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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녹취가 금융소비자를 보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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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재범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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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21.04.22 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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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하다. 늦다.' 지난달 25일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후 현장의 혼란은 이렇게 표현된다. 금융 소비자는 체감하는 불만을 쏟아낸다. 물리적 시간이 빼앗긴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그 즈음 출시된 뉴딜펀드를 가입하러 시중은행에 들른 취재기자의 경험담도 다르지 않다. 가입을 마무리할 때까지 딱 1시간30분이 걸렸단다. 상품 설명을 듣고 답할 때 '녹취' 과정도 거쳤다.

간단한 체크나 서명이 아니라 '예, 동의합니다' 등을 직접 말하는 경험은 독특했다. 비대면(온라인) 가입 때 설명서를 읽는 것과 대면 가입 때 설명을 듣는 것의 차이는 느껴지지 않았다. 둘 다 형식적 절차에 불과할 뿐이니까.

금융회사도 같은 지점에 동의하며 불평을 늘어놓는데 뉘앙스가 다르다. "어쩔 수 없다"며 온갖 절차를 들이댄다. 그중 핵심은 역시 '녹취'다. 소비자 보호보다 기계적 절차만 따르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금융회사 입장에선 그저 귀찮을 뿐이다.

# 한달 가까이 들은 현장의 볼멘소리인데 사실 '녹취'는 금소법상 의무가 아니다. 금소법에 따르면 서명, 기명날인, 녹취 등으로 확인받으면 된다. 녹취는 소비자 의사 표현 확인 방식 중 하나다.

그런데도 은행 등 금융회사는 무조건 '녹취'다. 그 근거는 이미 시행된 금소법이 아니라 아직 시행 전인, 다음달 시행되는 자본시장법 시행령 개정안에 있다. 정부는 개정안에 '고난도금융상품'을 새로 정의했다. 최대 손실가능금액이 원금의 20%를 초과하는 파생결합증권, 파생상품, 펀드 등이다.

이 '고난도금융상품'을 팔 때는 녹취해야 한다. '중난도' '저난도' 금융상품은 대상이 아니다. 금융회사가 아직 시행 전인 법규에 맞춰 자율적(?)으로 먼저 움직이는 것을 반겨야할까. 금소법상 의무인 줄 알고 열심히 녹취하는 것을 칭찬해줘야 할까. 그렇게 2개의 규제가 현장에서 교묘히 얽힌다.

# 지난해 DLS(파생결합증권)·DLF(파생결합펀드) 사태는 2개의 규제가 얽혀 만들어지게 한 주연이다. 라임 펀드o옵티머스 펀드도 조연 역할을 했다.

기능별 규제 체계상 펀드 규제는 자본시장법에 속한다. DLF와 사모펀드 사태 대책으로 '고난도금융상품' 규제 강화 등을 담은 게 이 맥락이다. 10년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금소법도 사모펀드 사태 속 별다른 어려움없이 빛을 봤다. 투자자 보호와 금융소비자 보호, 불완전판매 등을 잘 엮은 덕이다.

2개 규제는 '불완전판매'란 같은 텃밭에서 출발한 셈이다. 10년전 금소법을 만들고 싶었던 이유, 취지 등은 사라졌다. 정부는, 정치권은 DLF나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감독 책임을 슬쩍 피해가며 '불완전판매'를 부여잡았다.

금소법 시행 후 금융회사 CEO를 만날 때마다 나온 은성수 금융위원장의 절규가 이를 대변한다. "시간이 더 걸리고 불편한 점이 다소 있더라도 불완전판매라는 과거 나쁜 관행으로 되돌아갈 수 없다" "펀드 불완전 판매 사태 피해자들의 눈물을 기억하며…".

# 불편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본질은 아니다.

뒤엉킨 2개의 규제가 만들어낼 왜곡의 시너지(?)가 핵심이다. 금소법은 자본시장법의 스핀오프 성격을 띤다. 자본시장법의 핵심인 6대 판매 규제(적합성·적정성·설명의무·불공정행위·부당권유·과장광고 금지)를 그대로 가져왔다.

원금 손실 가능성을 토대로 만든 소비자 보호 규제가 예·적금, 무위험 금융상품 등 모든 금융상품에 적용된다. 원금손실이 없는 적금 상품인데도 판매사가 가입이 적절치 않다고 판단하고 이를 알리는 과잉 친절의 적합성o적정성 규제를 고민해야 한다.

금융당국은 '그럴 가능성이 없다' '그 부분은 규제가 약하다' 등의 설명을 내놓는다. 그렇다고 그게 규제 존재의 이유가 될 순 없다. 왜곡과 비효율은 이렇게 시작되니까.

금융회사가 녹취에 매달리는 것 자체가 소비자 보호의 출발이 아니라 왜곡의 시그널인 셈이다. 녹취가 보호하는 것은 금융소비자일까, 금융회사 CEO일까. 금융소비자는 금융회사 CEO를 위해 녹취당하는 것은 아닐지.

게다가 보험금 청구 후 계약 해지 등 합리적(?) 소비자가 택할 왜곡의 선택지가 적잖다. 물론 제도 시행 후 보완하면 된다. 다만 '불완전 규제' '불완전 감독' 역시 '불완전 판매' 못지않다.

[광화문]녹취가 금융소비자를 보호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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