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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22년 걸린 스토킹처벌법…우리 시선도 바꿔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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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4 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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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노원구 세 모녀’를 잔혹하게 연쇄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1.4.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노원구 세 모녀’를 잔혹하게 연쇄 살해한 피의자 김태현(25)이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 유치장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2021.4.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이승환 기자 = 요즘은 어떨지 모르겠다. 필자가 20대이던 2000년대 초만 해도 연애 상담을 하면 누군가 꼭 이런 조언을 했다. "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계속 접근해."

성미가 좀 급한 친구는 "집 근처에서 기다리다 납치한 뒤 고백을 받아줄 때까지 보내주지 마"라고 거들었다.

어떤 친구는 짝사랑하던 상대의 미니 홈피 비밀번호를 알아내 매일같이 들어가 행적을 살폈다. "스토킹 아니냐"며 주변에서 한숨을 쉬었지만 그것이 심각한 '범죄'라고 생각한 사람은 당시 많지 않았다.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공포안'(스토킹 처벌법)이 13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오는 10월 안에 시행될 것으로 보인다. 스토킹이 명백한 범죄임을 명시하고 가해자를 형사처벌(최대 징역 3년 이하)하는 게 법의 핵심 내용이다.

그런데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대목이 있다. 스토킹 처벌법이 국회 문턱인 본회의를 통과하는 데 무려 22년이 걸렸다는 것이다. 그 이유 중 하나가 이 법이 국민적인 관심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스토킹 범죄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다 해도 틀리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법 처리 과정에서 스토킹 처벌법은 후순위로 밀리거나 아예 배제됐고 스토킹은 끔찍한 범죄로 이어졌다.

노원구 아파트에서 최근 세 모녀를 살해한 김태현(25)은 피해자 중 한 명인 큰딸을 스토킹한 것으로 조사됐다. 김태현은 사건 발생 수개월 전부터 큰딸에게 집요하게 연락했으나 큰딸이 만남을 피하자 범행을 계획했다.

지난해 경남 창원에서도 스토킹 살인 사건이 발생했다. 10년간 드나들던 단골식당 주인 A씨(60)에게 고백했으나 거절당하자 가해자는 집착하기 시작했다. 앙심을 품고 있던 그는 창원시 성산구 한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미리 준비한 흉기로 A씨를 숨지게 했다.

스토킹 처벌법이 진즉에 시행됐으면 이런 끔찍한 사건을 사전에 차단했을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가해자가 강력 범죄를 저지르기 전 스토킹 처벌법으로 처벌하거나 피해자와 분리 조치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반면 이 법이 스토킹을 반의사불벌죄로 규정한 만큼 가해자 처벌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귀담아 들어야 하는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국회에서도 한계점을 보완하는 입법을 고민해야 하고 국민들도 지속적인 관심을 보여야 한다.

동시에 우리 주변을 주의 깊게 둘러볼 필요가 있다. 직장이나 학교, 단골식당 등 일상 공간에서 스토킹이 이뤄지는 건 아닌지, 이뤄지고 있는데 범죄로 인식하지 못하는 건 아닌지 말이다.

"너무 좋아하면 그럴 수 있지"라는 시대착오적 생각을 이제 버려야 한다.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피해자가 고통에서 해방되고 국회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서는 상황이 되풀이되지 않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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