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지시로 날 감시한다" 망상에…친부 살해 '징역 10년'

머니투데이

임소연 기자

이지혜 디자이너 /사진=이지혜 디자이너

60대 친아버지를 살해한 혐의(존속살해)로 재판에 넘겨진 30대 남성에게 재판부가 징역 10년을 선고했다.

16일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문병찬 부장판사)는 박모씨(32)에 대해 "심각한 정신병력 가지고 있으면서도 가족 염원에도 불구 치료를 받지 않던 중 존속인 피해자를 잔혹하게 살해했다"며 이같이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 측이 주장해 온 심신미약(사물을 변별할 능력이나 의사를 결정할 능력이 미약한 상태)을 인정했다.

재판부는 "아버지를 살해하는 패륜적이고 반사회적인 범죄를 저질렀다"며 "이렇다 할 이유도 없이 고통속에서 생을 마감한 피해자와 이를 감내해야 하는 유족에게도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겼다"고 말했다.

다만 "피고가 입원과 통원을 해온 점, 지속적인 약물 치료 과정에서 상당기간 처방약을 복용하지 않아 질환이 악화한 점 등을 형량을 정하는 데 있어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양형이유를 밝혔다.

박씨는 지난해 8월 23일 서울 마포구에 있는 아버지의 집에서 흉기와 둔기로 아버지를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박씨는 범행 직후 도주했다가 경북 포항에서 검거됐다.

그는 아버지가 국가기관의 사주를 받고 자신을 몰래카메라 등으로 감시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 아버지에게 불만을 품고 있던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피고인 박씨는 재판에서 모든 혐의를 부인했다. 박씨는 재판부 판결문 낭독에 앞서 "최후의 변론을 하고 싶다"며 자리에서 일어나 "솔직히 억울하다. 혐의가 없다고 말하지 않았나"고 주장했다.

박씨는 말하는 과정에서 피해자인 아버지는 '피해자', 신고자인 형을 '신고자'라고 칭하는 등 앞선 공판 등에서 피해자와 신고자와 모르는 사이라고 했던 주장을 되풀이했다.

박씨는 재판부가 판결문 읽는 와중에도 가져온 종이를 뒤적이거나 한숨을 내쉬는 등의 태도를 보였다. 형량 선고 직후엔 바로 "항소하겠다"며 미리 가져온 항소사유서를 품 속에서 꺼내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