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거남에 복수하려"…8살 딸 살해 친모, 징역 30년 구형

8살 딸을 살해한 40대 친모 A씨가 지난 1월 인천 미추홀구 인천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출생 신고도 하지 않은 8살 딸을 살해한 뒤 1주일간 시신을 집에 방치한 친모에게 검찰이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16일 인천지법 형사13부(호성호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검찰은 살인 혐의로 구속기소된 A씨(44)에게 징역 30년을 구형했다.


검찰은 "피고인은 사실혼 관계의 남편과 별거 후 복수와 경제적 문제 등을 이유로 동반자살을 계획해 오던 중 자녀 B양(8)을 살해했다"며 "B양은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적절한 의료혜택과 교육도 받지 못한 채 비참하게 생을 마감했다"고 구형 이유를 밝혔다.

이어 "자녀를 숨지게 하고도 일주일간 방치하고 자녀 휴대폰을 이용해 살해 사실을 숨기기도 했다"며 "사실혼 남편은 자녀 사망사실을 뒤늦게 알고 극단적 선택한 점, 그 가족은 피고인에 강력한 처벌을 원하고 있는 점, 계획 범행인 점 등을 고려해달라"고 요청했다.

A씨 측 변호인은 "사실혼 관계의 남편과 별거해 아이와 단둘이 살면서 가정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판단했다"며 "건강상태가 좋지 않고 평생 속죄하면서 살 것을 다짐하고 있는 점을 고려해달라"고 했다.


부상으로 다리 일부를 절단해 휠체어를 타고 법정에 출석한 A씨는 최후진술에서 "딸에게 용서를 구하고 싶다"며 "혼자 보내서 너무 미안하다. 엄마가 죗값 다 받고 따라가면 그때 만나자. 내가 엄마여서 미안하다"라고 말했다.

앞서 A씨는 지난 1월8일 인천 미추홀구 자택에서 자고 있던 B양을 질식사시킨 혐의를 받는다. 그는 일주일간 집안에 시신을 방치하다가 15일 오후 3시37분쯤 "딸이 죽었다"며 119에 신고한 뒤 불을 질러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으며, 이달 16일 퇴원해 경찰에 긴급체포됐다.

조사결과 A씨는 전 남편과 이혼하지 않고 가출한 상태에서 사실혼 관계인 남성 C씨(47)와 2013년 B양을 낳았다. A씨는 서류상 문제로 8년간 B양의 출생신고를 하지 않았다. B양은 지난해 학교에 입학해야 했으나, 출생 신고가 되지 않아 입학하지 못했다.

A씨는 C씨가 범행 6개월 전 집을 나가자 배신감 등 정신적 충격에 경제적 어려움이 겹치면서 B양을 살해해 복수하기로 마음먹었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그는 "C씨가 충격받을 것 같아서 딸을 살해했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사회적 공분을 샀다.

B양이 사망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안 C씨는 경찰서에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귀가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그는 동생 앞으로 남긴 유서에서 '딸을 보호하지 못한 죄책감' 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이름도 없이 숨진 B양에게 이름을 주고자 출생신고를 추진했다. 그러나 현행법상 검찰 등이 대신 출생신고를 하기 어려워 A씨를 설득했고, B양은 지난 2월25일 생전 불렸던 이름으로 기록됐다. 그러나 성은 친모와 법적으로 혼인관계에 있는 전 남편의 성을 따랐다.

한편 A씨의 선고공판은 다음달 14일 오후 2시에 진행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