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급차 막은 택시기사, 살인 혐의 막판 고심…"고의성 입증 어려워"

응급환자를 후송 중이던 구급차를 막아서 환자를 사망에 이르게 한 혐의를 받는 택시기사 A씨가 지난해 7월24일 오전 서울동부지법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사진=뉴스1

환자가 탄 구급차를 고의로 들이받고 이송을 막은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택시기사에 대해 경찰이 살인 혐의를 적용하지 않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알려졌다.


21일 뉴시스에 따르면 서울 강동경찰서는 택시기사 A씨(32)의 살인 혐의 불송치 결론을 내부적으로 내리고 서울경찰청 등 상급기관과 최종 논의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상급기관과의 조율 결과에 따라 보강수사 가능성도 열려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유족은 지난해 7월 A씨를 △살인 △살인미수 △과실치사 △과실치상 △특수폭행 치사 △특수폭행 치상 △일반교통방해 치사 △일반교통방해 치상 △응급의료법 위반 등 9개 혐의로 고소했다.

이에 경찰은 지난해 9월 대한의사협회에 피해자 의무기록 사본 등 감정을 의뢰했고, 이송 중이던 환자의 죽음과 A씨의 고의사고 간 인과관계를 면밀히 살피며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를 검토해왔다.


그러나 수사 과정에서 A씨가 구급차를 막아선 행위의 살해 고의성 입증에 어려움이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대한의사협회 감정 결과서 등을 놓고 종합적으로 판단했다"며 "살인 혐의 적용과 관련해서는 (경찰서) 내부적으로 정리가 됐지만 현재 윗선과 최종 조율 중에 있다"고 밝혔다.

앞서 A씨는 지난해 6월 서울 강동구 고덕동에서 응급환자가 탄 구급차와 고의로 사고를 낸 뒤 "사고 처리를 하고 가라. 죽으면 책임지겠다"며 응급차의 진로를 11분가량 방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구급차에 타고 있던 환자는 뒤늦게 병원에 도착했으나 끝내 숨졌다. 이 같은 사실은 청와대 청원 등을 통해 알려지면서 A씨 사건은 국민적 공분을 샀다.

공갈미수·특수폭행·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기소된 A씨는 지난달 12일 항소심 재판부에서 징역 1년10개월을 선고받아 1심 징역 2년보다 감형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피고인이 잘못을 인정하고 있고 나이, 성행, 환경, 범행 경위와 범행 후 정황 등을 감안해보면 원심을 유지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감형 사유를 설명했다.

한편 A씨는 이번 사건 외에도 2015년부터 5년간 고의로 사고를 내거나 피해를 가장한 사고를 내 보험회사 등으로부터 합의금 및 치료금 명목으로 1700여만원을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