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없는' A매치?... ESL 창설, 왜 선수와 대표팀이 피해보나

국가대표팀 '캡틴' 손흥민.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국가대표 주장' 손흥민(29·토트넘)이 대표팀 유니폼을 입지 못할 수 있게 됐다. A매치 출전이 안 되고, 2022 카타르 월드컵 또한 어렵다. 손흥민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스타들이 줄줄이 빠진 월드컵이 될 가능성이 있다. 초대형 날벼락이다. 이 모든 것이 타의에 의해서다.


유럽 거대 12개 클럽이 18일(한국시간) '유러피언 슈퍼리그(ESL)'을 전격 출범시켰다. 유럽축구연맹(UEFA)을 비롯한 전 세계 축구계가 발칵 뒤집혔다. 그런데 불똥이 이상한 쪽으로 튀고 있다.

결정에 관여한 적이 없는 선수들이 피해를 볼 여지가 있다. 국가대표 출전 금지가 그것이다. 당장 한국 대표팀이 '캡틴' 손흥민 없이 2022 카타르 월드컵에 나서야 할 수도 있다. 손흥민의 소속팀 토트넘이 ESL 창립 멤버이기 때문이다. 축구팬 입장에서는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다.

잘 나가는 클럽들이 뭉쳐 '그들만의 리그'를 만든다는 이야기는 꾸준히 있었다. 이에 대해 국제축구연맹(FIFA)는 지난 1월 6개 대륙 연맹과 함께 새로운 리그에 참가하는 클럽의 선수들은 국제대회에 나서지 못하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UEFA 역시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그러나 물밑에서 작업은 꾸준히 진행됐고, 마침내 공식 출범을 알렸다.

챔피언스리그와 유로파리그가 붕괴될 위기에 처한 UEFA는 즉각 잉글랜드축구협회, 프리미어리그, 스페인 왕립축구협회, 라리가, 이탈리아축구협회, 세리에A와 손을 잡고 ESL 저지에 나섰다. 알렉산데르 체페린 UEFA 회장이 직접 나서 ESL 참가클럽은 자국 경기와 유럽 대륙의 모든 대회에 나설 수 없을 것이며, 국가대표로도 뛸 수 없다고 경고했다.


문제는 선수들을 비롯한 현장에서는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다. 영국 더 선에 따르면 올레 군나르 솔샤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감독은 "나는 경기만 했다.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미켈 아르테타 아스날 감독 또한 "아무 것도 모른다. 뭘 알아야 평가라도 할 것 아닌가"라고 설명했다.

토트넘과 잉글랜드 대표팀의 주전 공격수인 해리 케인. /AFPBBNews=뉴스1

결국 선수들은 자신들이 관여하지 못한 결정으로 인해 국가대표로 뛰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됐다. ESL 참가 클럽에는 세계 최고의 선수들이 즐비하다. 당연히 각국 국가대표들도 무수히 많다. 한국 대표팀의 최고 핵심인 손흥민도 포함된다. 손흥민의 파트너 해리 케인(토트넘)은 잉글랜드 대표팀의 스트라이커다.

결국 ESL도 핵심은 돈이다. 더 많은 돈을 벌고자 한다. UEFA와 FIFA는 기득권을 뺏기기 싫다. ESL과 UEFA-FIFA의 힘겨루기에 애꿎은 선수들이 피해를 보는 셈이다. 사실 클럽이 돈을 더 많이 번다고 당장 선수들의 주급이 급등하는 것도 아니다. 또한 선수가 일방적으로 현 소속팀과 계약을 파기하고 다른 팀을 찾는 것도 쉽지 않은 일이다.

강대강으로 붙고 있다. 그래도 협상의 여지는 있어 보인다. 월드컵의 경우 전 세계인의 축제다. 여기에 스타들이 빠진다면 흥행에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유럽의 월드컵'으로 불리는 유로 대회도 마찬가지다. 결론이 어떻게 나오느냐에 달렸다.

한편 ESL은 12개 팀으로 창설을 알렸다. 프리미어리그 '빅6'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맨유), 맨체스터 시티(맨시티), 리버풀, 아스날, 첼시, 토트넘이 싹 다 들어갔다. 라리가 '삼대장' 레알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ATM)가 포함됐고, 세리에A 거함인 유벤투스-인터밀란-AC밀란도 창설 멤버다.

향후 3팀을 더 참가시켜 15개 팀을 만들고, 이 팀들은 '창립 클럽'으로 영구 출전 자격을 얻는다. 추가 3팀은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이른 뮌헨, 도르트문트와 프랑스 리그1의 파리 생제르망(PSG)이 유력하다는 현지 예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