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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10분이면 배송 끝" 택배대란 해결 인천 아파트 가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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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오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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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17 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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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차량 진입 안되지만 상생 모델 만들어...노인 일자리 창출까지

"'실버택배' 어르신들 덕분에 10분이면 4000세대 아파트 배송을 끝낼 수 있습니다"

16일 인천 미추홀구 SK스카이뷰 아파트. 12시가 되자 수십개의 택배 물품을 실은 차량이 지하주차장 내에 멈춰섰다. 회색 조끼를 입은 노인 26명이 빠른 손놀림으로 배송 물품을 나눴다. 이들은 30분이 채 되기 전에 분류작업을 끝마치고 동별로 손수레를 끌며 흩어졌다. 택배기사는 "고맙습니다"며 고개를 꾸벅 숙인 뒤 10분만에 차량을 몰고 아파트를 떠났다.

이곳은 안전을 이유로 택배 차량(탑차)의 지상 출입이 불가능한 '공원형 아파트'다. 대신 기사들은 입주민과 협의해 아파트 입구까지만 물품을 나른다. 단지 내에서는 '실버 택배원'들이 손수레를 끌고 개별 세대에 배송한다. 택배기사들이 일부 급여를 부담하지만 배송시간이 줄어 '시간이 돈'인 기사들에게 이점이 있다. 관계자들은 최근 불거진 '택배 대란'의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배송시간 다른 아파트의 절반, 어르신도 하루 4시간 근무로 월급 120만원"


16일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SK스카이뷰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서 '실버 택배기사'들이 택배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16일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SK스카이뷰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서 '실버 택배기사'들이 택배 물품을 분류하고 있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인천 SK스카이뷰 아파트는 2016년 6월 완공된 3971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다. 정부가 탑차의 출입을 위해 지하주차장 높이를 2.7m로 정하는 규정을 제정하기 전 지어졌기 때문에 지하주차장 높이는 2.1m에 불과하다. 저상 탑차를 제외하면 대부분 지하주차장의 출입이 불가능한 셈이다.

자칫 '택배 대란'이 불거질 뻔한 상황이었으나, 택배사와 입주민, 택배기사가 협의를 통해 해결했다. 이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에 택배 거점을 마련한 다음 60~70대의 어르신 28명을 고용해 자체적으로 '실버 택배기사'를 운영한다. 소형 탑차는 지하주차장 거점에 직접 물품을 내리고, 대형 탑차의 경우 입구까지만 배송한 뒤 '실버 택배기사'들이 차량을 몰고 거점으로 물품을 가져온다.

2016년 '실버 택배'가 처음 도입될 때부터 배송을 담당한 A씨(67)는 "오후 12시부터 4~5시간 정도만 근무하면 한 달에 120만~130만원 정도의 급여를 받는다"며 "노인들에게 이보다 더한 일자리가 어디 있나"고 웃었다. 이 아파트 입주민인 그는 "다른 곳도 서로 조금만 양보하면 입주민도 안전하고 기사도 편안한 아파트가 될 것 같다"고 했다.

택배기사들의 만족도도 높다. 택배기사 김모씨(42)는 "입주민들의 배려로 배송 시간이 다른 아파트의 절반밖에 안 걸린다"며 "어르신들이 차량에서 물품 내리는 것도 도와주시고 배송도 직접 해 주시니 너무 편하다"고 했다. 김씨는 "어르신들이 배송하시다 보니 고객분들도 실수가 있더라도 '그럴 수도 있지'라며 넘어가 주시는 분위기"라고 했다.

실버 택배원들의 급여는 택배기사와 택배사가 본인의 수수료를 조금씩 포기했다. 택배기사는 '시간'을 벌었고, 택배사는 노인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공헌에 동참하기로 했다.

여기에 지자체 임금 일부를 지원한다. 미추홀구청 관계자는 "노인 일자리 창출과 상생 측면에서 바람직하다고 판단돼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며 "나머지 금액은 택배사와 기사가 부담한다"고 설명했다.

택배기사들은 어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실버택배'가 주는 이익이 훨씬 크다고 입을 모은다. 택배기사 정모씨(41)는 "거점에만 내려놓으면 어르신들이 모두 배송해 주니 10분이면 배송이 모두 끝난다"며 "원래 4000세대 규모의 대단지 아파트를 모두 돌려면 3시간을 훌쩍 넘기는데 그 시간에 다른 곳을 배송할 수 있어 훨씬 좋다"고 했다.

입주민대표회의에서 활동하고 있는 윤모씨(70)은 "하루에 아파트 안에서만 수천개의 택배 물품이 쏟아지는데 기사들 노고가 얼마나 크겠나"며 "입주민들은 비용을 부담하더라도 '실버택배'를 유지하자는 입장"이라고 했다.


'택배대란' 해결 위해서는 양보와 합의를…아직 400여곳 남았다


16일 인천 미추홀구 SK스카이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한 택배기사가 물품을 내리고 있다. 이 물품은 각 단지로 '실버택배원'들이 배송한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16일 인천 미추홀구 SK스카이뷰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한 택배기사가 물품을 내리고 있다. 이 물품은 각 단지로 '실버택배원'들이 배송한다. / 사진 = 오진영 기자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택배노조)에 따르면 전국에서 탑차의 지하주차장 출입이 불가능한 '공원형 아파트'는 419곳이다. 이 중 극히 일부만이 SK스카이뷰 아파트처럼 '실버 택배'를 운영하거나 아파트 자체적으로 카트를 도입해 '택배 전쟁'을 해결하고 있다. 나머지 아파트는 기사가 무릎에 부담을 주는 저상차량을 이용하거나 걸어서 배송한다.

세종시 호려울마을 10단지 '중흥 S-CLASS'아파트의 경우 입주민 656세대가 공동으로 아파트 내부에서만 운영하는 전동카트를 구매했다. 대당 1000만원에 달하는 구매비용, 연간 200만원이 넘는 유지비용도 입주민들이 낸다. 아파트 관계자는 "택배기사들은 손수레 대신 전동카트를 이용해 배송한다"며 "함께 살자는 입주민들의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울산 남구 옥동의 한 아파트는 오전 11시부터 오후 3시까지 아이들이 오가지 않는 시간에만 탑차의 지상 출입을 허용하는 방법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월 하루 4시간 동안 탑차의 지상 출입을 허용하는 방법에 대해 주민투표를 거쳐 78.7%의 동의를 얻었다.

택배노조 관계자는 "사안에 따라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하지만 입주민들이 기사들을 위해 배려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라며 "가장 좋은 방법은 탑차가 지상으로 출입하는 것이지만 입주민과 기사의 협의를 통해 다른 방법을 찾는 것도 대안이 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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