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맘 때면 변호사 "줄여라"vs 로스쿨 "늘려라"…변시 합격자수 갈등

지난 1월5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자대학교에 2021년도 제10회 변호사시험 고사장이 마련돼 있다.2020.1.5/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서울=뉴스1) 이장호 기자 =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발표가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합격자 수를 놓고 변호사들과 응시생, 교수들의 갈등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모양새다.

전국지방변호사회장 협의회(회장 이임성)는 20일 성명서를 통해 "정부에게 제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예년에 비하여 크게 감축할 것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밝혔다.


협의회는 "(제 10회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는 현재까지의 기형적 증가를 감안하였을 때 적어도 1,200명 이하로 책정되어야만 할 것"이라며 "정부가 또다시 이를 무시하고 변호사 배출 수를 조정하지 않는다면 협의회는 어떠한 행동도 주저하지 않고, 변호사 수 감축을 위한 강력한 대응을 이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이종엽)도 19일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업계가 수용가능한 최대 인원 1,200명 이내로 결정할 것을 강력하게 촉구한다"고 성명서를 냈다.

지난달 13일과 29일 성명서를 통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수를 1200명 이하로 제한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에 이어 또다시 성명서를 낸 것이다.


변협은 "로스쿨 도입 이후 12년간 변호사 수가 3배 이상 폭증하는 동안 법조 인접직역 정비나 행정고시의 폐지 등 제도 개선은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0여 년간 로스쿨이 재정을 충당하기 위해 결원보충제 편법시행, 편입학제 봉쇄 등의 담합을 통해 로스쿨 간 자연스런 경쟁과 시장기능의 작동을 봉쇄하면서 누적된 시험 탈락자들과 졸업생들의 불만을 무마하기 위해 변호사시험 합격자 밀어내기를 관철하려고 하고 있는 것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반면 응시생들도 지난 12일 성명서를 통해 변협의 이런 주장을 "밥그릇 지키기"라며 강력 비판했다. 응시생들은 "변협이 신규 변호사 수를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주장"이라며 "만약 변협의 주장이 관철된다면 앞으로는 로스쿨 제도와 변호사시험제도를 변협이 쥐고 흔들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재학생과 졸업생들이 지난해 2월 청와대 사랑채 인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별관 옆에서 열린 ‘어게인 218, 로스쿨개혁이 사법개혁이다’ 궐기대회에서 변호사 시험의 자격시험화를 외치고 있다.2020.2.18/뉴스1 © News1 박지혜 기자

로스쿨과 법학과 교수들로 구성된 한국법학교수회(회장 정영환)는 지난 11일 최근 변호사시험 합격자 숫자는 자격시험이라고 말하기에는 위태로운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어 합격자 확대가 절실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수회는 "변호사시험 합격자 정원의 감축을 주장하는 것은 역사의 수레바퀴를 뒤로 되돌리는, 즉 시대적 흐름에 역행하는 일"이라며 " 변시합격자 정원을 감축한다면 종전의 사법시험이 낳은 폐해가 고스란히 재현될 것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이런 갈등이 올해가 처음은 아니다. 로스쿨 도입된 이래로 매년 변호사시험 합격률을 놓고 의견이 첨예하게 갈렸다.

로스쿨 측은 변호사시험 합격률이 점점 낮아지면서 '변시 낭인'이 지속적으로 나오고, 결국 변호사시험 합격이 최우선이 돼 기존에 목표로 한 로스쿨의 실무교육을 통한 변호사 양성이라는 제도 취지를 몰각하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미 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는 선배 변호사들이 후배 변호사들의 앞길을 막는 '사다리 걷어차기'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반면 기성 변호사들은 변호사시장의 포화 상태와 법무사와 변리사 등 유사직역들의 변호사 직역 침해가 확대되는 가운데 정부가 변호사들의 직역 확대에 나서지는 않고서 변호사 수만 무차별적으로 늘리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법무부는 아직도 우리나라 변호사 수가 선진국 대비 부족하다고 보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법무부의 '적정 변호사 공급규모에 관한 연구' 용역보고서에서 2050년까지 변호사 수가5만9478명으로 늘어날 것으로 보면서도, 미국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해 인구 1만명당 변호사 수가 부족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또 기존 변호사들과 로스쿨 측의 이 같은 요구들이 매년 반복된 상황에서 정부 측이 이렇다할 해법을 제시한 적이 없어, 법조계에서는 이 같은 갈등이 앞으로도 계속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한 변호사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변호사업계는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지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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