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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년 늦은 '스토킹처벌법'…"김태현 막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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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한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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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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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절해도 끝까지 순애보?...이젠 '스토킹'④]

노원구 세 모녀 살인 피의자 김태현(25)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앞서 취재진 앞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노원구 세 모녀 살인 피의자 김태현(25)이 지난 9일 오전 서울 도봉경찰서에서 검찰로 송치되기 앞서 취재진 앞에서 마스크를 벗고 있다. /사진=김휘선 기자 hwijpg@
'노원 세모녀 살인사건'의 피의자 김태현(25)의 스토킹 관련 처벌은 범칙금 최대 10만원에 불과하다. 형량을 강화한 스토킹처벌법이 지난달 국회를 통과됐지만 9월부터 시행돼 소급적용이 안되기 때문이다. 여성단체들은 해당 법안이 20여년간 국회서 묵혀있지 않았다면 이번 사태를 막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끝내 살인으로 이어진 '스토킹'…죗값은 10만원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김태현의 스토킹 혐의에 대한 처벌 수위는 최대 10만원 이하의 범칙금에 그친다. 2013년부터 스토킹이 범죄로 처벌받기 시작했지만 단순히 쫓아다니는 행위는 경범죄에 분류돼서다.

실제로 경찰이 김태현에 적용한 혐의는 살인 및 절도, 특수 주거침입 등 5개지만 이중 스토킹 관련 죄목은 경범죄처벌법위반(지속적 괴롭힘)이다. 경찰은 브리핑에서 김태현이 스토킹을 한 것은 맞으나, 형량을 강화한 스토킹처벌법이 올해 하반기부터 시행돼 경범죄처벌법을 적용했다고 설명했다.

스토킹이 경범죄로 분류되면서 그 처벌 수위는 장난전화·무전취식·호객행위와 같은 수준이다. 범칙금 20만원 이하인 암표매매와 거짓광고보다 낮은데 피해자가 스토킹 거절의사를 명확하게 표현하지 않으면 이 범칙금마저도 부과되지 않을 수 있다. '세모녀 사건'처럼 특수 주거침입에 협박, 끝내 살인 등의 범죄로 이어질 수 있지만 그 시작인 스토킹에 대한 처벌은 경미한 셈이다.

제도적 방치 속 스토킹 범죄는 매년 증가한다. 2019년 583건이 검거되면서 2013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하루 평균 10건 이상이 신고되지만 그 중 한 건만 처벌된다.


'형량 강화' 스토킹처벌법 9월부터…"너무 늦었다" 비판


국회는 '세모녀 사건' 발생 다음 날인 지난달 24일 스토킹처벌법을 통과시켰다. 1999년 첫 발의 이후 22년 만이다. 그동안 '스토킹이 애정표현·구애와 구분하기 어렵다,' '스토킹 횟수 등 처벌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하기 어렵다' 등의 이유로 계류됐다.

9월부터 시행되는 이 법안은 스토킹범죄 가해자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내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경찰은 피해자·피해자 주거지 100m 이내 접근금지, 통신이용 접근금지 등의 조치를 내릴 수 있고 이에 따르지 않으면 1000만원 이하의 과태료에 처해진다.

범칙금 10만원에 비해 형량은 강화되고, 범죄예방 수단도 늘어난 셈이다. 좀 더 빨리 법안이 통과됐더라면 살인으로 번진 스토킹을 사전에 막을 수 있다는 아쉬움이 나오는 부분이다.

윤김지영 창원대 철학과 교수는 "스토킹이 범죄라는 사회적 공감대가 없었다"면서 "스토킹을 과한 애정표현, 구애 행위 정도로 인식하면서 김태현 사건에서도 실제로 피해자가 김태현의 남자친구였다는 등의 기사까지 나왔다"고 밝혔다. 이어 "제도를 통해 이같은 인식을 견인할 수 있는데 1년 전에라도 통과가 됐다면 김태현은 막을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장윤미 한국여성변호사회 공보이사(변호사)도 스토킹에 대해 "제도적 방치"라며 '10번 찍어서 안넘어 가는 나무 없다'는 말처럼 한국 사회는 스토킹을 연인 관계 등에 있을 수 있는, 용인 가능한 행위로 치부했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스토킹이 범죄의 징표가 되면서 입법이 되긴 했지만 개선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다만 통과된 법안이 여론에 밀려 급조한 '반쪽짜리'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반의사불벌죄(피해자가 원치 않으면 죄를 묻지 않는) 조항이 유지되면서다. 또 피해자를 효과적으로 보호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피해자가 스토킹 위협을 차단하기 위해 직접 법원에 보호명령을 신청할 수 없는데다가 경찰이 하더라도 너무 오래 걸린다는 분석이다.

장 이사는 "법원을 통하면 더딜 수밖에 없다"면서 "실무를 맡은 경찰이 현장에서 즉각 판단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실효성 있고 빠른 조치가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윤김 교수도 "(접근금지 조치가)한시적인 미봉책에 불과한데 피해자와 가해자를 어떻게 분리하고 위반시 과태료 이상의 처벌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21년 4월 16일 (18:50)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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