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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0만원으로 못 사는 샤넬백" 6시간 기다려 오픈런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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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정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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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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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도도한 샤넬의 대중화 전략…한국인은 왜 샤넬에 열광할까

지난해 5월 샤넬백을 사려고 롯데백화점 샤넬 매장 앞에서 사람들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지난해 5월 샤넬백을 사려고 롯데백화점 샤넬 매장 앞에서 사람들을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2.4조원. 사상 처음으로 공개된 샤넬(CHANEL), 루이비통(Louis Vuitton), 에르메스(Hermes)의 2020년 한국 매출 규모다. '코로나 불황'에 소비가 침체됐던 지난해 2조4000억원이나 되는 돈이 3대 명품 브랜드에서 소비됐다. 무려 2.4조원이나 되는 돈을 가방에 쏟아부으면서도 사람들은 백화점 앞에서 오들오들 떨며 새벽부터 기다렸고, 백화점 셔터가 올라가자마자 매장으로 질주했다.

샤넬 오픈런(백화점 개장 시간에 맞춰 매장으로 질주하는 현상)은 참으로 기이한 현상이었다. "고작 가방을 사기 위해 저렇게까지 해야하는가"라는 의문을 불러일으켰고 사회적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했지만 명품, 특히 샤넬에 대한 열망은 더 뜨거워질 뿐 결코 꺼지지 않았다.


◇오픈런과 6시간 줄서기, 리셀까지...콧대높은 샤넬의 대중화 전략


20년 전을 돌아보면 백화점 1층에는 MCM을 비롯해, 루이까또즈 메트로시티 닥스 등 국내 패션업체가 전개하는 핸드백 브랜드가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생활수준의 향상, 특히 소비수준의 향상으로 사람들은 더 이상 40만~50만원대 가방에 만족하지 않았다. 높아진 소비수준과 함께 패션에 대한 안목이 생기면서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와 같은 글로벌 명품 브랜드가 주목받기 시작했다.

한 패션업계 전문가는 "한국 사람들이 패션에 대한 안목이 빠르게 높아졌는데 이를 충족시켜줄 만한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자연스럽게 해외 명품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졌다"며 "특히 한국에서는 이탈리아 명품보다 프랑스 명품에 대한 선호가 매우 높다"고 설명한다.
샤넬 클래식백 이미지/사진=샤넬 공식 홈페이지
샤넬 클래식백 이미지/사진=샤넬 공식 홈페이지
한국인들은 왜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로 대표되는 프랑스 '3대 명품'에 열광하는 것일까.

이들 프랑스 명품은 공식 유통경로가 백화점과 직영 매장, 그리고 공식 온라인몰 뿐이다. 유럽에서도 마찬가지다. 유럽, 특히 이탈리아에서는 구찌, 프라다 등 이탈리아 브랜드는 백화점 매장보다는 부티크를 통해 유통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부티크에서 유통된 제품이 국내에서도 병행수입이라는 이름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유통되고 있다. 하지만 루이비통, 샤넬, 에르메스는 그런 경로로 물건이 풀리는 경우가 거의 없다. 반드시 직영 매장(샤넬 청담 스토어 등)나 백화점 매장에서만 정품을 구입할 수 있다.

유통 방식의 차이 때문에 구찌나 프라다는 국내 편집숍이나 온라인몰에서 좀더 흔하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에·루·샤는 백화점에서만 정품을 확인할 수 있다. 유통방식의 통제는 제품의 희소성과 브랜드 가치를 지키는데 크게 기여했다. 제품 구입처가 제한적인 상황에서 이들 3대명품은 재고까지 제한했다. 특히 샤넬과 에르메스는 매장에 항상 인기제품의 재고가 부족하거나 아예 없다. 입고되자마자 다 팔려버린다.

샤넬 매장은 새벽 6시부터 줄 서서 기다린 뒤 10시반에 번호표 받아서 매장에 겨우 들어가도 클래식, 보이 샤넬, 트렌디CC, 클래식 미니 등 인기제품은 죄다 재고가 0인 경우가 태반이다. 1000만원 들고 맘 먹고 가도 못 사는 가방이 된 것이다. 샤넬백 공급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수요에 비해 공급은 항상 부족한 상태다. 구할 수 없는 것은 갈증을 부르고 갈증은 열망이 된다. 6시간, 12시간 오픈런 대기로 어렵게 구한 제품은 중고 시장에서 100만원 가량의 프리미엄까지 얹어 거래된다.

샤넬은 최고의 명품으로 일반인이 가까이하기엔 먼 명품이라는 인식이 있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샤넬은 명품 이미지를 유지하길 원하지만 대중적인 고객도 확보해서 매출 성장을 이루길 원한다. 사실 샤넬은 상류층을 위한 고급 패션 하우스로 출발한 루이비통 및 에르메스와는 태생적으로 다른 브랜드이기도 하다. 샤넬 본사는 2000년대 초반부터 신규 고객층, 특히 2030 젊은 층을 공략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백화점에서 사람들이 새벽부터 비루한 차림으로 몇 시간씩 줄 서서 기다리는 사람들을, 샤넬이 "우리 고객"이라며 끌어안는 이유다.

각각 그룹 블랙핑크 제니, 샤넬 2021 S/S 컬렉션/사진=제니 인스타그램, 샤넬(Chanel)
각각 그룹 블랙핑크 제니, 샤넬 2021 S/S 컬렉션/사진=제니 인스타그램, 샤넬(Chanel)


◇"샤넬은 영원하다" 변치않는 가치에 투자하려는 女心


LVMH(루이비통 모에 헤네시 그룹)의 베르나르 아르노 사장은 브랜드를 성공시키는 데 필수적인 4가지 특징으로 '타임리스, 모던, 급성장, 고수익'의 네 가지 키워드를 꼽았다. 시간을 뛰어넘는 가치를 구현하되 동시대에 어울리는 디자인을 선보이며 성장하고 고수익을 내야 한다는 것이다. 샤넬과 에르메스, 루이비통은 한국에서 이 조건을 모두 만족시키며 고성장을 누리고 있다. 특히 셋 중에서도 샤넬은 최고의 브랜드로 등극해 한국 소비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한국 여성들에게 샤넬백을 구매한, 또는 구매하고 싶은 이유에 대해 묻는다면 십중팔구는 "샤넬백은 영원한 클래식이니까요"라고 답한다.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샤넬백을 구매해 되판다고 해도 중고시장에서는 구입가격 그대로를 다 받을 수 있을 정도다. 800만원에 샀는데 3년 뒤에도 감가상각이 진행되지 않고 800만원을 받을 수 있다면 샤넬백 사용가치까지 감안할 때 정말 괜찮은 투자가 되는 셈이다. 그런 의미에서 샤넬백은 실제로 소비자들에게 '변하지 않는 가치'로 인식되고 있다.

샤넬의 '영원한 스타일'은 원래 샤넬의 의류, 수트에 붙는 수식어였다. 샤넬의 트위트 재킷으로 대표되는 샤넬의 기성복은 연령이나 세대와 무관하게, 또 시대와 관계없이 입을 수 있는 옷으로 제작됐다. 지금은 샤넬의 가방과 소품 모든 것이 유행을 타지 않는 '클래식'으로 확대 해석되면서 브랜드 전체의 가치를 끌어올렸다. 클래식은 결국 '유행을 타지 않는다'는 뜻이다. 실제로 샤넬은 블랙, 화이트, 베이지 컬러의 모노톤과 샤넬만의 독창적인 디자인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브랜드이기도 하다.

"1000만원으로 못 사는 샤넬백" 6시간 기다려 오픈런하는 이유

샤넬이 독창적인 유산을 많이 보유한 것도 팩트다. 샤넬 클래식백을 상징하는 가죽 퀼팅은 샤넬이 원조다. 클래식백, 보이백 등에 모두 사용되는 마름모꼴의퀼팅은 원래 가방의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가공기술이었지만 이제는 샤넬 하우스의 상징이 됐다. 퀼팅 클래식백과 까멜리아(동백꽃 장식), 트위트 재킷, 미니 블랙 드레스와 CC로고까지 샤넬은 다른 브랜드가 훔칠 수 없는 유산을 많이 가졌다. 다른 명품 브랜드조차 베끼고 싶은 변치 않는 가치다.

하얀 까멜리아가 붙은 커다란 샤넬 상자와 블랙 쇼핑백을 받아들고 매장을 나서는 소비자들의 얼굴에서는 오픈런의 고단함보다는 변하지 않는 샤넬의 가치에 투자했다는 기쁨이 더 많이 느껴진다.

명품이라고 고압적인 태도만 유지할 경우 매출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 최근 샤넬은 100만원대 지갑이나 400만원~500만원대 쁘띠삭, 클래식 미니 등 명품 입문 아이템 품목을 늘리고 있다. 고고한 명품 브랜드 이미지를 유지하되 다른 한편으로는 매출 증가와 신규 고객 유입을 위해 대중에게 문을 열어놓는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샤넬은 상당히 잘하고 있다. 선망과 열망의 대상이지만 동시에 접근도 가능한, 럭셔리 브랜드로 소비자들의 맘 속에 자리잡은 것이다. 국내 패션 브랜드라면 적극 모방해야할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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