리스크로 꼽혔다. 기아는 리스크점수가 4.6으로 리스크 '심각' 에 해당했다.

시총 12위인 포스코 역시 성과점수가 59.5로 상위권이었지만, 리스크점수가 4.9점으로 시총 200위 중 가장 높아 통합점수 101위로 밀려났다.

포스코는 국내 제조업 최초로 TCFD(기후변화 리스크의 재무공시를 위한 태스크포스) 지지를 선언한 바 있다. 글로벌 철강사 최초로 ESG 채권을 발행하고 책임있는 광물 구매를 위해 RMI(책임있는 광물 조달 및 공급망 관리를 위한 연합)에 가입했다.

반면 포스코의 ESG 리스크는 사회 부문에서 불거졌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0년까지 3년간 포스코 포항제철소와 광양제철소에서 산재로 포스코와 협력사 직원 10여 명이 숨졌다.

금융지주사들은 세계 연기금들의 움직임에 맞춰 누구보다 ESG에 적극적으로 대응해 성과점수가 높았지만, 사모펀드 사고가 잇따라 터지면서 리스크가 커졌다.

시총 16위인 KB금융은 지난해 금융지주사 중 최초로 이사회 내 ESG위원회를 신설하고 ESG경영 중장기 로드맵인 'KB 그린웨이 2030'도 발표했다. 2030년까지 KB금융그룹의 탄소배출량을 2017년과 비교해 25% 줄이고 현재 20조원 규모인 ESG 상품·투자·대출을 50조원까지 늘린다는 내용이다.

KB금융의 성과점수는 64.43로 1위에 달했지만 통합 점수는 12위(61.95)로 급락했다. 자회사인 KB증권의 부실 상품 판매로 리스크점수가 3.3(최대 5점, 리스크 '매우 높음' 수준)으로 커진 탓이다.
대기업만 ESG 높은 점수 받는다는 건 '편견'
시총 22위인 신한지주도 성과점수가 62.15로 5위를 기록했지만, 리스크점수가 3.8점(매우 높음)에 이르면서 통합 점수가 59.85로 19위로 뚝 떨어졌다. 신한은행의 라임펀드 판매액은 2769억원, 신한금융투자는 3248억원으로 총 6000억원을 웃돈다. 신한지주는 2018년 국내에서는 최초로 TCFD에 가입하면서 ESG 선두주자로 떠올랐지만 금융상품 판매 리스크가 S와 G 부문 점수에 영향을 줬다.

이외에도 시총 상위 기업 중에서는 엔씨소프트(107위), LG(198위), 아모레퍼시픽(102위), 한국전력(193위), 포스코케미칼(152위), 넷마블(110위), 롯데케미칼(112위), HMM(111위), 한화솔루션(120위), 금호석유(144위), 현대제철(153위) 등이 통합 점수 100위내에 못들었다.

이는 ESG 성과 점수 관리만큼 ESG 리스크 관리가 중요하다는 의미다. 지난해부터 ESG에 대한 기업·금융계 및 당국의 관심이 고조되면서 너도나도 ESG 경영을 한다고 하지만 ESG의 본질은 '비재무적 리스크'다. 산업·기업 특유의 리스크를 줄이지 못하면 실제 ESG 역량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업별 편차가 컸던 것처럼 업종별로도 ESG 점수와 리스크 수준의 편차가 컸다. 시가총액 상위 500대 기업을 지속가능발전소 분류기준으로 12개 업종으로 나눴을 때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등이 속한 필수소비재 업종의 통합점수 평균이 53.23점으로 가장 높았던 반면 HMM, 대한항공 등이 속한 운송 업종의 통합점수 평균은 50.48점으로 가장 낮았다.

리스크점수가 클수록 해당 업종의 통합점수도 낮게 나왔다. 필수소비재 업종 구성종목 29개사의 평균 리스크 점수는 1.21점이었던 반면 운송 업종 구성종목 11개사의 평균 리스크 점수는 2.45점으로 2배 높았다.

기관투자자들도 이러한 사회적 논쟁(controversy)에 주목하고 있다. 홍정민 지속가능발전소 연구원은 "ESG 투자 측면에서 수시로 일어나는 기업들의 사건·사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며 "리스크점수는 하루에 두번 기업 관련 뉴스를 반영해 이슈가 누락되지 않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연금도 연간 사회적 논쟁 관련 연구용역을 늘리고 있다"며 "이미 투자한 기업에도 인게이지먼트(주주 관여 활동) 등을 통해 ESG를 개선시키겠다는 의지가 커지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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