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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다섯살 '중년' 에버랜드, '노티' 벗고 회춘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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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승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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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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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파크 생존 위한 MZ세대 공략 위해 사내 20대 직원 아이디어 도입

에버랜드 튤립정원 프로젝트를 이끈 Z세대 삼인방. 왼쪽부터 권소희(27) 식물콘텐츠그룹 프로와 박태영(29) B2C그룹 프로, 최예은(29) 디자인그룹 프로. /사진=에버랜드
에버랜드 튤립정원 프로젝트를 이끈 Z세대 삼인방. 왼쪽부터 권소희(27) 식물콘텐츠그룹 프로와 박태영(29) B2C그룹 프로, 최예은(29) 디자인그룹 프로. /사진=에버랜드
자연농원에서 출발한 에버랜드가 개장 45주년을 맞았다. 사람으로 따지면 어느덧 중년이다. 사파리월드·캐리비안 베이·티익스프레스 등 굵직한 레저시설을 선보이며 여가문화를 선도해왔지만, 나이는 못 속이는지 그 위상이 예전같지 않다. 메타버스(Meta+Universe) 시대가 본격화하고 소비 트렌드도 바뀌면서 기존의 테마파크 성공 방정식이 통하지 않는다.

이런 에버랜드가 달라졌다. 부쩍 이상한(?) 일을 벌이기 시작했다. 한 직원이 온 몸에 꿀을 바르고 나비 5000마리를 향해 뛰어드는가 하면, 튤립가든에 어른들이 보기에 다소 유치할 수도 있는 조형물을 설치하고 포토존이라고 알린다. 결과는 꽤나 성공적. 2030 세대의 발길이 부쩍 늘어나며 생기가 돈다.

이 같은 기행은 모두 사내 MZ(밀레니얼·제트)세대가 벌인 일들이다. 최근 들어 3~5년차 20대 직원들이 각종 프로젝트 일선에 나서고 있다. 의사결정 한 번에 적지 않은 비용을 들여야 하는 업종 특성 상 쉽게 보기 어려운 풍경이다.


편견은 반전 줄 때 효과있지


에버랜드 디자인그룹이 튤립가든을 조성하며 서울대 디자인학부 학생들과 협업해 만든 조형물. 버스정류장에 70~80년대 당시 에버랜드 광고를 그대로 붙였다. 이색 광고포스터와 분위기에 방문객들이 가장 자주 사진을 찍는 장소다. 선배들은 해당 광고를 구하기 위해 한국광고박물관까지 찾아 포스터를 공수했다고 한다. /사진=에버랜드
에버랜드 디자인그룹이 튤립가든을 조성하며 서울대 디자인학부 학생들과 협업해 만든 조형물. 버스정류장에 70~80년대 당시 에버랜드 광고를 그대로 붙였다. 이색 광고포스터와 분위기에 방문객들이 가장 자주 사진을 찍는 장소다. 선배들은 해당 광고를 구하기 위해 한국광고박물관까지 찾아 포스터를 공수했다고 한다. /사진=에버랜드
가장 대표적인 변화가 지난달 선보인 튤립가든이다. 매년 하는 식물 콘텐츠 중 하나지만 올해는 조금 다르다. 튤립정원 한 가운데 있는 대형 LED스크린까지 정원이 됐다. 식물콘텐츠그룹의 막내인 4년차 권소희(27) 프로의 아이디어다. 특급호텔 '인피티니 풀'과 비슷한 개념으로 정원 한 가운데 스크린이 네덜란드 풍경을 디지털로 띄우며 수십만 송이의 튤립과 조화를 이룬다. 권 프로는 "아무래도 더 풍성하게 보이다보니 M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사진을 예쁘게 찍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튤립 정원에 있는 조형물들도 친구·연인끼리 방문한 2030 세대에게 입소문을 타고 있다. 자연농원 시절 이미지를 연출한 '뉴트로(뉴+레트로)' 콘셉트 조형물로 브라운관TV에 옛 자연농원 광고 포스터까지 선보였다. 디자인그룹 최예은 프로(29·5년차)와 서울대 디자인학부 학생들이 만든 작품이다. '인생사진'을 반드시 찍어야 하는 젊은층을 공략하기 위해 직접 Z세대에게 프로젝트를 맡겼다.
에버랜드 디자인그룹이 튤립가든을 조성하며 서울대 디자인학부 학생들과 협업해 만든 조형물. 왼쪽은 옛 자연농원 시절 캐릭터를 만든 조형물로 처음 해당 아이디어를 두고 '1차원적'이라며 고민했다고 한다. 젊은 패기로 밀어붙여 만든 결과 교복을 입은 10~20대는 물론 어린이 동반 가족 고객들도 사진을 찍는 포토스팟이 됐다. /사진=에버랜드
에버랜드 디자인그룹이 튤립가든을 조성하며 서울대 디자인학부 학생들과 협업해 만든 조형물. 왼쪽은 옛 자연농원 시절 캐릭터를 만든 조형물로 처음 해당 아이디어를 두고 '1차원적'이라며 고민했다고 한다. 젊은 패기로 밀어붙여 만든 결과 교복을 입은 10~20대는 물론 어린이 동반 가족 고객들도 사진을 찍는 포토스팟이 됐다. /사진=에버랜드
기대가 크지는 않았다. 실제 가져온 결과물들도 이해하기 어려웠다. 지극히 1차원적이란 걱정에서다. 최 프로는 선배들과 아이디어를 낸 학생들의 가교 역할을 맡았다. 최 프로는 "기존 사고방식이나 에버랜드 틀을 맞추려다보면 한계가 있다. 더 멋지게 하려는 경우가 많다"며 "하지만 오히려 MZ세대에게 뉴트로는 직관적이어야 통하더라"고 말했다.


생존하려면 모두 '원팀' 돼야


에버랜드 튤립정원 프로젝트를 이끈 Z세대 삼인방. 배경은 자연농원 시절 브라운관TV를 형상화한 뉴트로 콘셉트의 조형물. /사진=에버랜드
에버랜드 튤립정원 프로젝트를 이끈 Z세대 삼인방. 배경은 자연농원 시절 브라운관TV를 형상화한 뉴트로 콘셉트의 조형물. /사진=에버랜드
에버랜드가 20대 직원에게 중책을 맡기기 시작한 배경엔 '티타남(티익스프레스 대신 타주는 남매)'이 있다. 4년차 박태영 프로(29) 94년생, 98년생 막내들이 만드는 채널이다. 공식 유튜브 채널이 아닌데도 구독자 수가 10만명이 넘는다. '이런걸 왜 하냐'며 반신반의했던 부서장도 요즘엔 믿고 맡길 정도다. 박 프로는 "선배들이 고개를 가로저을 때 '잘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일이 아니라 노는 모습을 보여주니 10~20대가 좋아해주는데, 채널 조회수와 월별 입장객 수가 일치하는 등 성과도 있다"고 말했다.

아예 선배들이 후배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따르기도 한다. 권소희 프로는 튤립정원 조성과 함께 식물콘텐츠를 알리기 위한 방안으로 유튜브 채널을 기획하면서 부서장인 이준규 식물콘텐츠그룹장을 출연시키는 강수를 뒀다. 막내 직원이 부장에게 출연을 지시한 셈. 권 프로는 "식물에 대한 지식이 많다는 점에서 출연을 부탁했는데 오히려 흔쾌히 응해줬다"고 말했다.
에버랜드 박태영 프로와 막내 직원들이 직접 기획해 운영하는 유튜브 '티타남' 채널. 말도 안되는 자극적인 콘텐츠로 매번 선배들이 한숨을 쉰다. /사진=유튜브 캡처
에버랜드 박태영 프로와 막내 직원들이 직접 기획해 운영하는 유튜브 '티타남' 채널. 말도 안되는 자극적인 콘텐츠로 매번 선배들이 한숨을 쉰다. /사진=유튜브 캡처
젊은 후배들의 아이디어를 적극 도입하는 문화는 에버랜드의 생존고민과 맞닿아 있다. 출산율 저하 등 인구구조 변화로 기존 '집토끼'인 어린이 동반 가족고객만 공략해선 살아남긴 어렵단 판단에서다. 5060 실버세대와 함께 소비 '큰손'이 된 MZ세대를 잡아야만 살아남을 수 있는만큼, 이들의 니즈를 파악하려는 것이다. 에버랜드 관계자는 "Z세대와 선배들의 하모니로 전 세대가 공감할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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