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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딸 생일날 차린 제사상…꿈에라도 자주 와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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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도(전남)=김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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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7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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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26일이 딸아이 생일이었는데, 16일에 그렇게 가버려서…" (세월호 유가족 김형기씨)

전남 진도군 조도면 세월호 침몰 해역. 이곳에서 딸 해화양을 잃은 김형기씨(56)는 갑판을 바라보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2014년 딸아이의 생일날 생일상 대신 제사상을 차렸다"며 "마음이 아프고 많이 보고싶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7주기였던 어제(16일)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참사가 일어난 맹골수도 인근에서 선상추모식을 열었다. 하얀 국화꽃을 바다에 던지며 아이들의 이름을 불렀고, 일부 부모들은 울음을 터뜨리다 바닥에 주저앉기도 했다.


"4월만 되면 혼란스러워"…묵묵히 서 아이들 그리워한 유가족들


헌화를 하다 울음이 터진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 /사진=김지현 기자
헌화를 하다 울음이 터진 세월호 유가족의 모습 /사진=김지현 기자

이날 유가족 22명을 포함한 4.16재단 관계자, 자원봉사자 등 59명은 7시10분쯤 목포해경전용부두에서 해경 경비함 3015호에 올랐다. 출발한지 3시간 만에 이들은 부두로부터 약 52마일(96km) 떨어진 사고해역에 도착했다. 흰색 장갑과 검은 마스크를 낀 가족들은 헬기 이착륙 갑판에 섰다.

김아라양의 아버지인 김응대씨(59)는 4월만 되면 몸과 마음이 혼란스럽다고 했다. 한동안은 16일 아침에 일어나는 것조차 힘겨웠다. 김씨는 "한창 꽃다울 나이에 아이가 먼저 가버린 게 부모로써 너무 큰 짐이 돼버렸다"며"사람들이 이제는 세월호 잊을 때도 좀 됐다고들 하는데 그럴 때마다 마음이 너무 괴롭다"고 털어놨다. 유가족들 중에 아직도 사회활동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도 있다고 전했다.

7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박영배씨(59)는 지금도 꿈에 딸 지윤양이 나온다. 박씨는 "최근엔 아이가 놀다 자꾸 위험한 곳으로 가려고해 말렸더니 그대로 사라져버리는 꿈을 꿨다"며 "아직도 아이가 기억 속에 많이 있다. 해줄 말이라고는 사랑한다는 것뿐"이라고 했다.

추도사를 맡은 이호진군의 아버지이자 이용기 0416 단원고 가족협의회 대변인은 "벌써 일곱 해가 지났다"며 "오늘은 침몰하던 날과 요일도 같고, 날씨도 비슷해 목이 메지 않을 수 없다"고 소회했다. 나란히 서서 추도사를 듣는 유가족들의 표정엔 슬픔이 어려 있었다.


난간에 기대 "엄마 왔어"…세월호 선체 찾은 유가족들



세월호 사고해역에 띄워진 노란 부표를 바라보고 있는 유가족 /사진=김지현 기자
세월호 사고해역에 띄워진 노란 부표를 바라보고 있는 유가족 /사진=김지현 기자

뱃고동 소리가 들리자 유가족들과 시민들은 일제히 묵념을 했다. 사고해역이 표시된 노란 부표가 띄워진 곳으로 국화꽃을 던지며 눈물을 흘렸다. 몇몇 유가족은 난간에 기대 아들과 딸의 이름을 불렀다. 답은 돌아오지 않았다. 추모식에 함께 참석한 시민들은 휴지를 건네주거나 등을 토닥이며 가족들을 위로했다.

"1반 고혜인, 김민지… 2반 강수정 강우영…." 올해는 250명의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는 시간도 있었다. 10시30분에 맞춰 추모식을 한 이유에 대해 행사를 주최한 4.16재단 측은 "해당 시각이 세월호가 완전히 바다에 잠긴 시각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후에는 유가족들과 시민들이 버스로 이동해 목포 신항 세월호 선체를 찾았다. 3시15분쯤 이곳에 도착한 유가족들은 임형주의 <천개의 바람>에 맞춰 선체 앞에 놓인 테이블에 국화꽃을 놓으며 묵념을 했다. 천개의 바람은 세월호의 대표 추모곡이다.

가족들은 여기저기 녹이 슬고 따개비가 달라붙어 있던 선체를 둘러보며 '그날'을 회상했다. 한참을 자리에 머물며 선체를 바라보는 유가족도 있었다. 커다랗게 걸린 단원고 학생들의 1학년 수련회 단체사진을 보며 아이들의 얼굴을 찾는 부모도 있었다. 세월은 흘렀지만 기억은 그대로였다.


진상 규명 촉구하는 목소리도…"꿈에라도 자주 나왔으면"


목포 신항에 놓인 세월호 선체 /사진=김지현 기자
목포 신항에 놓인 세월호 선체 /사진=김지현 기자

추모식에 참석한 유가족들은 정부의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촉구했다. 이 대변인은 "아직 해결되지 않은 이야기들을 아이들이 보는 자리에서 하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프다"며 "내년에는 아이들을 온전히 추모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해화양의 아버지 김씨 역시 "제자리 걸음을 걷는 기분"이라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김씨는 "마음이 아픈 것도 아픈거지만 침몰 원인조차 제대로 알 수 없는 상황이니 갑갑하다"고 말했다.

가족들과 함께 현장을 찾은 지인들 역시 목소리를 높였다. 평소 친하게 지내던 동네 이웃의 조카가 세월호 참사로 세상을 떠났다는 권석씨(59)는 "내 딸, 아들 같은 아이들이 어린 나이에 떠난 게 가슴이 아파 왔다"며 "이런 일이 다시는 없게 명확한 조사와 해결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로 외손녀를 떠나보내고 아내와 함께 선상추모식에 참석한 장모씨는 "마치 아이가 바다에 갇혀 있는 것 같다"며 "보고싶고, 꿈에라도 자주 와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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