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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산부여도 실력 좋으니 같이 하겠다는 말이 큰 힘이 됐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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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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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6 04: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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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업계 유리천장, 이대로 괜찮나]

[편집자주] [편집자주] 온 국민이 주식을 하는 시대다. 유례없는 '동학개미운동'으로 금융투자업계는 많은 변화를 겪게 됐다. 그러나 유독 개선이 느린 분야가 있다. 바로 유리천장이다. 여성 주식 투자자들은 대폭 늘었지만, 이들을 위한 여성 롤모델은 부족하다. 금융투자업계의 여성 직원 비율 증가에도 투자전문가로 불릴만한 증권업계 고위 임원은 대부분 남성이다. 금융권의 보수적인 분위기가 주 원인으로 꼽히지만, 국내 금융권은 해외와 비교해도 유독 여성 리더가 부족하다. 머니투데이는 금융투자업계 유리천장의 현주소와 최근 일고 있는 변화의 물결에 대해 조명해본다.
김유성 KB증권 투자솔루션센터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김유성 KB증권 투자솔루션센터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1993년 처음 증권계에 입문한 김유성 KB증권 투자솔루션센터장에겐 언제나 '최초' '여성'이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녔다. 증권업계에서 시작한 사회생활부터 전문성을 쌓기 위해 찾은 학교에서도 계속 유일한 여성이었다.

이런 상황도 견뎌냈던 그에게도 임신과 육아 등으로 인한 경력단절 위기는 왔다. 다시 일을 시작할 수 있었던 것은 귀한 인연들 덕분이다.

임산부였던 그의 채용을 우려하던 인사팀에 "나는 일 잘하는 사람과 일하고 싶다"고 지지해준 선배가 있었던 것이 행운이었다는 김 센터장.

그는 자신이 어려웠던 순간 포기하지 않을 수 있었던 것처럼 앞으로도 여성들이 잘 버텨낼 수 있도록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는 지난 12일 KB증권 여의도 본사에서 김유성 KB증권 투자솔루션센터장과 만나 금융투자업계의 유리천장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다음은 김유성 KB증권 투자솔루션센터장과의 일문일답



김유성 KB증권 투자솔루션센터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김유성 KB증권 투자솔루션센터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간단한 약력과 증권업계에 입문한 계기를 소개 부탁드린다.
▶993년 외국계 증권사를 시작으로 증권업계에 입문했다. 첫 직장 ABN AMRO증권에선 리서치 어시스턴트를 3년 정도 했고 이후 지금까지는 운용 및 상품개발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유안타증권, 신한은행, 삼성증권, 교보증권 등을 거쳐 지금 KB증권에서 일하고 있다.

-연세대 문헌정보학과 졸업이라고 알고 있다. 문과 출신이 랩 운용 등에서 근무한다는 게 눈에 띈다.
▶처음 리서치 어시스턴트로 일할 땐 회계 등 기초가 없어서 저녁 늦게 퇴근해서 회계 학원을 다니곤 했다. 애널리스트가 빨리 된 편이지만 되고 나서 파생 등 새로운 시장을 공부하고 싶어져 금융공학을 전공했다. 아마 문과적 전공만을 갖고 있었다면 쉽진 않았을 것.

-1993년 입사 당시 여성 직원들이 지금보다 더 적었을 것 같다. 어떤 분위기였는지 궁금하다.
▶당시 삼성 그룹에서 여성 대졸 공채를 처음으로 시작하던 시기였다. 대졸 여성들을 뽑는 분야는 비서직, 국내영업직 등이었다. 여성에게 취업 선택지가 많이 없었던 시기였다.

고유자산 운용 업무에서도 매매 하는 직원 말고는 여자가 나밖에 없었다. 상품 개발도 여자가 나뿐이었고, 본사에 여성 부서장이 나밖에 없었던 시절도 있었다.

대학원 입학 때도 내가 첫 여성 학생이었다. 당시 대학원에 여자가 없으니 건물에도 여자 화장실이 없었는데 졸업하면서 여자 화장실을 설치하고 나와 업적을 남겼다는 농담을 할 정도였다.

-당시 기업 내부에서도 여성 직원들을 많이 보기 힘들었다면, 근무하면서도 힘든 상황들이 있었을 것 같다.
▶지금은 출산 전후에 사용할 수 있는 출산휴가, 육야휴직이 있지 않나. 당시에는 출산 전 휴가를 쓰기가 어려웠다. 주어진 일주일 정도의 연차를 다 쓰면 어쩔 수 없는 상황이었다.

두 번째 직장에 근무하던 당시 임신 중 몸이 안 좋아지고 유산 위험도 있었다. 좋아하는 회사였지만 건강을 위해서 그만둘 수밖에 없었다.

-본의 아니게 경력단절이 됐는데 그 이후 어떻게 지금까지 계속 일할 수 있게 된 것인가?
▶쉽지 않았다. 재취업 당시 여자 전문 계약직도 별로 없는데 임산부이니 인사부에선 당혹스러워했다. 그러나 당시 남자인 팀장께서 "나는 임산부 상관없어 까짓것 석 달 정도인데 내가 필요한 능력을 갖춘 사람이랑 일할 거야"를 강력하게 주장해줬다. 여러 복귀 과정에서 주변인들로부터 이런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 참 행운이었다.

-여성이 직장 생활을 하면 그런 피치 못할 사정들이 생기는 것 같다. 그럴 때마다 지지해주는 사람들이 있거나 도움이 될 제도가 있는 게 큰 도움을 주는 것 같다.
▶맞다. 나도 가족이 아프거나, 아이들이 어려서 돌봐줘야 하는 등 중간 고비들이 있었다. 최근엔 육아휴직이나 가족돌봄 휴직이 많이 생겨서 다행이다. 이런 제도는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도 가족을 돌보면서 일을 병행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을 만드는 데 꼭 필요한 일이라고 본다.

-KB증권 내부 분위기는 어떠한가. 육아휴직이나 출산휴가 등을 적극 권장하는지 궁금하다.
▶성별 상관없이 전혀 눈치보지 않고 적극적으로 쓰는 편이다. 이런 복지들은 남자 직원도 똑같이 누려야 한다고 본다. 그래야 그 가정을 함께 꾸리고 있는 여성도 혜택을 받지 않겠나. 여성에 대해서만 포커스하는 것이 아니라 맞벌이 가정들이 서로 잘 견뎌낼 수 있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김유성 KB증권 투자솔루션센터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김유성 KB증권 투자솔루션센터장 인터뷰/사진=이기범 기자
-KB증권에선 증권업계 여성 첫 CEO가 나오는 등 여성 친화적 분위기 조성에 적극적이라는 느낌이 든다.
▶박 사장님께서 유리천장이 아니라 유리벽이 문제라고 많이 말씀하신다.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인력들이 활동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특정 부서가 아닌 '여자가 일할 수 없는 업무'라는 편견을 없애려고 많이 노력하고 계신다. KB증권 본사의 경우 IT, 소비자보호, 리서치기획, 기관영업, 회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 부서장이 일하고 있다.

-국내 증권업계의 여성 임원 비율이 비교적 적은 것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
▶아무래도 그 시절 그 업무를 시작했던 사람이 없는 게 가장 큰 것 같다. 20년 전 여성이 없었던 분야이니 시킬 사람도 없는 상황이지 않겠나. 시일이 지나면 점차 꾸준히 해결될 수 있는 문제라고 본다.

대신 중간에 힘들어서 포기하지 않게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경력이 단절될 수밖에 없는 시기를 견뎌낼 수 있게 회사가 다양한 지원을 해주는 게 필요하다.

-내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상장사의 경우 특정 성별로 이사회를 구성할 수 없게 되는 사실상 '여성 이사 의무화 제도'가 시행된다. 이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
▶사회적으로 성별과 관계없이 일 잘하는 사람을 선출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다는 것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다. 중간에 혹시 힘들어서 포기하려는 여성 후배들이 '끝이 안 보인다'고 지치지 않게 만드는 그런 효과도 있을 것.

-올해 투자솔루션센터장으로 가진 목표가 있다면.
▶그동안 랩 총잔고가 9조원을 돌파하는 등 외형적 성장이 크게 있었다. 그간 기반을 다져왔으니 올해는 앞서나가는 일들을 해보자는 것에 목표를 뒀다. Wrap 운용부의 경우 KB able Account-EasyFolio(이지폴리오) 랩 서비스를 통해서 투자성향 맞춤 자산 배분, 좋은 상품 제공, 리밸런싱을 통한 운용 등 기본적인 정통 자산 관리 프로세스에 충실하자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

OCIO 운용부의 경우 현재 1조5000억원의 공공기관·대학기금·일반법인의 일임자금을 운용하고 있는데 3년간 경쟁사 대비 안정적 수익률 재선정돼왔다. 최근 DB형 퇴직연금 운용자문도 시작했는데 앞으로도 목표수익률에 맞춘 안정 운용이 목표다.

신설된 신탁부에선 전년 대비 80% 증가한 18조원 상당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인프라 개선을 통해 종합재산신탁을 운용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전체적으로 고객 자산운용의 고도화를 통한 차별화된 투자솔루션 제공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여성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어떤 것인가.
▶요즘은 다들 알아서 잘해서 조언이 필요할까 싶다. 예전엔 '여자'라는 한계가 분명히 있었다면 지금은 시대가 계속 변하고 있다. 첫 직장에서 여성 과장이라는 타이틀을 달았음에도 팀장이 "박사학위를 따서 교수가 되는게 좋을 것 같다"고 권했다.

과장까지 밀어준 선배였지만 당시 회사 분위기도 그렇고, 사회 전반적으로 여성 부서장이라는 건 생각하지 못했던 시기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여성 후배인 내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어서 많이 고민하셨던 것 같다.

지금도 당장은 힘든 일이 있겠지만 나중에 '왜 힘들었을까?' 라고 생각하며 역량을 발휘하는데 지장없는 시대가 오지 않을까. 계속 꾸준히 바꿔나가야 후배들에게 더 좋은 세상이 오지 않겠나. 그러니 지치지 않고 끝까지 갈 수 있도록 힘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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