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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임상옥의 상인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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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채운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 (전 중소기업진흥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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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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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채운 서강대 교수
임채운 서강대 교수
코로나19(COVID-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소상공인이 빈사 상태에서 허우적대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영업제한 조치가 1년 이상 지속된 영향이 크다.

생존의 위기에 봉착한 소상공인을 구제하기 위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여러 차례에 걸쳐 지원하고 있지만 한계는 분명하다. 재난지원금이나 긴급대출은 금액이 적고 조건이 까다로워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평가다. 소비 활성화가 근본적인 해결책임에도 방역 명분에 밀려 논의조차도 하지 못하고 있다.

돌이켜보건대 지금까지 소상공인이 어렵지 않은 적이 없었다. 경제의 저변에 위치해 있어 경기, 정치, 사회, 외교, 보건 등의 모든 문제가 다 소상공인으로 귀결된다. 경기가 부진해 소비가 위축되면 소상공인부터 침체를 겪는다. 어쩌다 불어닥치는 전염병 외에도 구제역, 조류독감, 노로바이러스는 수시로 찾아온다. 부패방지법, 최저임금 인상, 중국의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규제, 일본과의 역사분쟁 등의 사건은 하나 같이 소상공인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경쟁상황의 변화도 소상공인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대기업의 사업확장과 온라인 전자상거래 확산이 소상공인의 영역을 잠식한다. 가장 심각한 것은 소상공인 간의 과밀과당 경쟁이다. 한 업종이 잘된다고 하면 유사한 가게가 우후죽순처럼 생겨나 서로 공멸하는 현상이 나타난다.

외부 환경이나 경쟁의 변화에 영향을 받지 않고 꿋꿋이 살아남는 비결은 개별 소상공인의 경쟁력뿐이다. 자본, 기술, 인력이 부족한 소상공인이 생존할 수 있는 방법은 상인정신에서 찾아야 한다.

요즘처럼 어려운 환경에서도 장사가 잘되는 가게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액이 전년 대비 감소한 소상공인은 70.8%지만 변화가 없거나 증가했다고 응답한 소상공인도 29.2%나 된다. 모든 경제주체가 영향을 받는 상황에서도 30%에 가까운 소상공인이 안정적으로 장사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며칠 전에 종로 익선동 골목에 있는 샤부샤부 음식점을 갔는데 손님 수십명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상황을 목격했다. 예약을 한달 전부터 받는 곳이라고 했다. 강동구 상일동에 있는 한 초밥집은 한 달에 딱 한 번 예약을 받는데 2~3분 만에 예약이 마감된다고 한다. 잘 되는 점포는 '이유'가 있고 안되는 점포는 '사연'이 있다. 장사가 안되는 골목식당을 전문가가 진단하고 처방해주는 TV 프로그램에 보면 상술보다 정신에서 성패여부가 갈리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본이나 유럽의 소상공인이 강한 것은 상인정신 덕분이다. 장사의 달인으로 유명한 일본 오사카 상인은 '상품보다 신용을 팔아라'라는 상인정신을 고수한다. 칼이 지배하던 무인사회에서 최하층민의 상인이 돈을 벌기 위해서는 목숨을 걸고 신용을 지켜야 했다. 사명감을 갖고 신용과 정직을 토대로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려는 노력이 수백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명문 점포를 만들어 냈다. 오사카 상인은 '신용이 고객에게 마음의 빚을 지워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나라에도 과거에 상인정신으로 유명한 개성상인, 의주상인, 경강상인, 동래상인의 이야기가 전해내려온다. 그 중엔 구한말에 인삼무역으로 큰 돈을 번 의주거상 임상옥이 있다. 청나라 상인들의 담합 거래거부로 인삼이 팔리지 않자 통째로 불에 태워 가격을 높이는 기지를 발휘한 일화로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항시 주변을 잘 살폈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나가는 과객이나 걸인에게 대접을 잘 해줬고 일가친적에게도 후하게 베풀었다. 수재가 발생하면 수재민을 도왔고 흉년이 들면 재산을 내놨다.

후배 상인들이 그런 임상옥에게 성공비결을 물어보았을 때 그는 '상즉인'(商卽人)이라 답했다. 즉 '장사란 사람 장사이고, 지갑 문을 열려면 사람 마음 문을 먼저 열어야 한다'는 의미다. 소비자 중심의 현대 마케팅 비결이 수백년 전에도 녹아있었던 것이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장사의 비결은 단순하다. 기본적 상도인 '신뢰와 상생'을 지키는 것이 핵심이다. 소상공인의 자생력은 어렵고 복잡한 과업이 아니다. 얼마나 소비자의 신뢰를 얻어 선택을 받느냐에 달려 있다. 상인정신을 실천하면 단골이 생기고 입소문을 타서 새로운 고객이 유입된다. 전염병으로 힘든 시기, 상인정신을 되뇌어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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