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혜 논란 '엔산법 개정안' 국회 심의 상정..건설업계 강력 반발

지난 19일 건설공제조합과 전문건설공제조합, 기계설비공제조합 임직원들이 송갑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탄원서를 제출했다. /사진제공=건설공제조합

특혜 논란이 빚고 있는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 개정안'의 국회 심사를 앞두고 건설공제조합(이하 '건공'), 전문건설공제조합, 기계설비공제조합 등 건설 관련 공제조합 3사와 대한건설업회 등 건설업계 단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건설업계에 다양한 공제조합이 존재하고 이들이 서로 업역을 지켜 사업을 하고 있음에도 엔지니어링공제조합(이하 '엔공')에만 산업 전반을 포괄하는 사업을 허용하는 특혜를 주는 법안이라는 것이 반대의 이유다. 이들은 개정안 철회를 요구하는 2만1000여개사의 탄원서를 제출했다. 국토교통부도 공식 반대의견을 표명하는 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엔산법 개정안' 살펴보니..."엔공 업무영역 무한 확대" 반발2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엔지니어링산업 진흥법 개정안'(이하 엔산법)이 오는 22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법안심사소위 심사 안건으로 오른다. 송갑석 의원(대표 발의)을 비롯 11명의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이 발의했다.


엔산법 개정안에서 논란이 되는 부분은 공제조합의 사업 수행 범위를 '조합원의 엔지니어링활동(엔지니어링 활동에 수반되는 구매, 조달, 제작 및 설치 등의 일괄수주사업을 포함한다)에 따른 의무 이행에 필요한 보증, 공제 및 융자'에서 '조합원의 엔지니어링 활동 및 엔지니어링 활동이 포함되어 있는 제작, 설치 및 공사 등에 따른 의무 이행에 필요한 보증, 공제 및 융자'로 수정한 제34조다.

현재는 엔공의 사업 범위가 '엔지니어링활동에 수반되는 구매·조달·제작 및 설치 등의 일괄수주사업'에 한정되는데 개정안에 따르면 '설계, 감리 등 건설엔지니어링활동이 포함돼 있는 건설시공은 모두 엔공의 보증 대상' 된다.

개정안은 특히 '엔지니어링사업의 범위에 대해서는 다른 법률에도 불구하고 이 법을 우선 적용한다(제4조)'는 조항까지 넣었다.


건공 등 건설업계 다른 공제조합들은 그동안 산업군별 공제조합을 별도로 두고 사업범위를 제한해 왔는데 개정안은 엔공만 보증 업무를 산업전반에 걸쳐 포괄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특혜라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 단체들은 지난 19일 법안을 대표 발의한 송 의원 및 소위원회 소속 의원들 10명에게 2만1000여개사의 탄원서를 모아 제출하기도 했다.

건공 관계자는 "엔공의 사업범위 확장은 산업군별 공제조합을 별도로 두고 있는 현행법 취지에서 벗어나며 건설산업 보증정책 운영에 대한 관리 사각지대를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만큼 철회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엔지니어링협회는 엔지니어링 활동이 포함된 공사는 현행 엔공의 사업범위에 해당하고 엔공은 건설기술진흥법(이하 건진법) 및 건축사법 등에 따라 보증·공제업무를 이미 수행 중이므로 이를 법률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엔공 측도 건진법 고시에 따라 적법하게 건설기술용역의 보증·공제사업을 수행할 수 있고, 건축사가 포함된 종합 엔지니어링사업자가 보증·공제 업무을 수행하는 것도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건공 관계자는 "건설 산업 기본법에 의한 건설 공사에 대한 보증은 동법에 의해 설립된 건설 관련 공제조합의 고유 업무 영역"이라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엔공이 현재도 일괄수주사업이 아닌 토목, 건축, 조경 등 일반건설공사에 대해서도 보증업무를 하는 등 법 위반 행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개정안은 법 위반 행위를 인정해 주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국토부는 지난해 "엔공이 순수 건설공사에 대해 보증서를 발행하는 것은 엔산법이 정한 업무범위를 벗어난다"며 "건설공사 발주시 관련법령의 목적과 취지에 부합하는 보증기관에서 발급한 보증서를 징구해 달라"는 행정지도를 실시하기도 했다. 건설업 관리 규정상 보증 가능금액 확인서 발급기관은 건설공제조합, 전문건설공제조합, 대한설비건설공제조합과 서울보증보험으로 지정돼 있다.

국토부는 같은 취지로 엔산법 개정안에도 반대 의견을 냈다. 국토부는 "건설공사에 부수적으로 수반되는 엔지니어링활동을 이유로 건설공사 전체를 엔공 업무범위로 하는 것은 입법취지를 왜곡한다"는 입장이다. 또 저가 수수료 경쟁 등 보증시장 질서를 저해할 수 있고 엔공이 다른 법률에 따라 운영되고 있는 공제사업을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